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견문 굿 스타일로 잘라주세요 – 타지생활의 어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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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윰윰쾅쾅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954회 작성일 19-08-22 08:09본문
낯선 곳에 첫 발을 내딛다 보면 예상치 못한 어려움을 겪게 되는 순간이 종종 발생한다.
마치 대한민국의 많은 남성들이 군대 이야기로 밤을 새울 수 있는 것처럼, 아무런 연고도 없는 데다가 언어도 문화도 다른 곳에 덩그러니 내던져진 유학생들, 이민자들 앞엔 밤을 새워 이야기 할 법한 에피소드들이 쏟아지게 마련이다.
간단한 영어인데 어떻게 말해야 할지..
얼마 전, 영국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던 필자의 지인은 머리를 자르러 갔다가 잊지못할 경험을 했다. 머리스타일을 어떻게 설명해야할지 몰랐기 때문에, 그 친구는 “굿 스타일로 잘라주세요”라고 했고, 이발소에 있던 아랍인 이발사와 손님들 모두 웃게 만들었다고.
이발사는 머리를 자르기 전에 이렇게 외쳤다고 한다.
“You wanna good style? Give him a good style!"
예컨대 1이 가장 짧고 5가 가장 길고 하는 식이다. 물론 영국 이발사들에게 한국과 같은 실력을 기대하는 것은 애초에 무리다.
영어로 인해 생기는 에피소드 영국에 산지 만 3년이 되어가지만 아직까지 영어는 어렵다. 특히 다양한 지방의 사투리나 외국인들의 영어발음은 솔직히 알아듣기 힘들다. 영국에 오기 전까지는 딱딱하게만 들리던 BBC의 영어가 가장 이해하기 쉬운 영어라는 것을 깨닫는다.
이러다보니 영어로 인해 생기는 에피소드들이 많은데, 특히 여러 가지 이유로 전화문의를 해야 할 경우에 그렇다. 전화너머로 들려오는 인도인 상담사들의 영어는 굉장히 집중하고 들어도 완전히 이해하기 힘들다. 필자 역시 전화상담을 하다가 끊어버린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본인확인을 위해 생일을 물어보는 과정에서 “Birth"를 ”Bath"로 알아들어 통화가 산으로 갔던 적도 있다.
몇몇 지인은 집을 구하는 과정에서 전화 영어가 부담스러워 부동산을 찾아 발품을 팔러 돌아다닌 경우도 있다고 한다. 아주 쉬운 표현도 기억이 나지 않고, 혹여 우스꽝스러운 표현은 아닌지 머뭇거리게 되는 순간은 비일비재하다.
다소 억울한 측면도 있다. 예컨대 우리는 한국에 사는 외국인들이 서툰 한국말로 말을 걸어오면 기특해하고, 때론 신기해하며 격려해준다. 그러나 인종을 불문하고 영어를 사용하는 것이 당연한 이 거만한 영어 종주국에서는 조금만 서툰 영어로 말을 걸어도 알아듣지 못하고 때로는 짜증스런 반응을 보인다. 그렇다고 줄임말, 속어, 때로는 문법을 건너뛴 말이나 흘려버리는 발음들을 어떻게 다 알아들으란 말인가!
알 듯 모를 듯 한 인종차별에 불쾌한 경험
외국생활을 하다보면 겪는 또 다른 어려움은 문화적 혹은 인종적 차이로 인한 차별경험이다.
꼭 직접적인 모욕과 같은 불쾌한 경험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알게 모르게 차별을 받는다는 느낌을 받는 것까지는 부인할 수 없다. 예컨대 한국인-혹은 동양인 친구들끼리 식당에 가면, 사무적으로 대하던 직원이 현지 친구들과 같이 갔을 경우 친절하게 응대한다거나, 길거리에서 전단지를 나누어주는 사람들마저 한국인 몇몇이 지나가면 말을 걸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차별이라는 인식도 못한 채 선입견을 가지고 동양인을 대하거나 희화화하는 사람들을 어쩔 수 없이 마주하게 된다.
외국생활의 와중에 겪게 되는 심적, 육체적 어려움은 이렇듯 생각지도 못했던 곳에서 예상치 못하게 다가온다. 한국에 살았으면 전혀 몰랐을 사소한 스트레스들 가운데 상당수는 개인적 차원에서는 해결하기 어려워 보인다. 그리고 어떠한 스트레스는 이 사회에서 오래 살수록, 높이 올라갈수록 더 강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필자의 지인 중 영국에서 변호사를 하시는 한 분은, 변호사가 되고 나서야 이 사회의 인종차별과 유리천장이 얼마나 심한지를 절감했다고 하니까 말이다.
다른 사회에서 이방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스트레스를 감내하는 일이다. 외국에서 나와 살아야 한국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말이 있듯, 한편으로는 외국에서 살아 봐야 한국인으로 살아가기에 한국만큼 좋은 곳이 없다는 말도 절감하게 된다.
(사진출처: 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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