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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변정담 갈등을 먹고 사는 한국과 영국의 정치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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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차돌아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701회 작성일 16-07-21 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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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이야기를 다시 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지금 영국에는 브렉시트 후폭풍이 쉽게 가시지 않고 있는 분위기다. 지난주 캐머런 총리의 후임으로 테레사 메이 총리가 마가렛 대처 이후 첫 여성 총리로 취임하면서 비교적 빠르게 혼란을 수습해 나가고 있지만 여전히 대다수 영국민들의 불안감은 쉽게 잦아들지 않고 있다. 특히 유럽연합과의 구체적인 탈퇴 협상이 곧 시작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수많은 협상 조항에 대한 진행 여부에 따라 영국의 경제는 울고 웃는 롤러 코스트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BBC 등 주요 언론은 영국의 부동산 가격이 이미 “Under offer”(가격인하)에 들어갔으며, 계속해서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영국내외 경제단체들은 영국의 실업률이 현 5%대에서 6.5%대로 상승할 것이며, 이는 약 50만 명이 추가로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즉 영국이 브렉시트로 인해 유럽연합의 경제와 금융의 허브로서의 역할을 못하게 될 경우, 많은 해외 기업들이 영국을 떠날 것이며, 이웃나라인 네덜란드나 프랑스로 본부를 옮길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미 몇몇 주요 기업들은 이미 해외 이전을 결정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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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 영원한 적도, 동지도 없다. 보수당의 캐머런 전 총리와(우) 보리스 존슨 전 런던시장

여기, 영국은 브렉시트 후폭풍 여전

이런 가운데 영국 중앙은행은 경기부양을 위한 금리인하를 예고하기도 했지만, 이미 저금리(0.5%) 상황에서 금리인하를 단행한다 해도, 실제로 시장에 미치는 효과는 그다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영국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한 추가 조치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좀 더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견해 정도가 그나마 사태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정도다.

어쨌든 현재 영국 국민들이 대단히 어려운 도전에 직면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들은왜 이런 결정을 했을까? 우리나라의 일부 언론이나 네티즌들이 말하는 것처럼 많이 못 배운 영국의 서민들이 당장의 불만 때문에 비 합리적이고, 어리석은 결정을 한 것일까? 쓸데없이 유럽 연합을 탈퇴하겠다고 국민투표를 하고, 그래서 결국은 스스로를 매우 불확실한 미래 속으로 몰아넣고 말았으니 어리석은 바보들인 것인가? 물론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최소한 내가 지난 1년간 영국인들을 지켜보고, 이번 브렉시트 과정을 톺아보면서 적어도 영국 국민들이 그렇게 어리석거나 이기적이지만은 않았다고 변론해 주고 싶다. 더욱이 팍팍한 삶을 사는 영국의 서민들 입장에서는 유럽연합 회원국으로서의 지위가 그다지 그들의 삶에 직접적인 보탬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수많은 유럽연합 회원국 국민들(특히 동유럽의 노동자들)이 대거 몰려 오면서, 그들 생활의 모든 것이 복잡해지고 어려워졌으니 그다지 좋아해야 할 이유가 없었다. 그들은 단지 예전처럼 자기들끼리 조용히 사는 것이 차리리 낫다고 생각한 것일 뿐이다. 브렉시트로 집값이 떨어진다 한들, 금리가 낮아진다 한들 부동산 투자할 돈과 은행에 예치할 돈도 없는 영국 서민들에 삶에는 별 영향이 없다. 물가가 좀 올라가는 것이 걱정이지만 좀 덜 먹고 아끼면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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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2> 브렉시트 캠페인 과정에서 살해된 노동당의 조 콕스 의원. 두 아이의 엄마다.

국민을 배제한 정치인들의 권력투쟁의 장

더욱이 이번 국민투표는 하나의 정치적 이벤트이자, 권력쟁투의 장으로 전락했다. 브렉시트를 결정하기 위한 국민투표는 애초부터 영국 정치인들의 권력 다툼으로 시작되었고, 격렬한 선거전 역시 차기 권력을 위한 대리전 성격이었으며, 투표 후 수습과정 역시 매우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즉 브렉시트는 30대에 보수당 당수가 된 젊은 캐머런 전 영국 총리가 보수당내 자신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승부수로서 지난 2013년에 처음 제안한 것이며, 지난해 총선에서 또다시 선거 캠페인의 일환으로 브렉시트 카드를 내세웠다. 국민들에게 새로운 카드를 들어 보이면서 자신의 지지를 요구한 셈이다. 캐머런 총리는 당초 2017년 국민투표를 공약했으나, 유럽연합과의 협상이 다소 진전을 보이면서, 전격적으로 623일로 국민투표를 밀어부쳤고, 보수당내 자신의 지지세력의 세 결집을 꾀하면서 반대파들을 솎아 내고자 했다. 이후 국민투표를 위한 캠페인은 차기 영국 보수당의 당권 경쟁의 전초전으로 흘러갔다. 보수당의 주류인 캐머런 총리와 차기 총리 주자인 오스본 재무장관 등이 브렉시트 반대파로, 차기 보수당 당수를 꿈꾸는 보리스 존슨 전 런던 시장과 마이클 고브 법무장관 등이 찬성파로 나뉘어 선거전을 치룬 것이다.

결국 한 명의 의원이 피살당하는 정치적 비극을 겪으면서, 브렉시트를 찬성하는 보리스 존슨 전 시장 측이 승리했지만, 이제는 그들 사이의 내분이 생기고 만다. 내분 끝에 보리스 존슨은 차기 총리 경선에서 사퇴하고, 고브 장관도 아웃되면서 어찌 보면 다소 어부지리로 테레사 메이 내무장관이 총리로 선출되었다. 이러한 과정을 보다 보면, 브렉시트는 사실상 영국 정치인들간의 권력 쟁투의 산물에 영국 국민들은 철저히 소외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영국 국민들의 절반이상은 브렉시트를 원하고 있었는데, 그만큼 살기 어렵다고 정치권에 이야기 하고 있는데, 대다수 영국 정치인들은 브렉시트를 반대하면서, 서로의 이해 관계에 따라 권력 다툼만을 벌이고 있었으니 말이다. 결코 이번 브렉시트 국민투표가 대의 민주주의의 산물은 아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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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3> 그 와중에 기회를 잡아 총리가 되다. 테레사 메이. 

우리 나라도 정치권이 국민 갈등 부추겨

조금 이야기를 돌려 우리나라의 상황을 보자. 최근 한국 사회에 이슈 중 하나인 보육문제를 보면서 영국의 정치인이나 한국의 정치인이나 모두 국민들의 갈등을 먹고 사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지난달 정부가 발표한 보육 정책을 두고, 어린이집 등 보육 단체들 간에도 서로의 이해관계에 따라 찬반으로 나뉘었다는 소식이다. 더욱이 지난 수년간 정부의 보육 정책은 워킹맘과 전업맘간의 갈등도 유발했다. 일하지 않는 전업맘들이 아이들을 보육시설에 맡기는 바람에 워킹맘들이 아이들을 맡기기 어려워 졌다는 소리가 나오자, 이번에는 워킹맘들 위주의 정책을 펼쳐 보육 정책에서 전업맘들을 소외시키기도 했다. 일관성 없는 정책이 오히려 갈등을 부추긴 셈이다.

이 부분에서 영국의 보육 제도는 다소 다르다. 영국 역시 2017년부터 어린이 집(nursery)에 대한 현행 3시간의 무상 보육을 6시간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복지를 확대하되, 수혜를 받는 대상은 우선 저소득층이다. 일정 소득 이하의 가정에게 우선 혜택을 준다는 것이다. 아이를 키우는 것은 일차적으로 부모의 책임이며, 엄마가 직장을 다니든 다니지 않든 그것 역시 부모의 선택이다. 정부는 워킹맘이든 전업맘이든 어려운 가정에 대해 우선적으로 보육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부모의 책임을 명확히 하면서, 정책적 지원은 저소득층을 우선으로 점차 확대한다는 원칙하에서 정책은 추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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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4> 갑자기 바뀐 정책, 갑자기 거리로 내 몰린 국민들

무언가 하나의 해법은 있을 것

이런 가운데, 영국의 전업맘들의 행복도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최근 영국 의 주요 언론들이 영국의 한 보험회사의 조사결과를 인용 보도한 바에 따르면영국 전업주부의 87.2%가 자신의 역할에 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업주부 중 13% 만이 불만족스럽다고 답했는데 타직업의 절반 수준의 불만족 답변비율이었다. 그렇다고 이들 영국의 전업주부들이 결코 편해서는 아닌 것 같다. 조사결과는 전업주부의 노동시간이 일반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2배 가량 높다고 전했다. 조사 대상 전업주부 하루 평균 노동시간은 약 13시간. 주 근로시간( 5일 근무 기준)으로 따지면 약66시간이나 됐다. (하루 두 세번 꼬박 아이를 픽업 하기 위해 학교를 다녀야 하는 부모의 책임에 대해서는 필자의 지난 번 글을 참고 했으면 한다. – “하루 세 번 학교에 가다”)

사회적 갈등을 조정하고 중재해야 할 정치권이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그 갈등 속에서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를 세우려는 모습을 영국이나 한국에서나 모두 목격하게 된다. 그게 정치인가 하고 좀 씁쓸한 맘도 들지만, 그래도 영국의 보육정책에서 보듯이 명확하고 공정한 룰에 의해 정부가 정책을 집행한다면, 다소 갈등이 있더라도 좀 더 나은 사회를 만들 수도 있으리라는 희망도 가져 본다.

 (사진 출처 : 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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