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35) 토트넘 팬이 될 가장 적절한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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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라시스터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11,546회 작성일 15-07-14 00:00본문
토트넘 팬이 될 가장 적절한 타이밍
부제:Ready to be Spurs?
필자는 토트넘 팬이다. 이전에 쓴 글들을 통해 어느 정도 짐작했을지도 모르겠다. 언론사에 글을 기고할 때 토트넘 팬이라는 것을 드러내지 않지만 괜히 토트넘과 관련해 쓸만한 내용이 없을까 살펴보기도 하고, 기고 할 즈음에 뭔가 이슈 될 만한 일이 있으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이번에야 말로 대놓고 쓰는 ‘나 토트넘 팬이요’ 커밍 아웃쯤이 되겠다. 좀 더 보태 응원할 EPL팀을 찾고 있는 사람들에게 지금이야말로 토트넘 팬이 될 가장 적절한 타이밍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시작은 ‘영표 리’ 덕분
필자가 토트넘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것은 또래 축구 팬들처럼 코리안 프리미어리거들이 EPL(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 입성했던 시기다. 많은 스포츠 팬들이 그렇듯 마음에 드는 선수 때문에 팀을 응원하기 시작했다가 팀의 완전한 팬이 되면 어떤 선수가 들어오던 상관없이 그 팀의 오롯한 팬이 되는 과정을 겪는다. 당시 맨유의 존재는 대단했고 박지성의 입단으로 한국에서 더욱 큰 주목을 받았지만, 왠지 모르게 만년 1위 팀은 끌리지 않았고 마침 들려온 이영표의 토트넘 입단 소식에 팀을 좀 더 알게 된 계기가 되었고 그렇게 빠져들기 시작했다.
(2005년 토트넘으로 이적한 이영표)
토트넘은 이영표의 입단 이후 두 시즌 연속 5위로 시즌을 끝내면서 당시 TOP4(맨유, 아스날, 리버풀, 첼시)에 위협하는 팀으로 떠올랐다. EPL출범 후5위가 가장 높은 순위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2007/08시즌 11위, 2008/09시즌 8위로 다시 침체기로 접어 들었고 그 사이 이영표는 팀을 떠났다. 하지만 필자는 토트넘 팬으로 남아있었다. 여전히 이영표를 기억하는 토트넘 팬들을 만나면 괜히 뿌듯하다. 2009/10시즌을 팀의 재정비와 함께 리그 4위로 마쳐 팀 역사상 처음으로 챔피언스리그에 진출권을 얻었고, 2010/11시즌 챔스 진출과 함께 필자도 영국 땅을 처음으로 밟았다.
런던에서 만난 첫 토트넘 팬
‘토트넘이 내가 있는 런던에 있다니’ 믿겨지지 않았고 당장 경기를 보러 가고 싶었지만 런던 생활 적응이 최우선이었다. 런던에 도착해서 한인 민박집에서 일주일 동안 생활하며 필사적으로 집을 구했고 런던 북쪽으로 4존에 위치한 저렴한 홈스테이 방을 찾았다. 이곳에서 낯선 영국인 가족과의 본격적인 런던 생활을 시작했다.
홈스테이 주인 아저씨인 ‘토니’, 글쎄 토니 아저씨가 토트넘 팬이었다. 방을 제외하고도 홈스테이 집에는 거실과 리셉션에 텔레비전이 따로 놓여있었는데 그 이유가 바로 축구 팬인 토니 아저씨가 편하게 축구를 보는데 목적을 둔 곳 이였다. 딸만 넷인데 아직 너무 어리고 토트넘 축구를 함께 볼 만큼 관심이 많지 않다는 것. 토니 아저씨는 내가 토트넘 팬이라는 말에 놀랐고, 같이 축구 보기를 제안했다. 토니 아저씨와 토트넘과 인터 밀란과 UEFA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1, 2차전에서 가레스 베일의 스타 플레이어 탄생을 보며 함께 환호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홈스테이 생활이라는 게 어느 정도의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기에 가족과의 관계는 나쁘지는 않았지만 그리 좋지도 않았고 좀 더 편한 생활을 위해 이사를 했다. 토니 아저씨는 축구 같이 볼 사람이 없다며 아쉬워했고 내심 토트넘 경기라도 같이 안 봤으면 더 일찍 이 집을 나왔을지도 모른다. 아저씨의 배려로 2011 아시안컵도 집에서 봤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처음으로 토트넘 팬도 만나서 축구 보면서 토트넘 이야기도 많이 나누며 토트넘에 대한 애정을 점점 더 키우게 된 계기가 되었다.
응원하는 팀이 어디니?
영국에 5년 째 살면서 사람들과 가장 편하게 대화할 수 있는 주제는 역시나 ‘축구’다. 때문에 상대방이 어느 팀을 응원하는지는 주요 관심사가 될 수 있고, 인간 관계를 시작하는데 1차적인 척도가 된다. 예를 들어 대답으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나 리버풀 정도의 무난한 대답이 나온다면 “왜?”라는 질문을 하지 않는다. 이유는 대충 짐작이 가니까. 하지만 “토트넘 팬이다”라고 대답을 하면 “음 흥미로운데- 왜?” 이러거나 “아니 (대체) 왜 좋지?” 이런 정도의 반응으로 나뉜다. 어떤 물음이든 왜인지에 대한 대답을 해야 한다. 좋아하는 이유가 한 두 가지가 아니지만 토트넘의 역사, 과거 전성기, 구단 레전드 등 뻔한 이야기 말고 최신 버전으로 채워 보려 한다.
(한 달도 채 남지 않은2015/16시즌)
Why now?
포체티노 감독과 진화 중인 토트넘
왜 지금이 토트넘 팬이 되기에 가장 적절한 타이밍인가? 많은 사람들이 토트넘을 UEFA유로파리그(리그 5위)에 진출할 실력은 되지만 챔스에 진출하기에는 부족한 팀 정도로 생각할 것이다. 리그 4위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지난6시즌 동안 도전해왔지만 2010/11시즌을 제외하고는 실패했다. 게다가 2013/14 시즌을 앞두고 레알 마드리드로 떠난 베일의 공백으로 토트넘의 전력 누수가 생겼고, 베일의 이적으로 발생한 이적료로 사들인 선수들의 활약이 기대에 못 미치면서 선수 운영에 문제가 많다는 비난을 받았다. 안드레 빌라스 보아스 감독과 팀 셔우드 감독이 팀을 차례로 떠났고 현재 마우리시우 포체티노 감독 체제하에 토트넘은 두 번째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2014/15시즌에 부임한 마우리시우 포체티노 감독과 다니엘 레비 회장)
포체티노 감독과의 첫 시즌은 비록 챔스 진출권을 따내지는 못했지만 절반의 성공을 했다. 토트넘은2014/15시즌 팀에 큰 변화를 주지 않았음에도 크리스티안 에릭센과 에릭 라멜라 등 두 번째 시즌을 맞는 선수들의 기량을 이전보다 끌어올렸고 해리 케인이라는 스타 플레이어를 만들어 냈다. 이를 바탕으로 팀을 리그 컵 결승전에 올려놓았고, 런던 라이벌 팀들인 첼시와 아스날을 꺾으며 토트넘 팬들에게 최고의 경기들을 선사했다. 다음 시즌도 목표는 챔스 진출이다. 토트넘은 2009/10시즌부터 상위권에 머무르며 계속해서 TOP4에 대항할 만한 팀으로 성장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포체티노 감독과 함께 챔스에 진출할 때가 되었다.
토트넘 경영진이 세운 세 가지 계획
토트넘의 현재 경영진은 2001년에 토트넘을 인수할 당시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목표를 세웠다. 1) 선수에 투자 2) 선수 양성 3) 새 경기장 건축 이 그 내용이다.
(2001년 토트넘 인수 당시, 출처 토트넘 홈페이지)
포체티노 감독은 선수 영입과 관련한 권한을 갖기를 원했고 다니엘 레비 토트넘 회장은 이를 도와주고 있다. 레비 회장은 선수들 영입 시 상황을 보다가 협상이 필요할 때는 직접 나서서 계약을 마무리 지을 정도로 이적 시장마다 능력을 톡톡히 발휘하고 있다. 그 동안 시행착오도 겪어오면서 실패도 했지만 현재는 신중하게 선수들을 주시하고 있다. 선수들을 팔 때 역시 손해보지 않는 거래만을 성사시키는 등 지난 시즌에는 이적 시장의 승자 중 하나로 평가 받으며 레비 회장의 능력은 이미 검증되었다. 토트넘의 실력 있는 선수들에게는 과감한 투자를 통해 선수들 지키기에 집중하고 있다.
(토트넘 아카데미 시스템을 통해 성장한 선수들)
축구 팬이라면 누구나 인정하는 해리 케인을 포함한 토트넘 유소년 출신의 선수들이 팀의 주축으로 성장하고 있다. 포체티노 감독의 축구철학과 토트넘 경영진들의 운영 철학이 맞닿는 것이 바로 이 부분이다. 포체티노 감독은 “유스팀에서 대체할 만한 선수가 있다면 굳이 새로운 영입을 하지 않겠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이번 시즌 토트넘 스쿼드만 봐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3월 7일 퀸즈파크 레인저스와의 경기에서 출전 선수들의 평균 연령이 약 23세(23세 290일)로 가장 어렸다. 또한 토트넘 유스 출신 선수들이 다섯 명 이상이 경기에 출전하면서 두 번째 세운 선수 양성의 목표에도 어느 정도의 성과를 나타냈다.
(새로운 홈구장 건설 부지.출처 토트넘 홈페이지)
마지막은 새로운 경기장 건설이다. 토트넘의 현재 홈구장인 화이트 하트 레인은 1898년부터 사용하고 있다. 좌석은 약 36,000석으로 경기장 규모는 크지 않다. 지난 2007년 토트넘은 홈구장의 수용인원을 늘리기 위해 경기장 신축안을 공개했다. 아직 이름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새로운 경기장 건축과 함께 지역의 재개발 사업을 함께하기로 했고 현재는 2018 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9일에 발표된 수정 계획안을 통해 경기장 규모를 61,000좌석으로 확대하고, 향후 10년 동안 최소 2회 프로미식축구(NFL) 경기를 개최할 것을 알렸다. 무엇보다 토트넘의 새로운 경기장 건설이 단지 경기장의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닌 지역의 재개발에 앞장선다는데 의의가 있다. 1,800명의 정규직과3,500명의 비정규직 일자리 생산과 매년 약 1억 2천만 파운드를 투자해 2억 9천만 파운드 이상의 이익 창출로 지역 경제에 이바지할 것이라는 계획도 발표했다. 토트넘의 새 경기장을 둘러싸고 공사 중에 대신 사용해야 할 경기장과 경기장의 네이밍 등 아직 해결해야 할 부분이 남아있다. 하지만 새로운 경기장의 건설 자체만으로도 구단과 토트넘 팬들을 설레게 만든다.
(토트넘의 새로운 홈구장 예상 디자인. 출처 토트넘 홈페이지)
마지막으로 토트넘 팬이어야 하는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팀에 대한 경영진, 선수 그리고 팬들의 애정이다. 레비 구단주를 비롯해 많은 구단 관계자들은 “Tottenham is not our club but their club (토트넘은 우리의 구단이 아닌 그들의 구단이다)”이라고 종종 이야기 한다고 한다. 그들은 누구일까? 바로 토트넘 팬들을 일컫는다. 화이트 하트 레인에 처음 직관을 갔을 때가 생생하다. 그곳에서 느낀 벅찬 감정과 스퍼스(토트넘과 팬을 가리키는 애칭)의 열정은 자부심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지금이야 말로 토트넘을 좋아하기 시작할 가장 적절한 타이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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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강님의 댓글
별빛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글 잘 읽었습니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