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견문 외로움부 장관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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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윰윰쾅쾅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221회 작성일 20-02-04 17:23본문
브렉시트를 통해 영국이 고립되고 말 것이라는 예측이 난무하고 있지만, 영국정부는 사실 고립에 대해서 누구보다 진지하게 준비해오고 있다. 브렉시트로 인한 국가의 고립이 아니라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들을 위한 제도적 장치 이야기지만 말이다.
영국에서 오랜 기간 떨어져 살다 보면, 가끔은 이 나라 사람들은 도대체 우울증에 걸리지 않고 어떻게 살아갈지 궁금할 정도다. 일년의 절반은 잿빛하늘을 마주해야 하고, 사시사철 오락가락 비가 쏟아지며, 겨울에는 햇빛을 찾기도 힘들 정도니까. 그렇다고 한국처럼 먹고 마시고 놀 유흥거리가 많은 것도 아니다. 기껏해야 카페에서 따뜻한 차 한잔으로, 펍에서 맥주 한잔으로 몸을 녹이고 대화를 주고받으며 스트레스를 풀거나 하니까 말이다. 우울한 날씨는 사람의 심리에도 영향을 끼쳐 핀란드 같이 사회 안전망이 잘 갖춰진 나라마저도 높은 자살률을 기록하는데 영향을 준다고 한다.
▲ 외로움이야 말로 실패의 가장 큰 적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영국의 자살률은 OECD 평균, 혹은 평균보다 아래를 기록하고 있다. 영국의 빈부격차-혹은 우울한 날씨를 생각하면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결과가 도출된 배경에는 우울증과 사회적 고립에 대해 각별히 주의를 기울이는 영국 사회의 노력이 있다. 영국 정부는 매년 정신건강 및 우울증과 관련한 사회 동태 보고서를 발간하기도 하는데, 2015년에 발간된 보고서 ‘All for Health’ 에 따르면 영국 성인의 6명 가운데 1명은 근 시일 내에 정서적 불안과 같은 가벼운 정신장애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한다. 정신분열증이나 조울증 같이 보다 심각한 정신질환을 가진 환자의 수는 영국 전역에 걸쳐 55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며, 2017년의 경우 외로움과 고립감을 느끼는 사람들은 영국 전체 인구의 9분의 1에 달한다는 조사도 있다.
구체적인 통계를 살펴보면 우울증과 외로움, 정서적 불안은 암(15.9%)이나 심혈관장애(16.2%)를 뛰어넘어 의료보험부분 (NHS) 에서 가장 많은 지출 (약 22.8%)을 차지하는 분야이며, 2011년을 기준으로 잉글랜드 지역에서만 우울감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연 1050억 파운드에 달한다고 한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2018년는, 테레사 메이 총리는 스포츠 및 시민사회부 장관을 외로움부 장관 (Ministry of Loneliness)으로 임명했다! (해리포터에 나오는 마법부도 아니고 외로움부 장관이라니!)
외로움부의 설치는 당시 주변국가에서 조소의 대상이 되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러한 부처의 설립취지에 공감하는 목소리가 커져가고 있다.
정신장애와 외로움은 육체적 장애와는 다르게 발견하기 어려우며 항상 주변의 관심을 필요로 한다.
특히 2018년 또다시 OECD 자살률 1위를 기록한 한국의 경우 사회구성원 상호간의 관심과 배려는 다른 어떤 사회보다도 절실하다. 자살의 가장 큰 원인은 경제적 요인이 아니라 심리적 요인과 우울감이며, 우울증은 바로 외로움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 한동안 감소세를 보이던 한국의 인구10만명당 자살률이 2018년 다시 1위를 기록하였다
영국 사회에서 홀로 떨어져 살아가는 이방인인 유학생에게도 영국사회의 외로움 퇴치 노력은 곳곳에서 느껴진다. 학교 곳곳에는 우울감과 외로움을 상담받을 수 있는 센터가 운영 중이며, 뿐만 아니라 교수 및 동료들 역시 외로움과 우울감을 토로하면 누구보다 열린자세로 이해하려 노력해준다.
한편으로 제도적 장치를 떠나 언제나 상호간에 웃으며 인사하고 농담을 주고받는 영국인들의 일상 태도가 사회적 고립을 막아주고 사회의 결속력을 유지시켜주는 가장 큰 버팀목이 아닐까 싶다.
(사진출처: 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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