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견문 헬영국, 헤븐조선 ? (1) – 엉망진창 영국의 행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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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윰윰쾅쾅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5,815회 작성일 19-01-02 23:32본문
영국에 오래 머문 사람들 중에는 행정처리로 인해 분통이 터지는 경험을 해본 분들이 많을 것이다.
필자 역시 최근 영국에서 최악의 행정처리를 경험했다. 필자의 지인이 영국에 입국한 이후 10일 내에 수령해야 할 BRP 비자카드를 받지 못하게 된 것. 지정한 우체국에 있어야 할 BRP 카드는 몇 번을 찾아가도 해당 장소에 없었고, 결국에는 홈오피스 (영국의 내무부)에 문의 해보라는 답변을 받게 되었다. 영국의 홈오피스에 비자관련 문의를 하는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전화로 문의를 하면 ARS 응답만 지겹도록 반복될 뿐이며 그마저도 결국에는 관련 홈페이지 주소를 친절히(?) 알려주는 안내멘트로 끝나버리고 만다.
홈페이지에 접속하여 이메일을 보내면 삼일에서 오일 내로 연락을 준다는 자동답변 메일이 발송될 뿐 즉각적인 답변을 기대할 수도 없다. 업무시간은 9시에서 보통 4시반 정도로 근무시간은 철저하게 준수한다! (물론 점심시간도 칼같이 지킨다!!) 결국 필자의 지인은 10일내로 재발송 해준다던 BRP카드를 한달 째 받지 못하고 있다.
이메일 한통이 왔다갔다하는데 추가로 3-5일의 기간이 걸리니까, 내가 원하는 답변을 얻고 행정처리가 이루어지는데까지 수주일, 몇달이 훌쩍 지나가는 경우도 발생하다. 민원과 관련하여 공무원들을 대면 접촉하는 일은 애초에 크게 기대하지 않는 편이 현명하다.
헬영국의 속터지는 행정처리
필자는 BRP카드와 관련한 사례 하나만 들었지만, 사실 이러한 일들은 영국에서 꽤 자주 발생하는 것 같다. 주변의 지인들을 보면, 휴학신청을 한 이후에 비자를 재신청 함에 있어서 NHS 비용을 두 번 냈는데 환불 받지 못한 경우도 있고, 택배가 배송도중 증발(!)해버렸는데 택배회사에서는 어떠한 책임도 져줄 수 없다면서 경찰서에 연락해보라는 퉁명스러운 답변을 들은 적도 있다.
카운실택스 (주민세) 면제 서류를 몇차례나 제출했는데 세금을 내지 않았다며 법원출석 경고장이 날라온 사람도 있다. 이 나라에서는 본인이 수령해야만 하는 중요 서류나 택배를 받기 위해서 하루 종일 집안에 갇혀 있어야 하는 경우도 허다하게 발생한다.
통장 하나를 만드는데 일주일이 걸리고, 다시 은행카드를 우편으로 받는데 며칠이 소요된다. (상황이 이러하지만 이것도 매년 나아지고 있는 것이라고 한다) 시티 카운실에서 공무원 한명을 만나려면 예약을 해야하고, 병원에서 진료를 받으려고 해도 수주, 수개월이 걸리는 것은 예삿일이다.
▲영국 은행권의 태풍의 눈으로 떠오른 메트로 뱅크. 일주일 내내 은행 문을 여는 등 차별화된 서비스를 강조하고 있는데, 그 중에는 방문한 날 바로 계좌를 만들어준다는 (한국에서는 너무도 당연한) 서비스도 포함되어 있다!
영국과 대비되는 헤븐코리아의 눈부신 행정처리
필자가 한국에서 대학을 다닐 때, 한 수업에서 한국의 행정처리의 효율성에 관해 들은 적이 있다. 한국의 우정 업무의 정확도와 신속성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우편이 잘못 배달되는 확률이 1% 수준, 세계 최저수준이라는 이야기였다. 당시 수업을 들을 때는 대단치 않은 것쯤으로 생각하고 넘겼는데, 영국에 살면서 이 나라의 한심한 업무처리를 경험하다 보니 한국의 인프라와 행정시스템의 효율성을 그리워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에서 살다가 한국으로 들어간 필자의 지인 가운데에는 주민등록증을 재발급 받는데 며칠밖에 걸리지 않는데다가, 발급이 완료된 이후에는 동사무소에서 수령해가라는 전화까지 걸려오는 것을 보고 감동했다는 사람까지 있다. 한국의 행정처리의 신속함과 편리함은 외국의 불편함을 경험해봐야 비로소 깨닫게 되는 것이다.
한편으로 억울한 것은 수많은 한국 학생들과 공무원들이 영국의 행정시스템을 배우고 벤치마킹하기 위해 수만리를 건너온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배워야 할 영국인들은 한국의 시스템에 별다른 관심도 없는데 말이다!
남의 떡이 커 보이는 법
사람들은 본인들이 갖고 있는 것은 당연하게 여기면서 남이 가진 것을 부러워하고 크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필자 또한 유럽 생활에 대한 로망을 가득 안고, 유럽으로 건너 온 사람중에 하나이다. 그러나 영국에서 더구나 외국인으로 살다보면 느끼는 불편함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한국에서 너무나 당연하고 쉬웠던 일들도 여기에선 속터지고 느리게 진행되는 경우가 한두번이 아닌 것이다. 이러한 불편은 현지 영국인들도 느끼는 것 같은데, 한번 뿌리내린 시스템을 바꾸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 엉망진창인 영국의 사회정책, 행정시스템에 좌절하는 영국인들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 (I, Daniel Blake).
여유롭고 낭만적으로 보이는 영국생활의 이면엔 이러한 불편함이 상존하고 있다. 외국에 대한 무한한 동경이나 헬조선 운운하며 우리 스스로를 무조건적으로 비하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사실이 내가 영국 생활 3년차에 깨달은 바다.
(사진출처: 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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