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54) ‘몬주익의 영웅’ 황영조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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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라시스터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642회 작성일 16-01-19 03:56본문
‘몬주익의 영웅’ 황영조를 찾아서
필자는 지난 주말 가족과 함께 2박 3일간의 짧은 일정으로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다녀왔다. 2년전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나홀로’ 여행을 다녀온 곳이 바르셀로나였다. 당시 FC바르셀로나의 국왕컵 경기가 있었는데, 그때 경기 티켓만 사고는 바로 바르셀로나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바르셀로나를 여행 하던 중 메시, 이니에스타 등이 속해 있는 세계 최강 ‘FC바르셀로나’의 도시가 아닌 ‘안토니 가우디’의 도시라고 생각될 정도로 가우디 건축물의 매력에 푹 빠졌었다. 하지만 그때 들리지 못한 곳이 한 군데 있었는데, 몬주익 언덕에 위치한1992바르셀로나 올림픽이 열린 올림픽 경기장이다.
‘몬주익 (Montjuic) 언덕’
여행 2틀째 아침, 여행을 다니면서 이날처럼 아침 일찍 일어난 적은 없었다. 특별히 일찍 기상을 했고 이날 우리의 첫 번째 목적지는 ‘몬주익 언덕’이었다. 몬주익 언덕의 정상에 있는 ‘몬주익 성’까지는 에스파냐 광장에서부터 도보로 45분 정도 걸어서 갈 수 있다. 정상까지 가파른 곳을 걸어가지 않고 에스파냐 광장에서 150번 버스를 타고 가서 몬주익 성에서 하차했다.
(몬주익 언덕에서 바르셀로나의 시내 전경이 한 눈에 보인다)
몬주익이란 유태인의 언덕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언덕 꼭대기 전망대에 서니 바르셀로나의 시내와 지중해를 끼고 있는 장관이 펼쳐졌다. 몬주익 성은 전투 기지로 사용되거나 해상 무역을 관리하고 카탈루냐인들을 감시할 목적으로 세워진 군사시설이었다. 현재는 바르셀로나의 주요 관광지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몬주익성을 시작으로 언덕 아래로 내려가면서 군사 박물관, 식물원, 카탈루냐 박물관, 후한 미로 재단 등을 차례로 만날 수 있었다. 주요 관람 시설들을 다 방문할 계획이라면 하루는 잡아야지 느긋하게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부족했기에 사진만 재빠르게 찍고 우리의 목적지인 몬주익 공원 중턱에 위치한 올림픽 경기장으로 향했다.
1992 바르셀로나 올림픽 경기장 (Estadi Olímpic)
‘올림픽 경기장’을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중간 정도 내려오다 보면 왼편에 올림픽 공원이 보인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때 사용된 주경기장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 경기장은1927년에 처음 지어졌다. 바르셀로나 도시 곳곳에 설치된 공원이나 건축물 등은1929년에 열린 엑스포를 위해 지어진 것들이 많은데 이 경기장 역시 동일한 목적으로 건설되었다. 1989년에 1992 바르셀로나가 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됨에 따라 보수를 거쳐 이전의 약 5만 6천여명에서 약 7만여명까지 규모를 확장했다.
이후 올림픽 경기장은 마이클 잭슨, 본 조비, 티나 터너, 마돈나 등 유명한 가수들의 콘서트장소로 이용되었다. 또 2008/09시즌까지는 RCD에스파뇰의 홈구장으로 그리고 유로2008과 2010년 FIFA 월드컵 예선전의 장소로도 쓰였다.
눈앞에 펼쳐진 경기장은 경기장 중 왜 5성급 경기장이라 불려지는지 충분히 느껴질 만큼의 웅장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최근에 지어진 경기장일수록 좌석을 위쪽으로 높게 만드는 반면 바르셀로나 올림픽 경기장은 7만석임에서 상대적으로 좌석이 낮은 위치에 분포되어 있었다. 경기장 아래로 내려가 볼 수는 없었지만 개방된 부분인 경기장 좌석 제일 윗부분은 개방이 되어있었고, 카페와 기념품 스토어가 운영되고 있었다.
1992 바르셀로나 올림픽은 이후에 열린 여러 올림픽들의 모델로 거론되기도 했다. 특히 2012 런던 올림픽은 바르셀로나의 지역 재개발, 사후 시설 활용 방법 등을 본받고자 했다.
황영조를 기린 동상과 기념비
1992 바르셀로나 올림픽이 우리에게 특별한 이유는 따로 있다. 1936 베를린 올림픽 금메달 리스트 손기정 이후 56년 만에 마라톤 금메달을 목에 건 황영조가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사상 첫 금메달이었다. ‘목주익 언덕’의 가파른 난코스에서 뒤따라오던 선수들과 차이를 벌이고 1위로 들어와 쓰러진 일화로 ‘몬주익의 영웅’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92년 당시 어린 나이였지만 마라톤 영웅 황영조의 이야기는 익히 들었고 그가 금메달을 목에 거는 영상을 보며 자라왔다. 당시 모습을 나타낸 황영조 동상이 바르셀로나 올림픽 경기장 길 건너편에 세워져 있고, 이곳이 우리의 목적지였다.
한국인 관광객이라면 멈춰 설 수 밖에 없는 곳이 황영조 동상과 발자국이 새겨져 있는 곳이다. 지난 2001년 9월 바르셀로나시와 경기도의 자매 결연 기념으로 황영조의 조형물을 설치했고 올림픽 우승 당시 힘차게 달리는 모습을 형상화하고 있다. 그 앞에는 황영조의 발자국과 함께 대한민국의 국기인 태극기도 새겨져 있다. 두 나라 두 지역의 친선관계와 교류만을 뜻하는 것이 아닌 그 이상의 의미를 가져다 준다. 잠시 그 앞에 서서 사진도 찍어 보는 것만으로도 벅찬 감동이 밀려왔다. 올해로 황영조 동상이 새워진 지 15년이 넘었다. 한 해 2천5백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다녀가는 만큼 몬주익 언덕에 자랑스럽게 세워져 있는 황영조 동상이 한국과 경기도를 알리는 명물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음을 확인하고 왔다. 가족과 함께 다녀온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소로 꼽힌 곳은 바르셀로나의 홈 구장 ‘캄프누’와 가우디가 남긴 걸작들이 아닌 바르셀로나 올림픽 경기장과 그 앞에 세워져 있는 황영조의 동상이다.
글 &사진. 라시스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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