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4) 프로존, 데이터 분석으로 '승리 공식'을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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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라시스터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4,246회 작성일 14-12-07 23:50본문
프로존(Prozone), 데이터 분석으로 '승리 공식'을 찾다.
2003년에 발간된 '머니볼(Moneyball)'은 미국 메이저리그 팀 오클랜드 애슬레틱스가 재정 문제를 딛고 하위 팀에서 상위 팀으로 거듭난 실화를 바탕으로 쓴 책이다. 이 팀의 단장인 빌리빈은 통계 자료를 이용해 야구 선수를 분석하는 기법 중 하나인 '세이버 메트릭스'에 따라 선수단을 구성했고 이것이 그들의 성공 전략이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이하 EPL) 역시 지난 15년 동안 데이터 분석은 다른 팀과 경쟁에서 우의를 차지하는데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지난 주 열린 10경기에서 20개 팀 중 18개 팀이 프로존(Prozone) 프로그램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 듯이, 대부분 EPL 팀들이 데이터 분석을 통해 '승리 공식(Winnint Fomula)'를 찾으려 하고 있다.
데이터 분석 프로그램 '프로존(Prozone)'
스포츠 과학은 전 세계적으로 1930년에 처음 논의되기 시작했다. 1970년대 중반에 학문으로 정착되었고, 1997년 최초로 리버풀존무어대학에 'Science and Football'학과가 생겨 본격적으로 축구 선수 및 경기 분석 수업을 진행하면서 중요성이 더해지게 되었다. 1998년에 축구 데이터 분석 회사로 프로존(Prozone: Professional Zone)이 설립 됐다. 프로존은 영국 뿐 아니라 미국, 스페인, 일본, 인도 등에 지사를 두고 있으며 세계적으로 100개 이상의 구단과 연맹, 단체 등과 계약하면서 입지를 쌓고 있다. 첫 고객이었던 더비 카운티(현 2부리그)를 시작으로 현재는 18개 EPL팀이 프로존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고, 단골 손님인 에버튼은 10년간 연속으로 사용하고 있다. 지난 해 마드리드와도 계약에 성공했다.
*올해 2월 프로존 방문시 찍은 사진. what changes the game? (사진.라시스터즈)
프로존의 주요 서비스는 다음과 같다. 1)경기 중,경기 후 분석 2)상대팀 분석 3)심판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국내외 선수들 영입에 필요한 선수 분석. 본사는 잉글랜즈 리즈에 위치하고 있다. 리버풀존무어대학에 교육센터를 만들어 프로존 프로그램을 이용해 성과 분석 트레이닝 라이선스 코스(레벨1~레벨3)를 운영중이다. 영국 내 프로존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는 구단이 많아지면서 코치나 경기 분석관으로 일하기 위해서는 FA(잉글랜드 축구협회)에서 제공하는 코스들의 자격증과 함께 필수로 요구하는 자격증 중에 하나가 바로 프로존 분석 라이선스이다 (프로존과 코스에 대한 정보는 다음 링크에서 확인 할 수 있다 http://www.prozonesports.com/subsector/education).
*프로존 경기 분석 프로그램 교육중이다 (사진. 프로존 홈페이지)
Nerds vs Jocks
'Nerds'는 '컴퓨터만 아는 괴짜들', 'Jocks'는 '운동을 많이 하는 아이들'이라는 뜻이다. 책상에 앉아서 쌓는 지식보다는 필드 경험을 중요하는 생각하는 감독과 구단은 경기장에서 컴퓨터를 앞에 두고 선수들의 움직임일 프로그램에 기록하는 데 크게 반대했다. 그러다가 나중에 실패를 경험하고 나서 분석 프로그램을 받아들인 구단들이 있는데, 대표적 예가 플로렌티노 페레스 레알 마드리드 회장이다.
페레스 회장은 갈락티코 1기 멤버였던 클로드 마켈렐레를 당시 1,700만 파운드를 받고 첼시에 팔았다. 포지션 특성상 수비형 미드필더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저평가받기도 했고, 데이비드 베컴을 영입하려고 했기 때문에 최고의 수비형 미드필더 중 하나이자 수비의 핵이던 마켈렐레를 방출한 것이다. 30세라는 늦은 나이에 첼시로 이적한 마켈렐레지만 2005/2006시즌과 2006/2007시즌 첼시가 2연속 EPL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데 크게 기여했다. 첼시는 마켈렐레 영입을 역대 최고 영입작으로 꼽았을 정도였다. 마켈레레가 상대 선수와 공을 따내기 위한 몸싸움에서 다른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보다 2배 이상인 84% 성공률을 보였다는 점 하나만 확인했어도 페레스 회장이 최악의 방출이라는 실수를 저지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안드레 빌라스 보아스 전 토트넘 감독은 "축구를 숫자로 분석하는 것은 쓸모 없는 것이기 때문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며 토트넘이 10년 넘게 'Opta Sports'의 분석 프로그램을 팀 분석에 사용하고 있었지만, 분석 결과만을 가지고 팀을 운영하는 것에는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초기엔 완벽한 데이터 구축과 분석에 이용한 프로그램이 정확하지 않아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다. 때문에 분석 프로그램을 사용했음에도 선수 영입이 항상 성공적이었던 것은 아니었다. 퍼거슨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 감독도 이를 피해 갈 수 없었다. 2001년에 네덜란드 출신 센터백 야프 스탐을 갑자기 팔았는데, 당시 스탐이 자서전에서 감독을 비방한 것 때문이라고 밝혔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퍼거슨 감독이 초기에 분석 프로그램을 통해 선수를 분석하는 방법을 배우다가 스탐의 태클 수가 예전보다 현저히 줄어든 것으로 봤는데, 사실 크게 차이가 없었던 데이터를 잘못 읽었던 것 때문으로 밝혀졌다. 이후 스탐을 라치오와 AC밀란에서 뛰며 활약했고 2007년에 아약스에서 은퇴했다.
데이터를 사랑한 감독, 샘 앨러다이스와 아르센 벵거
데이터를 사용한 감독들도 있다. 영국에 축구 데이터 사용이 시작되던 1999년, 챔피언십(2부리그) 볼튼 사령탑을 맡게 된 샘 앨러다이스 감독(현재 웨스트햄 유나이티드 감독)은 구단이 재정적으로 여유가 없었기 때문에 실력 있는 선수들을 데려오는 대신에 통계학자를 고용하기로 졀정하고 프로존에 도와줄 것을 부탁했다. 앨러다이스 감독은 선수 시절 미국 템파베이 라우다이스 팀에서 1년 동안 뛰면서 미국 스포츠가 과학과 데이터를 활용하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에 이와 같은 대안을 생각해 낼 수 있었다. 프로존은 두 번째 고객이었던 맨유가 1998/1999시즌 트레블을 달성함으로써 회사의 이름을 알리고 있을 때였다. 만약 하부 리그에서 성공을 거둔다면 효과적으로 회사를 홍보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프로존은 볼튼을 도와 일을 했다. 그 결과 앨러다이스 감독의 볼튼은 2001/2002시즌 강등된 지 5년 만에 EPL로 복귀하게 됐다.
당시 앨러다이스 감독과 함께 일한 세 명의 분석가들은 '판타스틱 4'라는 모델을 만들고 네 가시 성공 전략을 세웠다. 첫째, 38경기 중 최소 16경기에서 상대 팀에 골을 허용하지 않는다. 둘째, 선제골을 기록할 시 70% 승리 확률을 갖는다. 셋째, 전체 골 중 1/3은 세트 피스에 의한 골이고, 골문 안으로 휘어지는 크로스가 골문 밖으로 휘어져 나가는 크로스보다 성공할 확률이 높다. 마지막으로 만약 볼튼 선수들이 상대 선수의 움직임보다 5.5% 더 빠르게 움직인다면 80% 확률로 지지 않는다. 이 네가지 전략에 맞춰 경기한 결과 2003년부터 2007년까지 볼튼은 연속해서 상위 8위를 기록하는 등 EPL에서 성공적인 시즌을 보낼 수 있었다.
* 지난 2012년 10월 6일 웨스트 햄 유나이티드와 아스날과의 경기에서 두 감독의 대화 모습 (사진.개티이미지)
축구 감독으로서 특이한 이력인 경제학 석사 학위를 취득한 아르센 벵거 아스날 감독 또한 1980년대 후반 AS모나코를 지휘할 당시 '톱 스코어(Top Score)'라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사용한 이후 꾸준히 데이터를 바탕으로 선수를 영입해 오고 있다. 2004년에 벵거 감독은 파트리크 비에라의 대체자를 찾기 위해서 모든 유럽 리그 데이터를 살펴보던 중 한 경기에서 14km를 뛰는 10대 소년의 기록이 눈에 들어왔다. 벵거 감독은 이 소년을 만나기 위해 프랑스로 건너갔고, 이때 아스날로 영입한 선수가 바로 올림피크 드 마르세유의 마티유 플라미니였다. 베테랑 미드필더 지우베르투 시우바를 밀어내며 아스날의 핵심 선수로 자리 잡은 플라미니는 2004/2005시즌부터 4시즌 동안 153경기에 출전했다. 이후 AC밀란에서 뛰다가 지난 시즌 벵거 감독의 부름을 받고 다시 아스날 유니폼을 입었다. 아스날 역시 프로존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고, 이제 10년째가 됐다. 뱅거 감독은 "신뢰성, 일관성, 전문성과 관련해서 훌륭하다"라고 프로존 제품 및 서비스에 만족감을 드러내고 있다.
데이터를 활용한 전략과 세계 축구의 흐름
지난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전차군단' 독일이 빅 데이터를 활용한 전략을 앞세워 24년 만에 우승을 차지하면서 다시 한번 '데이터 파워'를 확인 할 수 있었다. 독일은 대회 직전 자국 IT기업인 SAP사에 도움을 요청했다. SAP는 '매치 인사이트(Match Insights)'라는 소프트웨어를 독일 대표팀을 위해 특별 제작했고, 외신 기자들 사이에서 독일 대표팀의 12번째 선수로 '빅 데이터'를 꼽기도 할 만큼 성공적이었다.
* 독일 IT기업 SAP가 빅데이터 분석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SAP)
아시아의 축구 시장은 어떨까? 유럽에 비해 이전에는 아시아에서 경기 분석관이라는 직업은 생소하기도 했고, 그들의 일은 경기 동영상을 보고 전략을 분석하는 등 역할이 다소 제한적이었다. 하지만 점차 아시아 축구 시장에서도 데이터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하나 둘씩 프로그램 개발에 나섰다. 지난 2월 프로존에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프로존은 아시아 시장으로 진출에 대해 굉장히 관심을 보였었는데 일본에 지사를 두고 있지만 성공적이지는 않다고 얘기하면서 다른 전략으로 중국과 한국 시장에 진출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프로존의 아시아 시장 진출의 성공은 다소 불가능해 보인다. 아시아의 한국을 비롯해 일본과 중국 역시 자국의 기업에서 축구 경기 분석 프로그램을 제공 받고 있고, 상대적으로 값 비싼 프로존 프로그램을 사용하는데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유럽 축구를 비롯해 아시아에서도 경기 분석을 위해 데이터들이 사용되고 있다는 것은 세계 축구의 흐름을 읽기에는 충분해 보인다.
글.라시스터즈
필자의 격한 한마디, "축구 경기 분석관이 되고 싶다면 데이터와 친해지세요!"
<격하게 스포츠>는 격하게 스포츠를 즐기고, 격하게 스포츠를 사랑하고, 격하게 스포츠를 알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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