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견문 깻잎이 먹고 싶어요 - 한국음식이 그리운 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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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윰윰쾅쾅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6,237회 작성일 19-04-24 19:43본문
타지에서 살다 보면 문득 한국이 그리워지는 순간들이 있다.
가족과 친구들이 그립거나, 명절이 다가올 때, 언어의 부족함을 절감할 때 등등 사소한 일에서도 종종 한국이 그리워진다. 영국 여름의 쾌적함을 즐기다가도 한국의 찌는듯한 더위와 에어컨 바람 앞에서 먹는 수박이 그리워진다거나, 방한이 잘 되지 않는 영국 집에서 으슬으슬 떨다가 뜨뜻한 온돌바닥이 그리워지는 순간들이 있다.
그 중에서도 영국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질 수록 한국 음식에 대한 향수는 점점 더 커져만 가는 것 같다. 심지어 필자는 한국에서 딱히 한국음식을 좋아한다고 생각하지도 않았던 소위 초딩입맛의 소유자였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영국 중소도시에서 한국음식 찾기
런던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런던 뿐 아니라 해외 대도시들에는 한국 음식점이 꽤나 많아졌고, 아시아 상점에 가면 한국상품도 쉽게 살 수 있으니까 말이다. 웬만한 대도시에서는 한국음식이나 한국의 화장품을 상점 진열대에서 때때로 마주할 수 있는 호시절에 살게 되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런던 이외 지역에서는 특히나 특정 한국음식이 강렬하게 그리워지는 순간이 있는데, 아시아 마트에 가서도 찾기 어려운 식재료들, 혹은 너무 비싼 재료들 그리고 음식점에서 먹어도 한국에서의 맛을 기대하기 어려운 음식들이 그것이다. 깻잎이나 부추 같은 식재료들은 찾기도 힘들고 발견하더라도 너무 비싸다. 짜장면과 치킨 같은 한국의 대표 외식들도 마찬가지이다. 소주 한병을 식당에서 먹으려면 7~8파운드, 한국돈으로 만원 이상을 지불해야 한다!
김치는 너무나도 귀한 음식
필자가 처음 영국에 도착해서 정착할 무렵, 한 한국인 지인의 집에 몇 주 동안 신세를 졌던 적이 있다. 타지 생활을 처음 시작했을 때라 영국 생활의 세세한 부분까지 잘 몰랐기 때문에 필자는 그 지인에게 보답한다는 마음에서 (지인 집의 식재료를 이용해)음식을 종종 만들어주곤 했다. 당시에는 처음 시작하는 자취생활에 의욕이 불타올랐는지, 남에게 대접하는 음식이라 재료를 아낌없이 넣어가며 다양한 요리를 만들곤 했다.
하루는 김치돈까스전골을 만들었는데 지인 집에 있던 김치를 아낌없이 투하해서 돈까스전골을 만들었다. 맛은 괜찮았지만 김치를 마구 넣어 만들었던 그 음식이 민폐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은 나중에 아시아 마트의 김치 가격을 보고 깨달았다. 한국에서는 반찬 개수로 세지도 않는 김치가 여기에서는 귀한 음식이었던 것이다.
한 사회의 음식을 알아간다는 것은 그 사회의 문화를 진정으로 이해한다는 것이라고 한다. 아직까지 영국 생활 3년차 유학생에게 영국 사회에 적응하는 일은 멀고도 어려운 과정처럼 보인다. 한국 음식에 대한 유혹과 향수에서 벗어나 영국음식을 진정으로 즐기는 날이 올 수 있을까. 자우어크라우트 김치를 먹으면서 타지에서 한국 음식을 그리워하고 있을 비슷한 처지의 유학생들에게 격려의 말을 전하고 싶다.
(사진출처: 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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