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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변정담 한국과 영국이 정말 다른 건, 사회 지도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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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차돌아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6,699회 작성일 16-11-24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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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 살면서 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한번쯤 볼 기회가 없었던 것은 좀 아쉽다. 런던시내에 나갈 일이 있을 때면 종종 버킹엄 궁전 앞에 가보기도 하고, 여왕이 주말이면 와서 묵는다는 윈저 성에도 두 차례 가봤지만 여왕이나 영국의 로얄 패밀리를 볼 행운은 아직 없었다. 영국사람도 아니면서 영국의 로얄 패밀리에 관심을 갖게 되는 건 아무래도 항상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그들이 영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스타(?)이기 때문일 것이다. 영국 로얄 패밀리에 관한 이러 저러한 이야기는 영국인들뿐만 아니라 전세계인들에게도 늘 관심의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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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 영국 런던의 버킹엄 궁전

늘 언론에 주목을 받는 영국의 로얄 패밀리

최근에는 다이애나 비의 둘째 아들인 해리 왕자가 3세 연상의 미국 여배우와 사귄다는 내용이 언론의 주요 면을 장식했고, 이와 관련해 해리 왕자가 어머니인 다이애나 비에 부끄럽지 않은 아들이 되겠다는 인터뷰 내용이 한 신문의 헤드라인에 등장했다. 또한 찰스 왕세자의 장남이자 해리의 형인 윌리엄 왕자와 그의 부인 캐서린에 관한 이야기는 타블로이드 언론뿐만 아니라 BBC 등 주요 언론에서도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다.

물론 이렇듯 언론의 관심을 받고 있는 로얄 패밀리에 대해 모든 영국인들이 다 존경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은 아니다. 간혹 왕실 가족의 호화로운 생활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도 있고, 일부에선 왕실 가족의 사생활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영국 사람들에게 로얄 패밀리는 영국의 중요한 자산이자 전통적 가치로 인정된다. 가령 최근 버킹엄 궁이 60년만의 개보수 공사에 무려 3억 6,900파운드가 소요된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지만 그 엄청난 비용에 대한 불만보다는 궁 시설의 노후로 인한 안전 위험을 미리 대비하지 않은 것을 지적하는 목소리만 일부 제기되었을 뿐이다.

사실 이곳에 살면서 별로 하는 것도 없으면서 대단히 호화로운 생활을 하는 로얄 패밀리들에 대해 영국인들이 별다른 반감이나 저항을 보이지 않는 것이 궁금하기도 했다. 수 억원 짜리 장남감을 갖고 노는 로얄 베이비에 대해서도 별로 무관심해 보이고, 심지어 지역 공원의 나무 한 그루도 여왕의 재산이라는 이곳에서 영국인들은 왜 여왕이나 로얄 패밀리의 기득권에 대해 별다른 반감을 갖지 않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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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2> 영국의 왕세손 윌리엄(좌)과 해리 왕자

우선 영국인들은 국가의 상징적 의미로서 로얄 패밀리의 가치를 인정한다. Commonwealth로 불리는 전세계 영 연방국들간의 유대적인 관계가 지속될 수 있는 것도, 영국이 여전히 모국으로 불리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도 영국에 로얄 패밀리가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경제적 외교적 측면에서 로얄 패밀리는 충분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여기에 이들이 생산해 내는 광고 효과, 관광 효과 역시 엄청난 것은 사실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결국 그들의 자부심

그와 함께 영국인들이 그들 의식 속에서 로얄 패밀리를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데에는 바로 이들이 실천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있기 때문이라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찰스 왕세자와 다이애나의 결별 이후 왕실 내 잡음이 대중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도 하지만, 적어도 귀족으로서 왕실로서 자신들이 지닌 부와 권력, 명성은 사회에 대한 책임과 함께 해야 한다는 노블리스 오블리제 의식이 이들 영국의 상위 계층에는 뿌리 깊이 새겨져 있다. 말썽쟁이 해리 왕자가 아프간 최전선에서 군복무를 하고, 응급 헬기 조종사로 평범한 직장 생활을 마다하지 않던 윌리엄 왕자의 이야기는 그저 국민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왕실의 일회성 제스처라고 보기는 어렵다.

또 하나는 영국인들이 오랜 왕실의 전통을 유지해 오면서, 귀족과 일반 서민들간에 적절한 선을 유지해 왔음을 알 수 있다. 물론 그 선은 예전처럼 귀족과 평민이라는 주종관계의 선은 아니다. 과거 왕족 외에 귀족의 작위를 받은 사람들은 나라를 위해 공을 세운 사람들이니 그들에게 부여된 작위와 재산이 후손들에게 물려주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여길 뿐이다. 오늘날에도 영국 왕실은 국가적 공을 세우거나 명예를 높인 사람들에게 작위를 부여하고 있다. 귀족들 역시 자신들의 조상들 덕분에 귀족의 작위를 위지하고 특혜를 누리고 있지만, 그에 걸맞은 품위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사회에 기여함으로써 귀족의 신분을 유지할 명분을 지키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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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3> 리멤버런스 데이 참전용사들의 퍼레이드

지난 주말은 이곳 영국인들에게는 리멤버런스 선데이(Remembrance Sunday)였다. 1차 세계대전 종전 기념일이자 영국인들에게 현충일과 같은 날로 매년 11월 11일을 리멤버런스 데이로 부르고, 11월 11일에 가까운 일요일을 리멤버런스 선데이라 부른다. 이날은 국가를 위해 전쟁에 나선 참전 용사들을 추모하고 기념하기 위해 영국 전역에서 각종 퍼레이드가 열린다. 필자가 살고 있는 작은 마을에서도 주민들의 자발적 퍼레이드와 추모행사가 있었다. 그날 필자는 런던 시내에 있었는데, 정말 많은 참전 용사와 군인들의 긴 퍼레이드를 구경할 수 있었다. 가슴에 훈장을 달고 자랑스럽게 행진하는 사람들과, 그들을 향해 환호와 박수를 보내는 사람들.

영국 국민들은 바보가 아니다

어찌 보면 너무나 자연스럽고 당연한 모습인데 필자는 그런 영국인들을 부러운 눈으로 쳐다볼 수 밖에 없었다. 우리나라에도 귀족은 아니지만 명문가(名門家)가 있고, 사회 지도층들이 있다. 하지만 대통령부터 시작해 정치가, 기업가 등 우리 사회의 지도층에 있는 사람들은 왜 늘 이 모양일까 하는 생각에 정말 안타까울 뿐이다. 영국의 국민들은 바보라서 로얄 패밀리의 부와 명성에 저항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적어도 그들은 자신들에게 부여된 부와 명성, 권력을 나라와 국민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들만을 위해 쓰지는 않는다. 정말이지 영국인들의 눈에 한국은 참 이해하기 힘든 나라일 수 밖에 없다. 오늘도 그런 한국의 소식을 묻는 영국인들에게 이를 설명하기가 너무 힘들다.

(사진 출처 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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