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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견문 영국에 대한 오해와 진실 – (2) 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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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윰윰쾅쾅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8,419회 작성일 19-02-11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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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은 날씨로 악명이 높다. 오죽하면 ‘할 이야기가 없을 땐 날씨이야기만 해도 하루종일 이야깃거리가 떨어지지 않는다!’ 는 말이 있을 정도일까.

필자가 살던 지역의 경우 요 며칠 계속해서 비가 내렸는데, 어제 같은 경우에는 하루에도 비가 여섯 번이나 내렸다가 그쳤다를 반복했다. 내렸는지도 모를 부슬비도 종종 내린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렇게 변덕스러운 날씨가 있을까 또 싶다. 아일랜드의 경우 더블린에서 서쪽으로 차를 타고 달리면 하룻동안 사계절을 다 경험할 수 있다는 말도 있다고 하는데, 영국의 경우도 크게 다를 것 같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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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규칙한 날씨를 대변하듯 영국신사들의 이미지 속엔 항상 우산이 들려있다

서울이나 런던의 연평균 강수일은 연평균 100일 정도로 비슷한 편이지만, 한국의 경우 대부분 강수가 여름과 가을에 집중되어있는 반면, 영국은 사시사철 비가 내린다. 잉글랜드 중북부 지역은 일년에 150일 가까이, 스코틀랜드 지역은 연평균 200일에 육박하는 기간 동안 비가 내리는 곳도 있다 하니 사실상 비가 내리지 않는 날을 찾기가 더 어려운 셈이다.


같은 날 비가 내린다고 해서 다 같은 비도 아니다. 얼굴을 촉촉하게 적셔주는 기분좋은 가랑비가 내리다가도 갑자기 폭풍 같은 바람과 함께 우산을 뒤집어버리는 소나기가 내리기도 한다. 우리 이미지 속에 영국인들은 항상 한 손에 우산을 들고 다니는 신사들이지만, 실상은 불규칙한 날씨와 바람 탓에 우산을 쓰지 않고 대충 바람막이 한장만 걸친 채 웬만한 비는 맞고 다니는 영국인들이 절대 다수다. 가랑비에 우산을 쓰고 다니는 이들은 십중팔구 유학생이거나, 외국인 관광객이다.


썸머타임 이후 시작되는 우울한 겨울


10월 마지막 일요일에 썸머타임이 해제된 이후부터는 갑작스럽게 그리고 본격적으로 변덕스러운 날씨가 시작된다. 일러도 3월까지는 하루가 멀다 하고 주적주적 비가 내리고, 해는 유달리 빨리 떨어지며, 하루종일 축축하고 음산하니 빨래도 잘 마르지 않는다. 아침에 일어나도 하늘이 잿빛이니, 자꾸만 이불 속에서 나오고 싶지 않는 나날이 반복되곤 한다. 


사정이 이러하니 한국에서는 당연했던 태양빛의 소중함을 깨닫곤 한다. 흐린 날의 와중에 가끔 파란하늘에 햇살이 비추면 기분도 좋아지고 똑같은 풍경도 아름답게 느껴지곤 하니까. 왜 영국의 드라마가 특유의 음울한 분위기를 내뿜는지, 북유럽의 사람들이 햇빛만 나오면 왜 겉옷을 훌훌 벗어 던지고 일광욕을 즐기는지, 왜 왕좌의 게임에서 ‘겨울이 다가온다(winter is coming)’는 대사가 나올 수 밖에 없었는지도 이해하게 된다. 


편견을 걷어내고 살펴본 영국날씨


하지만 영국의 날씨가 ‘나쁘다’고 단정할 수 있을까.

그렇지만은 않다. 필자가 영국에 대해 ‘주워듣고 배워서 아는 것’과 다른 것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 것이 바로 날씨이기 때문이다. 영국하면 떠오르는 안개와 스모그(smog)는 겨울을 제외하면 거의 찾아볼 수 없다. 특히나 4월부터 10월 말까지 영국의 날씨는 그야말로 환상적이다. 이 기간의 기온은 너무 덥지도, 춥지도 않아 활동하기 딱 적당할 뿐만 아니라 일조량도 충분하고, 너무 습하지도 않아 에어컨을 필요로 하지도 않는다. 심지어 한여름에도 모기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이 한국과 비교해 좋은 점이다! (미세먼지 문제는 차치하고라서도 말이다!) 겨울철 날씨에 대해 일장 불만을 표했지만, 사실 살을 애리는 칼바람이 없다는 점은 한국 겨울과 비교해서 나은 점이다. 영국의 겨울은 우울하지만 코끝이 시릴 정도로 춥지는 않다.


london.jpg

▲우중충한 겨울을 지나고 나면 청명한 날씨가 여름내내 이어진다

사람들은 복잡한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 사건을 단순화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그런 단순화의 과정 속에서 편견이 발생하고 디테일과 이면(裏面)을 놓치게 된다. 영국의 날씨에 대한 악명 역시 이러한 편견 위에 존재하는 것 같다. 우중충한 영국 겨울 속에서 파란 하늘을 발견할 때 얻는 행복감을 발견할 자신이 있다면 오랜 영국생활에서도 날씨는 그다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한국생활에서 여름철 에어컨 바람과 수박화채에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까닭은 바로 한국여름의 찌는듯한 무더위가 있기 때문이고, 시베리아에서 불어오는 칼바람이 있기 때문에 겨울철 군고구마와 찐빵이 더 간절해지는 것처럼.


사진출처: 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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