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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변정담 다민족 사회 영국과 디아스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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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차돌아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7,964회 작성일 16-05-25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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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은 다 민족 다 인종 국가일까?

스스로를이민자의 나라라고 부르는 미국만큼은 아니지만, 최근 들어 전세계에서 건너오는 이민자의 수가 늘어나면서 영국의 런던 등 대도시는 세계의 다양한 인종과 민족들의 집적소가 되어가고 있다. 하지만 아직 영국 사회 내에는 이들 다양한 인종과 민족에 대한 포용과 기회의 가치보다는 이민자들을 향한 불만과 갈등의 불씨가 휠씬 더 크게 내재되어 있는 것 같다. 브렉시트(Brexit: 영국의 EU탈퇴) 논란 역시 그와 같은 영국 사회 내 잠재된 이주민에 대한 불만의 표출이다.

그럼 영국에는 얼마나 많고 다양한 이민자들이 살고 있을까? 우선 영국에서 거주하는 가장 많은 이민자 집단은 주로 인도나 파카스탄 출신이다. 이들은 20세기 초 식민지 시절부터 이곳 영국으로 이주해 와 살면서 현재는 이미 영국 사회구성원의 커다란 한 축을 이루고 있다. 또한 중국인들이야 세계 어느 나라에나 많지만 이곳 영국에는 유독 더 많은 것 같다. 더욱이 영국과 특수관계에 있던 홍콩이나 싱가폴에 거주하던 중국인들까지 상당수 이주해 옴에 따라 이들 중국인(화교)들은 영국인구의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 런던 시내 한복판에 있는 차이나타운은 영국뿐만 아니라 유럽 최대의 차이나타운으로 식당과 슈퍼마켓, 은행, 기념품점 등 마치 중국의 한 도시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들게 한다. 최근 영국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잉글랜드와 웨일즈 지역에 거주하는 인구 중 약 14%는 흑인이나 아시아계 출신(BME: Black or Minority Ethnic)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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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 런던의 차이나타운


최근의 고민은 동유럽 출신 이민자

최근 영국사회가 가장 고민하는 이민자들은 동유럽 국가 출신의 이민자들이다. 십여 년 전 폴란드, 루마니아 등 동유럽 국가들이 유럽연합에 가입하면서, 이들 국가 출신들이 서유럽 내로 대거 유입되었는데, 그 중 상당수가 영국으로 이주해 왔다. 더욱이 최근에는 유럽연합 내에서도 가장 심각한 경제위기와 실업률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탈리아와 스페인, 포르투갈 등 남유럽 국가들의 국민들까지 영국으로 대거 이주하고 있어 영국은 실로 미국 못지않은 다 인종, 다 문화 사회가 되어 가고 있다. 영국 이민청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영국 내 거주하는EU 회원국 국민의 수는 약 70만 명이 늘어났으며, 이중 49%는 폴란드와 루마니아 등 동유럽 출신이, 24%는 스페인과 이태리, 포르투갈 등 남유럽 국가 출신이라고 밝혔다. 이들 외에도 한국인과 일본인, 심지어 남미의 브라질과 칠레 등지에서도 상당수 이주민들이 일자리와 학업 등을 이유로 영국을 찾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는 이미 영국 사회 내 커다란 인구 축을 이루고 있는 이들 이주민들에 대한 영국인들의 시선이 썩 호의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체면을 중시하는 영국인들이 대놓고 이야기하지는 않지만, 사회 저변에 깔려 있는 인종차별 외에도 이들 이주민들로 인해 자신들의 삶이 더 나빠졌다는 인식이 상당히 존재하고 있다. 다시 말해 세계 각지에서 온 이주민으로 인해 영국인들은 자신들이 일자리를 잃게 되고, 외국 이주민들에게 지나친 복지혜택을 줌으로써 결과적으로 영국 본주민들의 삶의 질은 하락하고, 영국 재정은 더욱 악화되었다는 것이다. 결국 이와 같은 영국인들의 불만이 이번 6 23일로 예정된 영국의 EU탈퇴, 즉 브렉시트 논란으로 연결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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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2> 많긴 많은 영국의 동유럽 이민자들


이민자들 땜에 일자리도 뺏기고 복지재정도 악화되었다고 ?

그렇다면, 영국인들의 불만대로 이들 이민자들이 정말로 영국인들의 일자리를 뺏고, 영국의 복지 재정을 파탄 나게 했으며, 사회 내 각종 범죄와 혐오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 사실일까?

우선, 좋든 싫든 영국은 이미 상당히 다 인종 다 문화된 사회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만 할 것 같다. 얼마 전 런던 시장에 당선된 사디크 칸은 파키스탄 이민자의 아들로서 최초의 무슬림 런던 시장이 되었다. 또한 뉴스에 많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지난 4월 영국의 전체 대학생을 대표하는 대학생연합(NUS)에 무슬림의 흑인 여학생이 최초로 당선되기도 했다. 물론 낮은 투표율(런던시장)과 간접투표(NUS)로 인해 대표성을 문제 삼는 이들도 있지만, 이제 영국의 주류 사회 내에 이들 이민자들이 전체를 대표할 만큼의 위치와 영역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로 받아들여야 만 할 것이다.

두 번째, 이들 이민자들이 영국인들의 일자를 뺏는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달리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사실 대학 교육 이상을 받는 영국인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정확한 통계치는 알 수 없으나, 중등교육의 학력인증 시험인 GCSE란 시험을 통과하여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는 A레벨로 진학하는 학생비율이 전체 학생의 절반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보면, 영국인들의 고등교육에 대한 열망은 그다지 크지 않은 것 같다. 더욱이 일부 유명 사립학교를 제외한 그래머 스쿨 (일종의 특목고) 재학생의 상당수는 자녀들 학업에 열성인 이민자들의 자녀들이다. 영국의 병원에는 파키스탄이나 인도 출신의 의사들이 꽤 많이 만나 볼 수 있는데, 이민자들의 똑똑한 자녀들은 의사나 변호사가 되기를 선호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런던시장이 된 사디크 칸 역시 학창시절 꿈은 의사였는데, 논쟁을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담당 교사가 법대 진학을 추천하게 되면서 결국 변호사가 된 전형적인 파키스탄 이민자의 똑똑한 아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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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3> 영국의 런던 시장, 사디크 칸


부족한 고급 인력을 위해 이주민이 필요한 영국의 현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영국 정부 역시 고등교육을 받은 해외 이주민들을 많이 유치하려 하고 있다. 최근 교원 수 부족이 영국사회의 큰 사회 문제 중 하나인데, 이들 부족한 교원을 충원하기 위해 일부 지방정부는 남유럽 출신의 대졸자들을 교사로 적극 유치하도록 이들에게 학비를 보조하고 있다는 기사도 나온다. 또한 영국 이민청의 발표에는 적어도 1년 이상 영국에 거주하기 위해 이주해 오는 유럽연합 회원국 국민의 70% 이상은 이미 일자를 구한 상태에서 이주해 온다고 한다. 결국 이주민들이 일자리도 없이 영국에 들어와 영국인들의 일자리를 뺏어가는 것이 아니라, 영국의 각 경제 섹터들이 이들 해외 인력을 원하고 있는 것이다. 자국민 출신 중에서는 마땅한 인력이 모자라기 때문에 말이다.

세 번째, 이들이 이주해 옴으로서 NHS 등 영국의 각종 복지혜택을 무상으로 누리면서 상당한 재정손실을 가져온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다소 회의적이다. 일단 최근에 영국은 비자 발급 비용을 대폭 올리거나 심지어 과거에는 무상이던 NHS 의료보험 혜택도 없애고, 영국에 비자를 받기 위해서는 의료보험 비용까지 상당액 지불하도록 하고 있다. 몇 년 살다 가는 사람들에게는 그만큼 적잖은 돈을 받아서 비자를 발급해 주고 있는 것이며, 이곳에 정착해 살고 있는 사람들은 이미 세금을 내고 있으니, 그들이 무상으로 복지혜택을 받아간다는 주장은 맞지 않는 것 같다. 또한 이민자들로 인한 각종 사회범죄가 증가했다는 지적 역시 정확한 수치는 알 수 없지만 실제로 뉴스에서 접하는 강력 범죄의 대부분은 백인들이 범인인 경우가 많다. 물론 이민자들 중 상당수는 어려운 생활을 해 나가고 있어 이들이 영국의 저소득층에 대한 복지혜택을 가져가거나 크고 작은 범죄에 연루될 가능성이 있을 수는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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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4> 주요 이민자 현황


역지사지하는 자세가 필요

결국 이민자에 대한 영국인들의 불만과 비난이 다소 과장되거나 자기중심적인 사고에서 나온 것으로 보여지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의 지적이 반드시 잘못되었다고는 할 수 없다. 왜냐하면 영국에 사는 이민자들 역시 지나친 자문화 중심주의에 빠져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수 천년 동안 해외에 떠돌면서 자국의 문화를 지켜온 유대인의 디아스포라가 이곳 영국에 사는 모든 이주민들에게도 발견된다. 이민자들이 자국의 문화를 간직하고 사는 것을 나쁘다고는 할 순 없겠지만, 사실 영국인들의 입장에서 보면 다소 거슬릴 만도 하다는 생각이다. 만약 우리나라 서울의 어느 동네에 많은 외국인들이 자신들만의 타운을 이루면서 자신들의 언어만을 사용하고, 자신들의 생활습관과 복장만을 고집하고 살아간다면, 과연 좋게만 느껴질까. 특히 이슬람 전통이 강한 국가들의 경우 많은 여성들이 때와 장소에 상관없이 히잡을 둘러쓰고 다니는 모습은 그들의 전통을 인정해야 한다는 당위에도 불구하고, 나 역시 다소 거슬리게 느껴질 때가 있다.

이제 역지사지 하는 마음이 필요할 때다. 세상은 이미 글로벌화된 사회이다. 우리만의 문화를 지키며, 우리만의 공간에서 사는 것은 점점 불가능해 질 것이다. 글로벌 시대에 다문화 사회 속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사회 내 다양성을 인정하는 제도적 장치도 중요하지만, 사회 구성원들의 보다 열린 사고와 마음이 필수적이다. 영국 의회가 사회다양성위원회를 통해 이와 같은 영국사회 내 편견과 차별을 없애기 위해 애쓰고 있는 만큼 이민자들 역시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지혜와 오픈 마인드를 가질 필요가 있다. 영국인들이 대체로 이민자들에게 가깝게 다가가려 하지 않고, 적잖은 인종적 차별과 편견도 내보이긴 하지만, 서로의 마음을 좀 더 열어 대화를 나눈다면, 그들도, 우리도, 지금보다는 더 나은 영국에서의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잘못된 부당한 인종차별에 대해서는 단호한 대처도 필수적이지만 말이다.

나와 아내는 오늘도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 주러 가면서, 한국인 부모들뿐만 아니라, 영국인 부모, 브라질 엄마, 포르투갈 아빠, 케냐 엄마, 일본 엄마, 홍콩 엄마, 중국 엄마, 멕시코 엄마, 프랑스 엄마, 그리고 북한 아빠와 인사를 나누게 될 것이다. 이 얼마나 좋은 일인가?

(사진 출처 : 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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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운영자님의 댓글

운영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영국인들의 이민자들에 대한 저런 인식 때문에 정작 손해를 보는건 한국 유학생들인거 같습니다.
한국 유학생들은 영국에 가서 엄청난 돈을 쓰는데 반해 돈을 번다고 해봐야 알바로 얻는 돈 뿐인데 매년 바뀌는 비자법 등으로 이제 영국으로 유학가는게 수월하지만은 않은거 같아요.

코다님의 댓글

no_profile 코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와 정말 통찰력있는 글입니다. 글쓰니님은 작가신가요?ㅎㅎ 향후 영국에 이주노동 정책 관련 석사를꿈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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