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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오로지 한국인 위해 잡는다” 골뱅이船 띄우는 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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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중경삼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2.♡.234.85) 댓글 0건 조회 518회 작성일 20-10-31 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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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뱅이라고? 바다 달팽이 말하는 거야? 오 마이 갓.”

지난 23일(현지 시각) 영국 북동부 소도시 부둣가. 줄 지어 선 골뱅이잡이 배 13척 앞에서 한 영국인은 이렇게 말하며 인상을 찌푸렸다. 출항 준비를 하던 어부 애슐리(33)는 “이게 바로 영국인들의 골뱅이에 대한 일반적인 반응”이라며 웃었다. 영국인들은 골뱅이를 먹지 않는다. 애슐리는 “우리는 오로지 한국인들을 위해 바다에 나선다”고 했다.

23일(현지시각) 영국 북해에서 어부 애슐리(32)가 이날 잡아올린 골뱅이를 들어보이고 있다. /이해인 특파원
23일(현지시각) 영국 북해에서 어부 애슐리(32)가 이날 잡아올린 골뱅이를 들어보이고 있다. /이해인 특파원

본격적인 골뱅이철에 접어드는 10월 말이면 영국 북해 인근 부둣가는 들썩인다. 한국인들의 유별난 골뱅이 사랑 때문이다. 동해안에서 잡히는 양으로는 수요를 감당하기에 턱없이 부족해 영국과 아일랜드에서 연간 5000t가량을 수입한다. 국내 골뱅이 통조림 원료의 약 90%에 달한다. 15년 경력 어부 나이절(52)은 “영국인들이 좋아하는 게 시즌(봄~여름)은 이제 지나갔고, 본격적인 골뱅이 시즌인 겨울이 오고 있다”고 했다.

영국 골뱅이. /이해인 특파원
영국 골뱅이. /이해인 특파원

오전 9시, 부두에서 출발한 나이절의 11m짜리 골뱅이 어선 ‘페어라스(Fairlass)’는 20여분쯤 달려 전날 통발을 던져둔 지점에 도착했다. 개당 15㎏이 넘는 통발 72개가 줄줄이 배 안으로 올라왔다. 나이절의 아들 잭(24)이 통발을 뒤집자 펄을 뒤집어쓴 골뱅이가 우르르 쏟아졌다. 8년 경력 잭은 노련한 눈썰미로 불가사리와 새끼 골뱅이(2.4㎝ 이하)를 걸러냈다. 10년 전쯤부터 골뱅이를 잡기 시작했다는 나이절은 “지금은 불가사리를 걸러냈지만, 예전에는 통발에서 골뱅이를 걸러 버렸다”며 “쓸모없다고 생각한 골뱅이 덕분에 이제는 겨울에도 수입이 충분하다”고 했다. 그는 빈 통발에 골뱅이용 미끼인 그린크랩과 곱상어 한 토막을 채워 넣은 뒤 다시 바다에 내던졌다.

영국은 골뱅이 어획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일단 영국인들이 골뱅이를 먹지 않아 자원이 풍부하다. 잡는 것도 쉽다. 보통 100~300m 수심에서 골뱅이가 잡히는 한국과 달리 영국에서는 1마일쯤 되는 근해(近海), 수심 15m에서도 골뱅이를 잡을 수 있다. 북해 수온이 차가워 식감이 차지고 쫀득쫀득하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동해안에서 잡히는 것보다 약 1.5배 크다.

23일(현지시각) 영국 북동부 북해 연안 노퍽코스트. 선장 나이절(52)
23일(현지시각) 영국 북동부 북해 연안 노퍽코스트. 선장 나이절(52)

국내 통조림 골뱅이 시장점유율 1위 유동골뱅이 관계자는 “1980년대 후반부터 골뱅이무침이 ‘국민 안주’가 되자 동해에서 골뱅이 씨가 마르기 시작해 해외에서 골뱅이를 찾기 시작했는데 쉽지 않았다”며 “우리나라와 비교적 가까운 중국, 베트남산 골뱅이를 수입하려 했지만 수온이 따뜻해 우리나라의 골뱅이처럼 쫀득하지 않고 물컹한 맛이라 식감이 달랐다”고 했다. 러시아 골뱅이는 우리나라 동해안 골뱅이와 어종이 다르다. 캐나다 골뱅이는 한국 골뱅이 육질과 비슷하지만 영국산보다 1.3배가량 비싸다.

/이해인 특파원
/이해인 특파원

이날 페어라스호가 잡아 올린 골뱅이는 50㎏짜리 13상자. 잭은 “오늘은 바람이 세서 어획량이 별로 좋지 않다. 원래 한번 나가면 20상자 정도 갖고 들어온다”고 했다. 최근 골뱅이 값도 싸졌다. 코로나로 한국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수요가 줄자 골뱅이 값도 ㎏당 1.4파운드(약 2065원)에서 1.2파운드(약 1770원)로 떨어졌다고 한다. 이날 이들은 780파운드(약 114만원)을 손에 쥐었다.

골뱅이 가공 공장에서 직원들이 껍데기를 골라내고 있다. /이해인 특파원
골뱅이 가공 공장에서 직원들이 껍데기를 골라내고 있다. /이해인 특파원

잡아 올려진 골뱅이는 부두에서 차로 45분쯤 떨어진 골뱅이 가공 공장으로 직행한다. 공장에선 진흙이 묻은 골뱅이를 깨끗하게 씻어 120도 스팀 압력 쿠커로 3분간 삶는다. 기계로 껍데기를 부수고 한 번 더 세척한 뒤 바로 얼린다. 공장에 도착해 얼리기까지 11분이면 끝난다. 한국에서 수요가 많을 때는 빠르면 1주일이면 부산에 도착한다. 대를 이어 30년간 한국에 수출해왔다는 린 셸피시(Lynn Shellfish) 공장의 스티븐 윌리엄슨(55) 대표는 “연간 생산하는 골뱅이 중 90%가 한국으로 수출되고 8%는 네덜란드로 간다. 단 2%만 영국에서 소비된다”고 했다.

잠잠하던 영국 바다에서 골뱅이 어획량이 늘어나자 영국 정부도 이를 주시하고 있다. 애슐리는 “어획 초기만 해도 별다른 제한이 없었지만 크기 제한이 생기는가 하면, 6마일 이상 떨어진 먼바다에서만 어획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규제가 논의되고 있다”고 했다. 내년부터 적용될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도 변수다. 현재 영국은 EU와 어획량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 협상에 골뱅이 어획이 영향받을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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