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9) 잉글랜드 축구에 '루니 룰' 도입이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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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라시스터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481회 작성일 15-01-11 23:24본문
잉글랜드 축구에 '루니 룰' 도입이 가능할까?
PFA(잉글랜드선수협회) 고든 테일러 회장은 "영국 축구계에는 숨겨진 인종차별이 존재한다"며 지난 몇 년간 주장해오고 있다. 2012년 처음 주장 당시 잉글랜드 프로축구 리그(1부리그-4부리그)에 속한 92개 팀 중 단 4팀 만이 흑인 감독임을 지적했다. 올 시즌엔 단 2개 팀만 흑인 외국인 감독을 보유하고 있어 '인종 차별이 심화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져 오고 있다. 이에 테일러 회장을 비롯해 그렉 다이크 FA(영국축구협회) 회장, 제프리 웹 FIFA(국제축구연맹) 부회장 등이 '루니 룰'의 도입에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번 칼럼에서는 '루니 룰'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잉글랜드 축구계에 '루니 룰' 도입 가능성에 대해 논의해보려고 한다.
잉글랜드 축구계에서 인종차별과 흑인 지도자들
지난 10월 카를로 타베치오 이탈리아 축구 협회장이 인종차별적인 발언 때문에 UEFA(유럽축구연맹)로부터 6개월간 자격정지를 받았고, 지난 시즌 볼튼과 번리간의 경기에서 이청용을 향해 인종차별 발언을 한 축구 팬은 벌금과 함께 3년간 영국 내 모든 출입 금지 처분을 받았다. 이 뿐 아니라 경기장 안 밖에서 인종 차별과 관련된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다.
잉글랜드 프로 리그인 1부리그부터 4부리그까지 총 92개 팀 중에 챔피언십리그(2부리그)의 허덜스필드와 리그2(4부리그)의 칼라일 만이 흑인 감독이 팀을 지휘하고 있다. 필드 내 인종 차별에 대해 엄중한 처벌을 주는 EPL에 흑인 감독이 없다는 것은 조금은 의아하다. 지난 10월 4일에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흑인 감독 부재에 대해 첼시의 무리뉴 감독은 "축구계에 인종차별은 없으며 실력이 좋은 사람이 당연히 감독이 되는 것"이라고 말해 인종차별이 아닌 실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실력보다도 흑인 지도자들이 없는 것은 인종 차별이 존재하기 때문에 감독을 맡을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 조차 힘들다는 주장도 팽배하게 맞서고 있다.
선수의 약 25%가 백인이 아닌 선수가 잉글랜드 프로무대에서 뛰는 것을 감안하면 흑인 감독이 팀을 이끄는 팀이 단 두 팀이라는 것은 다소 의아하다. 테일러 회장은 "구단주들은 흑인 감독들보다 흑인 선수들을 영입하는 것을 더 반긴다"며 "이는 곧 인종 차별적이고 불균형을 초래 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Six-Point Plan & Rooney Rule
2012년에 존 테리, 수아레즈 사건으로 보여준 선수들 사이의 인종차별 문제가 크게 대두되면서 PFA에서 'Six-Point Plan'을 세워 인종 차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다. Six-Point Plan이란 무엇일까? (자세한 내용은 다음의 링크에서 확인 할 수 있다 http://www.thepfa.com/equalities/six-point-plan)
1) Expedite & Monitor 2) Sanctions & Education 3) Rooney Rule England 4) Data Collection 5) Gross Misconduct 6) Commitment to All
(PFA에서 제시한 Six-Point Plan과 함께 '루니 룰'논의가 처음 시작되었다)
이때 처음으로 '루니 룰(Rooney Rule)'의 도입에 대한 논의가 처음 시작 되었다. '루니 룰'이 무엇이길래 잉글랜드 축구계에서 이 룰의 도입을 외치는 것일까? 축구 팬들에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웨인 루니'로 인해 만들어진 룰인가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만, '루니 룰'은 2003년 처음 NFL(프로미식축구리그)에서 시작되었다. NFL의 피츠버그 구단주인 댄 루니의 이름에서 딴 것인데 루니 구단주는 'NFL Diversity Committee'의 회장이기도 하다. 간단하게 '루니 룰'이란 감독과 코치를 뽑을 때 흑인 또는 소수 인종 후보를 최소 한 명을 반드시 인터뷰 명단에 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즉 감독이나 코칭 스텝을 고용할 때 투명하고 공개적인 과정을 거친 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2003년 도입 당시 디트로이트는 이를 지키지 않아 약 3억원의 벌금을 내기도 했다. 이후 '루니 룰'의 도입으로 NFL에서 아프리카 계 미국인의 감독 및 코치의 수가 전체의 약 12.5%를 차지하면서 성공적인 제도로 자리잡았다.
MLB(미국메이저리그)은 1999년부터 감독이나 단장 등 구단 고위직을 선임할 때 흑인 및 소수 인종을 최소 한 명 이상 후보에 넣을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MLB 30개팀 가운데 3개 팀에서 흑인 감독을 선임 했고, MBL(미국프로농구)에는 30개 구단 중 무려 10개 팀이 흑인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다. 비교적 많은 흑인 감독들이 활약하고 있는 미국의 프로 스포츠리그에 성공적으로 도입해 불균형에 대한 문제를 해결했기 때문에 잉글랜드 프로축구에도 활용하려고 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다.
'루니 룰'의 도입? 새로운 제도?
'루니 룰'은 잉글랜드 프로축구에 적합한 제도가 될 수 있을까? EPL에서 감독 선임에 대해 떠올려 보자. 시즌 중반에 성적 부진의 이유로 감독이 경질 된다. 이미 구단주는 다음 감독을 위해 물밑 작업을 해둔다. 공개적으로 감독 자리가 공석이니 공개 지원하라고 하지 않기 때문에 시즌 중간에 감독이 경질되면 후임 감독이 바로 다음 경기부터 벤치에서 팀을 지휘한다. 따라서 '루니 룰'과 같은 선임 과정을 거치기에는 다소 한계가 있어 보인다. 또 구단수가 특정 소수 인종을 선소하는 경우가 아니고는 흑인 감독이 바로 선임 되는 것 역시 쉽지 않다.
하지만 긍정적인 것은 잉글랜드 축구계에 미국인 구단주들이 늘고 있다. 미국인 구단주들이 잉글랜드에 축구팀과 함께 미국에도 프로 스포츠 팀을 소유하고 있는 구단주가 있기 때문에 이에 영향을 받아 흑인 감독 및 코치 영입에 대해서 좀 더 개방적일 가능성이 있다.
웨스트햄 구단주인 데이비드 골드는 "흑인 지도자가 많은데 감독으로 뽑지 않는 것이 아니라 흑인 지도자 자체가 별로 없다"고 말하며 능력을 갖춘 흑인 지도자의 부재를 문제로 꼽았다. PFA에 따르면 코칭 교육 코스를 듣는 선수들 중에 약 18%만이 흑인 또는 소수 인종이라는 것이다. 또 영국에서 192명이 UEFA 프로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 중에 단 14명 만이 흑인 코치라는 것이다. 실제로 주위에서 FA에서 진행하는 코칭 라이선스 과정을 들었던 사람들이 과정에서 아시아 출신 교육생은 한국인이나 일본인 한 두 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영국 백인이라는 얘기를 종종 하곤 했다. 현직 선수의 1/4이 흑인인 만큼 많은 선수들이 유럽에서 성공적인 축구 선수로 경력을 쌓고는 있지만, 감독이 되는 데는 어려움이 있을 수 밖에 없다. 선수 은퇴 후에도 축구 관련 일을 하지 않는 은퇴 선수들이 많기도 하겠지만, 축구 협회나 연맹에서 이 선수들이 코칭 경력을 쌓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만들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렉 다이크 FA회장은 잉글랜드 축구에 루니 룰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AP통신에서 "축구 종주국이자 세계 최고 리그 중 하나인 EPL이 인종 차별에 반대하는 데 앞장서는 리그로 자부심을 내세우지만 흑인 감독이 한 명도 없는 것은 비정상적인 일"이라고 비판한 것 처럼 종주국 답게 이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 '루니 룰'이 잉글랜드 프로축구에서 완전히 도입되는 데는 한계가 있어 보이지만, 이 룰을 바탕으로 수정해서 도입하는 것은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협회와 구단에서 리그 및 팀 출신 선수들이 코치로서 경력을 쌓을 수 있도록 지원해주고, 감독의 교체가 잦은 EPL에서 시즌 중 감독 교체 시를 제외하고 시즌 후 새 감독을 영입할 때 공개 지원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여전히 '루니 룰'은 논의되고 있는 만큼 앞으로의 귀추가 주목된다.
글.라시스터즈
필자의 격한 한마디 "영국 축구에 흑인&소수 인종의 감독을 보길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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