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견문 코로나를 녹이는 눈내린 영국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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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윰윰쾅쾅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5,646회 작성일 21-01-29 13:23본문
영국의 겨울은 눈이 별로 내리지 않는다.
필자는 2년 전 갑작스럽게 내린 5cm의 폭설(?)로 인해 갑자기 비행편이 취소되는 일을 겪기도 했을 정도다.
축축한 영국의 겨울
지도를 펴고 살펴보면 꽤나 이상한 일이다.
영국의 위도는 생각 이상으로 높아서, 영국의 남부에 위치한 런던의 경우도 한반도 전체는 물론 대설지로 유명한 일본 홋카이도나 캐나다의 대도시들 보다도 높은 위도에 위치해있다.
스코틀랜드의 경우에는 오로라를 관찰할 수 있는 몇몇 북극권 도시들에 필적할 만큼 높은 지역에 위치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국은 눈이 많이 오지 않는 지역인데, 이는 멕시코만에서 북상하는 난류로 인한 해양성 기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눈이 많이 내리지 않는 것은 물론 겨울에도 한국과 같은 혹한을 경험하기는 어렵다.
생각해보면 육상이나 축구 등 여러 종목에서 하계올림픽의 강국인 영국이 동계올림픽에서는 순위권에서 찾기 어려운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일지도 모른다.
다만 영국의 겨울은 비가 많이 온다.
거의 이틀에 한번 꼴로 비가 내리는 것 같은데, 흩뿌리는 빗줄기의 영국 겨울은 축축하고 우중충하며 한국과는 다른 느낌의 서늘한 추위로 기억된다.
코로나로 집콕 생활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우중충한 날씨까지 이어지자 누구나 불평을 늘어놓고 있는 상황이다.
서늘한 영국과 혹한의 한국 겨울은 사람들의 생활모습까지 바꾸어 놓았다.
영국은 낡은 집이 아무리 춥다고 할지라도 벽난로와 라디에이터 정도로 버틸만 하지만, 모스크바보다 춥다는 한국의 겨울은 바닥 전체를 덥히지 않으면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다. 구한말 서양 선교사들은 한국인들이 바닥을 덥혀 몸이 구워지는 것을 즐긴다(!)라고 표현했을 만큼 한국인들의 온돌사랑에 대해 강한 인상을 받았다. 건축 시 난방이 우선 고려대상이 아니었던 영국집들은 2층, 3층으로 확장될 수 있었지만, 온돌이 필수적이었던 한국의 전통건축은 단층집에서 벗어나기 어려웠고, 그 규모도 작을 수 밖에 없었다.
코로나 블루를 녹이는 영국의 설경
그러나 이렇게 의외로 눈 구경 하기 어려운 영국 남부 전역에 지난 주부터 며칠간 꽤나 많은 눈이 내렸다.
운동이나 식자재 쇼핑 이외에는 외출 자제령이 떨어진 영국이지만, 오랜만에 내린 눈에 아이들은 공원으로 나와 썰매를 타고 눈사람을 만들며 눈을 즐겼다. 오랜기간 집콕으로 지쳐있던 영국인들에게 오랜만에 내린 눈은 코로나 블루를 극복하는 데에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눈내린 겨울 한국의 아이들은 아스팔트나 자동차 위에 떨어진 눈을 모아 눈싸움을 즐기지만, 영국은 도심 곳곳에도 공원이 펼쳐져있어 아름다운 설경이 펼쳐지는 곳이 많다. 필자가 거주하는 지역은 영국 여느 곳과는 달리 언덕이 많아, 눈이 쌓인 공원은 바로 썰매장으로 변신하기도 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다시 기승을 부리는 상황이지만, 영국의 경찰들도 이러한 상황에서 눈을 즐기는 영국인들을 별로 제지하지 않았다. 크리스마스 기간에도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모임을 여는 사람들을 범죄자 취급하고 싶지 않겠다’는 영국 정부의 대응방침이 첫 눈 속에서도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오랜만에 내린 영국의 눈은 코로나로 얼어붙은 영국의 겨울을 녹이는 전령이 되고 있다.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기 위해 공원으로 뛰쳐나온 영국인들의 모습에서 코로나 이후의 일상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사진출처: 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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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자님의 댓글
운영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제가 영국에 있을 떄는 유독 더 눈이 안와서 5년간 눈 오는거 본게 손가락에 꼽는거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