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FIFA '중개인(Intermediaries) 제도' 도입, 무엇이 다른가? > 칼럼

지난해 12월 28일에 FIFA(국제축구연맹) 에이전트 시험 폐지와 '중개인 제도'에 대한 내용을 다뤘었다. 마침내 FIFA에서 공식적으로 선수 에이전트 자격시험을 폐지했다. 4월 1일부로 기존의 에이전트 자격증의 효력이 상실됐고, 새롭게 규정한 '중개인(Intermediaries)제도'가 실시 되었다. FIFA에서 발표한 중개인 제도를 살펴보려고 한다.

FIFA 에이전트 시험 폐지

25년만에 에이전트 시험 폐지다. FIFA는 1991년에 처음으로 선수 에이전트 제도를 도입했다. 이후 2001년 2008년에 두 번에 걸쳐 에이전트 규정을 개정하면서 지속적으로 에이전트 자격 요건을 강화해왔다. 하지만 이면계약, 높은 중개 수수료, 유소년 선수 국제 이적 등과 관련한 문제들이 고질적인 문제로 대두되었다. 결국 2009년에 열린 제59회 FIFA총회에서 새로운 제도 도입에 대해 처음으로 논의되기 시작했고, 5년 동안 에이전트 제도의 투명성과 업무 효율성 제고를 위해 FIFA 내의 클럽 축구위원회, 선수지위위원회, 법률위원회의 논의를 거쳐 지난 2014년 11월에 개최된 제64회 총회에서 에이전트 시험 폐지과 새로운 형태인 중개인 제도에 대한 안건을 공식적으로 비준했다. 그리고 올해 3월에 열린 FIFA 집행위원회에서 본 안건을 승인했고 4월 1일부로 선수 에이전트가 폐지되고 중개인 제도가 도입됐다.

(지난 3월 21일 FIFA 집행위원회에서 중개인제도 안건을 승인했다/ 출처. FIFA 홈페이지)

'대리인(Agent)' --> '중개인(Intermediary)', 어떻게 변화하나?

이전에 글을 쓸때만해도 중개인 제도와 중개인에 대한 규정에 대해서 정확히 발표되지 않았었다. 4월 1일부터 실시된 중개인 제도와 관련한 규정을 살펴보고 이전의 에이전트와 중개인이 무엇이 다른지 간단하게 살펴보자. 선수와 구단의 이적 협상에서 선수의 권익 보호를 위한 대리인 역할을 해왔던 FIFA에이전트가 사라지고 선수와 구단의 양측의 협상을 대리하는 '중개인'의 시대가 열렸다.

1) 누구나 중개인이 될 수 있다

대리인과 중개인의 차이는 역할 뿐만이 아니다. 에이전트 즉 대리인이 되기 위해선 FIFA에서 주관하는 에이전트 시험에 합격한 사람들에게만 에이전트의 권한이 주어졌었다 (단, 선수의 가족과 변호사는 자격증 없이 에이전트 가능). 하지만 중개인의 경우 시험에 응시할 필요가 없다. 각국 축구협회에 등록시 필요한 서류와 등록비 및 중개인 보험 가입 하면 누구든 중개인으로 활동이 가능하다. 단, FIFA와 각 대륙 축구연맹, 각국 축구협회 직원, 지도자, 심판 등은 중개인으로 등록이 불가능하다.

FA(잉글랜드 축구협회)는 4월 1일부터 중개인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중개인으로 활동하고자 하는 개인과 회사는 FA홈페이지에 가입을 한 후 정보를 입력하고, 최초 등록비 500파운드를 내야한다. 1년 동안 활동이 가능하고, 갱신하려면 최초 등록비의 반인 250파운드만 지불하면 된다. 대한축구협회도 홈페이지에 중개인 규정을 발표했다. 대한축구협회에서 제시한 등록비는 신규 70만원 갱신 30만원 효력은 모든 협회가 1년으로 규정하고 있다. 중개 계약은 2년을 넘지 못하고, 한 선수를 장기간 계약은 불가능하다. 기존의 FIFA 에이전트들은 기존의 효력은 상실되었지만 4월 1일 이전에 채결된 계약건에 관해서는 유효하다. 계약이 만료 된 후 에이전트들도 중개인으로 등록을 해야 한다. 

(FA 홈페이지에서 중개인 등록이 가능하다 / 출처.,FA홈페이지)

2) 중개인 수수료(Commission Cap)는 3%

중개인으로 받을 수 있는 수수료는 'FIFA 규정 7조(Article7)'에 의거해 3%이다. 선수고용계약 체결을 위해 중개업무를 한 경우에는 계약의 전체 기간에 해당하는 선수 기본급여 3%를 받게 된다. 이적 체결의 경우에도 동일하게 이적료의 3%를 받는다(Article 8). 단, 만 19세 이하의 미성년 선수를 대상으로 체결된 선수 이적 및 계약시 중개인은 수수료를 받을 수 없다.

선수와 구단의 계약시 중개인은 선수 또는 구단 둘 중 한쪽을 위해 중개인으로 일할 수 있는데, 쌍방 대리도 가능하다. 단 쌍방대리의 경우 양 측에 지급받기로 한 보수 등을 서면으로 동의를 받아야 한다. 사전 동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한 쪽에 불리한 계약이 이루어질수 있기 때문이다. 이면 계약은 금지되며 중개인에게 추가 보수를 지급할 경우 협회에 미리 계약서를 제출해 계약과 보수 지급에 관해 투명하게 진행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게 요구된다.

(대리인의 시대가 끝나고 중개인의 시대가 열렸다)

중개인 제도의 문제점?

FIFA에서 발표한 중개인 제도 도입의 배경과 관련한 문서에 따르면, FIFA는 중개인 제도를 통해 중개인의 활동을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선수의 이적과 관련해 얼만큼 투명하게 진행되는지를 관리하고 통제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고 밝혔다. 이제 막 시작된 중개인 제도에도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누구나 제약 없이 중개인이 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중개인에 대한 기준이 너무 모호하다는 입장도 존재한다. 각국 축구협회 인증만 받으면 누구나 에이전트로 활동할 수 있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시장 질서가 흐트러질 수도 있다. 또 FIFA에서 관리해온 것을 각 나라에게 책임을 지게끔 하는 장치로도 생각될 수가 있다.

FA에 등록된 에이전트인 데이비드 셀리만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16-17세의 어린 선수들이 구단과 계약을 할 때 협회에 등록된 중개인이라는 이유로 협상 테이블에 데리고 갈지도 모른다. 에이전트로의 경험이 없는 규정과 룰을 모르는 중개인일 수도 있다"고 말하며 중개인들의 자격 요건에 대해 의구심을 표현했다. 협회에 등록된 것 이외에 요구되는 자질은 분명히 있을 것이다. 또 '투명성'과 관련해 모든 과정을 협회에 알린다고 해도 투명성이 보장될 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중개인 제도가 단기간에 에이전트 관련된 문제들을 보완할 수 있는 적합한 제도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중개인 제도가 어떤식으로 정착이 되고 발전이 될지는 지켜봐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