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견문 낯선 나라에서 운전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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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윰윰쾅쾅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5,832회 작성일 19-10-04 10:14본문
영국은 런던 및 몇몇 대도시를 제외하면 대중교통이 체계가 그다지 좋지 않다. 특히나 도시간 이동은 상당 노선이 런던을 중심으로 연결되어있기 때문에, 버스나 철도를 이용할 경우 시간과 비용이 엄청나게 늘어나게 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그래서인지 영국에 살다보면 여행 등을 목적으로 종종 운전할 일이 발생한다. 한국 운전면허가 있다면 국제면허증을 발급받아 영국에서 1년간 운전이 가능하고, 그 이후에는 한국의 면허를 영국운전면허증으로 교환해서 별도의 5년간 운전할 수 있으니 마음만 먹으면 운전대를 잡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반대편에 위치한 운전석, 좁은 도로와 낯선 교통표지판에 생경한 길을 달리다 보면 여러 가지 에피소드가 생기게 마련이다.
영국에서의 운전이 어려운 이유
필자는 몇몇 나라에서 렌터카를 빌려 운전을 해본 경험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영국에서의 운전은 몇 가지 이유 때문에 더욱 어렵게 느껴졌다.
영국에서 운전할 때 무엇보다도 처음 마주하는 어려움은 역시 운전석과 주행로가 반대라는 사실이다.
도로에서 길을 건너거나 교차로에서 회전을 할 때 습관적으로 고개는 반대방향으로 돌아간다. 오죽하면 히드로 공항을 빠져나와 처음 마주하는 영어가 ‘Look right!’ 이겠는가. 한국에서의 운전경험이 많을 수록 반대편 차로의 문제는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기 때문에, 영국의 교차로에서는 천천히 좌우를 번갈아가며 살피는 습관 정도는 갖는게 좋다.
사실 이것보다 운전자를 난감하게 하는 것은 영국의 도로 상태다.
도심에선 수많은 일방통행로와 평행주차의 경험을 피할 수 없다. 구글지도를 따라 지방 도로를 달리다 보면 차가 다닐 수 있을지 의심스러운 오솔길이나 비좁은 길이 나오기 일쑤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한국 운전자들을 괴롭히는 것은 바로 원형교차로(roundabout)이다. 영국에서 처음 운전을 한 한국사람들 가운데에는 이 회전교차로에 익숙치 않아 몇 바퀴를 돌다가 탈출하는 경험이 한번쯤은 있을 것이다. 영국의 웬만한 교차로에는 신호가 거의 없고, 원형으로 회전하면서 자신이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나가게 되는데, 얼핏 쉬워 보여도 처음 운전하는 사람으로선 죽을 맛이다.
▲여긴 어디, 나는 누구? 라운드어바웃은 시계방향으로 돌고, 오른쪽에서 오는 차량 우선이므로 라운드어바웃 진입 전 반드시 속도를 멈추고 오른쪽에서 차량이 오는지 살핀다. 들어갈 때, 나갈때 지시등도 잊지 않고 왼쪽에 진입시에는 왼쪽 지시등을, 직진은 지시등 없이 간다.
이토록 익숙하지 않은 교통 시스템과, 한국과 비교해 열악한 도로 사정은 영국에서 운전하는 초보운전자들을 난감하게 하는 경우가 많다.
필자의 지인들 중에는 원형교차로에서 사고를 내고, 평행주차 과정에서 옆차를 긁고, 또는 익숙치 않은 도심 한복판에서 버스전용차로를 달려 백 수십파운드의 벌금통지서를 받은 경험이 있는 분들도 있다.
열악한 도로를 채우는 배려심 넘치는 운전자들
비록 이곳의 도로사정이 지옥과 같다고 할지라도 영국 운전자들의 매너는 천사와 같다.
무엇보다도 이곳 운전자들은 운전시에 양보를 잘한다. 난폭운전을 하는 사람은 어디에나 있게 마련이지만, 건널목에서 마주한 차량들이 하이빔(상향등)을 켜고 서로 양보하는 모습을 자주 마주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다른 운전자들을 위협하려고 쓰이는 하이빔이 양보의 상징이라니!
또한 한적한 마을 어귀의 도로 양 옆에 설치된 펠리컨 크로싱 역시 영국인들의 운전습관에서 나타나는 여유를 보여주는 것이다. 동그란 가로등 같이 생긴 이 녀석 앞에서는 보행자가 무조건 우선이다. 이곳에 사람이 건너가려고 서 있으면 차량은 반드시 정지해야 한다. 이것을 무시하면 교통법규 위반이다. 펠리컨 건널목을 건너는 보행자로서 말하자면 이보다 편하고 안전한 건널목이 없다.
(참고로 펠리컨 크로싱은(Pedestrian Light Controlled Crossing을 줄인 말이라고 한다)
한국에서의 운전과 영국에서의 운전을 비교하면, 다른 많은 분야의 경험과의 유사점을 발견하게 된다. 영국이 선진사회라는 점은 영국의 도로사정에서 느껴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영국의 인프라는 한국보다 많은 점에서 뒤쳐져 있는 것 같고, 불편한 점도 여럿 있다. 그러나 영국인들은 이러한 결점을 여유와 양보, 배려와 관용으로 채워나간다.
영국서부에서 반대편 차로와 좁은 일방통행에 당황하던 한 한국인 운전자는 어느 새 하이빔을 쏘면서 상대에게 감사를 표하는 이곳의 운전자로 변해가고 있다. 이런 점에서 영국 영국에서 운전은 이 곳에서의 삶에 적응도를 알려주는 또 다른 지표다.
(사진출처: 구글)
댓글목록
ghlagh님의 댓글
ghlagh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공감이 많이 가는 글입니다 제가 생각한것과 거의 비슷하네요 ㅎㅎ
운영자님의 댓글
운영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우리나라에서 라운드어바웃 운행 행태(?)가 가관이에요.
회전차량 우선인데도 자기가 직진이라고 들이대는 운전자들 너무 많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