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견문 해외에서 한국의 위상을 느끼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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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윰윰쾅쾅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6,558회 작성일 19-04-08 06:24본문
영국을 오갈 때 가장 짜증나는 순간 중 하나는 바로 공항의 입국심사장을 통과할 때다. 잘못 걸리면 긴 대기줄에 갇혀 공항에서 2시간은 꼼짝없이 서 있어야 되는 것은 둘째 치고서라도, 긴 비행을 마치고 지쳐있는 사람에게 두 눈을 부릅뜨고 마치 불법체류자라도 대하는 양 이것저것을 캐묻는 입국심사관을 마주해야 하는 것은 정말 짜증날 때가 많다.
‘언제까지 영국에 머무를 것이냐? 출국할 항공권은 소지하고 있느냐? 영국 어디에서 머무를 것이냐?’ 등등 의심의 눈초리로 쏘아붙이는 여러 가지 질문에 제대로 답을 하고 난 이후에야 영국 땅에 발을 디딜 수 있다.
물론 한국인들의 상황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난민 혹은 테러리스트로 의심받는 아랍국가들의 사람들은 물론이거니와, 같은 아시아권이라도 필자의 중국-태국 친구들은 영국 여행을 위해서도 따로 비자가 필요하다고 하니, 3~6개월 간 비자없이 영국 및 유럽을 여행할 수 있는 한국인들은 얼마나 행복한 것인가.
올 여름부터 간소화되는 영국입국심사
영국에 들어오는 한국인들을 귀찮게 했던 입국심사와 관련하여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올 여름부터 영국에 입국하는 한국인들은 무인심사대에서 전자여권을 스캔만 하면 입국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유럽연합, 스위스, 미국, 호주, 캐나다와 뉴질랜드 같은 서구-영어권 이외의 국가로는 일본, 싱가포르와 한국 단 3개국가만 포함되었다고 하니 ‘우리나라가 그래도 꽤 괜찮은 나라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본래 한국과 싱가포르는 포함대상에서 제외되었지만, 영국에 입국하는 한국인 관광객 숫자가 날로 증가하고 있고, 또한 큰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없기 때문에 추가협상을 통해 전자여권을 이용 대상 국가에 포함되었다고 한다)
<사진1> 이번 여름부터는 한국인들에 대한 영국입국심사가 좀 더 간소화된다고 한다. 악명높은 히드로 공항의 입국심사대를 통과해야하는 여행객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필자는 지난 달 네덜란드에 잠시 다녀오면서 이미 전자여권을 통해 출입국을 경험해 본 일이 있다. 네덜란드에서 한국인들은 출국을 위해 길게 늘어선 다른 국가 사람들을 지나치고 무인출국 심사대를 이용해 바로 통과할 수 있었다. 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음은 물론, 내가 가진 여권의 힘과 위상을 깨닫는 순간이라 썩 기분이 좋았다.
우리나라의 위상은 다른 곳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유럽 내 수많은 대도시에는 수많은 한국기업들의 간판을 찾아볼 수 있다. 영국 뿐만 아니라 유럽의 대도시, 중소도시에서도 K-pop 파티를 개최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도 일본이나 중국과 한국을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고, 한국음식은 스시나 중국, 베트남 쌀국수를 먹던 이들이 별미로 찾는 요리에 머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한 국가의 이미지나 위상은 단시간에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10년 혹은20년 전과 비교했을 때 한국의 위상이 분명히 높아지고 있다는 점은 해외에 거주하는 한국사람으로서 분명 반가운 일이다.
<사진2> 해외에서 한국기업들의 광고를 찾기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제는 당연시되는 한국기업들의 활약이 결국은 우리의 위상을 높이는데 일조해왔다는 사실만큼은 부인하기 어렵다.
우리는 정말 지옥에 살까?
우리는 종종 한국을 헬이라고 자조한다. 그러나 실제로 우리는 그러한 지옥에 살고 있을까?
만약 당신에게 다른 국가의 여권으로 (무작위로) 변경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영국을 무인심사대로 통과할 수 있는 한국 여권을 쉽게 포기하고 그 기회를 택할 것인가? 지옥에 산다고 스스로를 저주하면서도 선뜻 그렇게 하겠노라고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한국이 지옥이라면, 세계에 지옥이 아닌 나라는 너무 적지 않을까?
한국은 서구의 몇몇 국가를 제한다면 일본 및 싱가폴 정도와 더불어 세계에서 제법 괜찮은 수준의 국격을 유지하고 있는 몇 안되는 나라 가운데 하나다.
오히려 해외에 나와서야 한국의 위상을 실감하는 순간이 종종 있다. 이번 영국정부의 입국심사 간소화가 바로 그러한 경우다.
(사진출처: 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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