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변정담 축구와 원전에 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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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차돌아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961회 작성일 17-10-31 10:58본문
우선 축구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영사 칼럼에 라시스터스님께서 오랫동안 축구와 관련된 칼럼을 쓰고 계시니 필자의 축구 이야기는 전문적인 의견은 아니다. 다만 최근 축구와 관련된 이런저런 뉴스를 접하면서 몇 가지 생각이 들어 여기서 이야기해보고 싶어서일 뿐이다.
우선 최근 한국 축구 몰락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월드컵 9회 출전의 대기록을 세웠음에도 FIFA 랭킹 역대 최하위, 평가전에서의 연이은 졸전 등으로 많은 축구축구팬들로부터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인구 35만의 나라 아이슬란드가 사상최고로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다는 뉴스도 나왔다. 이어서 발표된 FIFA 랭킹에서도 21위에 올라 한국의 62위와도 상당한 차이가 난다.
<사진1> 아이슬란드 축구팀이 이룬 성과, 아이슬란드만큼 신선하다
미래에 대한 투자, 성과로 이어져
이렇듯 최근 드러난 두 나라의 축구 성적에는 미래에 대해 꾸준히 투자해온 아이슬란드 축구와, 과거의 영광에 젖어 뿔뿔이 흩어진 한국 축구의 오늘이 극명하게 대비된다. 전문가들은 아이슬란드 축구 성공 비결로 유소년과 지도자 육성, 시설 투자 등 10년 이상의 장기적인 계획으로 이룬 성과라고 평가했다. 또한 최근 한 영국매체는 유소년 축구교육 정책, 충분한 경기시설 확보, 다양한 스포츠 교육, 미래를 위한 계획 등 4가지를 아이슬란드 축구 성공의 비결로 꼽았다.
결국 장기적인 계획에 의한 꾸준한 투자와 조기 교육이라는 어찌 보면 당연한 원리에 의한 결과인 셈이다. 지난 시절 영국에서 살면서 늘 놀랍고 부러웠던 것은 아이들이 학교에서 축구뿐만 아니라 다양한 스포츠를 접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프라이머리 스쿨에 다니는 셋째 아이는 축구를 가장 좋아하긴 했지만 다양한 스포츠를 학교에서 배웠고, 세컨더리 스쿨에 다니는 큰 아이는 매월 종목을 바꿔가며, 축구뿐 아니라 럭비, 볼링, 조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스포츠를 배울 기회를 누렸다.
아이들은 다양한 스포츠를 통해 배워
교육 당국은 어릴 때부터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다양한 종목에 참여할 기회를 줌으로써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신체 건강뿐만 아니라 강인한 정신력, 공정한 스포츠 정신들을 배울 수 있도록 했다. 여전히 축구든 뭐든 엘리트 스포츠에 빠져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몇몇 국제대회에서 일시적인 성과를 거둘 수는 있지만 그 성과가 지속될 수 없는 것은 자명하다.
<사진2> 최근 한 경기에서 자신의 실수로 패배한 벤피카의 18세 골키퍼를 위로하는 상대팀(맨유) 선수들. 다음세대를 격려해 주는 모습이 참 아름답다.
물론 스포츠가 꼭 국가 스포츠가 되어야 할 필요는 없다. 국가대항 스포츠 경기에서 좋은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해서 또한 그 나라의 경기력이 낮다고 평가할 수도 없다. 우리 나라의 많은 축구 선수가 이미 해외에서 상당한 실력을 인정받고 진출해 있다는 사실은 우리나라 축구 수준이 많이 향상되었다는 이야기다. 다만 스포츠는 일부 엘리트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국민 건강의 척도라는 점에서 우리의 축구 교육 환경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결국은 스포츠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가 국가 대항전에서 순위가 아닌 국민 건강의 향상과 기회의 평등, 과정의 공정이라는 스포츠 정신의 실현이라 보았을 때는 더욱 그렇다.
의료보장제도의 주 목표는 생활체육시설 확대
결국 스포츠 역시 다음 세대를 내다보는 고민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이다. 북구의 선진국인 덴마크 국가의료보장제도의 주 정책목표가 의료 서비스의 개선에만 있지 않고 더 많은 녹지와 생활체육시설을 확대 하고 개선하는 데 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당장 아픈 사람들을 치료하고 지원해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민의 건강 자체를 증진시킴으로써 장기적인 의료보험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모든 사회 분야에서 이런 멀리 보고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만인의 만인에 의한 경쟁과 투쟁의 시대에 지나친 경쟁만이 있고 미래 세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없다면… 상상하기 두렵다.
<사진3> 덴마크의 의료보장제도가 그 나라의 행복지수를 높여준다고 한다.
최근 고리원전 5,6호기 건설재개와 관련된 이슈가 있었다. 새 정부는 탈원전을 정책 목표로 정하고, 현재 건설중인 고리 원자력발전소 5,6기에 대해 건설 중단 여부를 묻는 전국민 공론화 과정을 거쳤다. 이 과정에서 찬성과 반대 의견이 팽팽이 맞섰으나, 공론화위원회의 최종 발표는 59.5% 대 40.5%로 공사재개 의견이 앞서, 고리원전 5,6호기 건설은 재개되기로 했다. 이 공론화, 숙의과정에서 상당수의20,30대에서 상당수가 찬성 쪽으로 의견을 바꿨다는 분석이 나왔다.
오늘을 희생할 때도 있는 법
숙의 민주주의의 성과이긴 하지만 필자는 개인적으로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다. 논의 과정에서 과연 얼마나 미래에 대한, 차세대에 대한 논의가 중요하게 다루어졌을지 의문이 든다. 현재의 경제논리를 중심으로 본다면 건설 중인 원전을 무효화하는 것은 비합리적이고 고비용을 초래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더 먼 미래를 생각한다면, 무엇이 옳은 선택일까 우리는 늘 고민해야 한다.
<사진4> 정부는 고리 원전 5,6호기 건설을 재개하기로 했다.
이제 미래를 걱정해야 한다. 그리고 때로는 미래를 위해 오늘을 희생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오늘의 희생이 반드시 100% 밝은 미래를 가져온다고 보장할 수 없고, 오늘이 주는 가치가 더 중요하다는 욜로(YOLO)의 시대에 참 받아들이기 힘든 이야기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늘 역사는 미래를 준비하는 사람들, 내일을 꿈꾸는 사람들에 의해 지속되어 왔음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사진 출처 : 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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