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55) EPL 티켓 인상을 둘러싼 팬들의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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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라시스터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9,218회 작성일 16-02-21 09:08본문
EPL 티켓 인상을 둘러싼 팬들의 움직임
지난 7일 리버풀 안필드에서 열린 선덜랜드와의 EPL 25라운드 경기에서 한창 경기가 진행 중이던 77분에 팬들이 단체로 경기장을 나가는 일이 벌어졌다. 리버풀이 다음 시즌 경기 티켓 최고 가격을 77파운드로 인상하기로 한 구단의 결정에 항의의 뜻을 비춘 것이다. 결국 구단은 팬들의 항의에 인상안을 철회했고 팬들에게 사과를 했다. 티켓 금액 인상을 두고 팬들과 갈등을 벌이는 것은 리버풀만의 문제는 아니다. 리버풀을 포함한 7개 팀이 동결을 결정한 상태지만 여전히 높은 EPL티켓 금액에 대한 팬들의 우려는 계속되고 있다.
경기장 확장과 새로운 티켓 정책
작년 이맘때 리버풀의 홈구장 안필드 스타디움 투어를 다녀온 생각이 난다. 영국 특유의 축축한 겨울 날씨 속의 항구 도시 리버풀은 안개가 무릎까지 내려와있는 상태였다. 안필드도 예외는 아니었다. 오후가 되었는데도 안개가 자욱이 끼어 구장 안으로 들어갔을 때 잔디만 겨우 보였을 뿐 가까이 다가가지 않으면 잘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그때 구장 투어 가이드가 메인 스탠드를 가리키며 “2016년부터 본격적인 확장 공사가 시작될 것”이라며 “더 많은 팬들이 경기장을 찾게 될 것”이라며 뿌듯해하던 모습 그리고 구장을 찾은 리버풀 팬들도 기대감에 가득 차 보였다. 현재의 메인 스탠드 위쪽으로 8,500석을 더해 총 5만 4천여명의 팬들을 수용하게 될 것이다.
(리버풀의 홈구장 안필드의 메인스탠드 좌석이 확장 될 예정이다. 출처BPI/Rex/Shutterstock)
하지만 경기장 확장이 그저 팬들을 기쁘게만 만드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지난 2일(이하 영국시간) 리버풀은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다음 시즌 새로운 티켓 정책을 발표했다. 메인 스탠드 확장과 함께 티켓 금액의 인상에 대한 내용을 붙였다. 이때 발표한 내용은 시즌 티켓의 64% 가격 동결 또는 인하 매치 티켓의 45% 가격 인하 지역 아이들 1000명에게 무료 티켓 제공 20,000장 이상 티켓은 17세-21세 팬들에게 우선권 부여 등이 들어있었다. 이는 반대로 시즌 티켓 36%와 매치 티켓 50% 이상의 가격 인상한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이번 시즌 가장 비싼 매치 티켓이 59파운드(약 11만원)에서 77파운드(약 14만원)까지 인상한다는 내용도 있었다. 또 처음으로 가장 비싼 액수의 시즌 티켓이 1000파운드가 넘게 될 것이라는 발표에 팬들은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팬들을 더욱 황당하게 만든 한 줄은 ‘이 팬들을 위한 티켓 정책을 발표하는데 13개월 동안 심사숙고 해 내린 결정이다’ 였다.
사연 많은 리버풀 팬들의 결단
리버풀은 잉글랜드 축구 팀들 사이에서 가장 사연이 많은 팀 중 하나다. 맨유에 이어 가장 많은 우승을 거두었고 가장 많은 UEFA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린 팀이 리버풀이다. 특히 1977년부터 1980년대 초반까지8시즌 동안 4번의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거두면서 명실상부 유럽 내 최강의 구단으로 군림하게 되었다. 1980년대는 영광의 시간과 함께 아픔의 시간도 있었다. 1985년 발생한 헤이젤 참사와 1989년의 힐스버러 참사 는 축구계에 잊지 못할 비극으로 남아있다. 이후 축구 명가의 몰락의 시대에 후 라파엘 베니테즈와 함께2005년 ‘이스탄불의 기적’을 일궈내며 기대하게 했으나 다시 침체기에 빠져들었고 최근 5시즌 동안 리그 평균 6위 그리고 한 번의 컵 대회 우승을 한 것이 전부일 정도로 과거의 영광에 많이 못 미치고 있다.
(리버풀 팬들은 경기 도중 티켓 금액 인상에 항의하며 반대하는 단체 행동을 보였다. 출처.게티 이미지)
그 와중에 2007년 미국인 사업가 톰 힉스와 질레트가 리버풀을 인수하면서 구단의 상황은 더욱 나빠졌다. 당시 엄청난 액수를 대출 받아 리버풀 인수에 성공했고 이는 고스란히 리버풀의 재정 상태에 영향을 미쳤다. 당시 경매에 참여한 사람 중 하나가 현재 맨체스터 시티의 구단주 셰이크 만수르다. 안타깝게도 리버풀 팬들은 만수르가 리버풀을 인수했다면 지금의 상황과 많이 달랐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결국 경영난을 이겨내지 못하고 팬들이 나서서 톰 힉스와 질레트가 구단을 매각할 것을 요청했고 구단 보드진이 강제로 구단주자리에서 내쫓으며 경매 시장에 내놓았다. 결국 보스턴 레드삭스의 구단주인 존 헨리가 리버풀의 새로운 구단주가 되었다.
리버풀 팬들은 이미 많은 상처를 받았다. 첫 미국인 구단주에게 당할 만큼 당했는데 두 번째 구단주와 펜웨이 스포츠 그룹(FSG)에게는 기대하고 있는 것이 많을 것이다. 티켓 금액 인상에 팬들은 그대로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지난 6일 선덜랜드와의 경기에서 77분 리버풀 팬들은 단체로 관중석을 떠나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리버풀이 2-0으로 앞서있던 상황 속에 벌어진 일이었고 경기가 끝나기 전 10분 동안 선덜랜드에 두 골을 내두며 결국 경기는 2-2 동점으로 끝이 났다. 9일에는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와 FA컵 4라운드 재경기에서 연장전 끝에 역전골을 내주며 대회에서 탈락하게 되었다. 결국 리버풀은 일주일 전 발표한 티켓 금액 인상을 철회한다는 성명을 발표하고 팬들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끝이지 않은 구단과 팬들의 싸움
팬들은 구단의 결정에 안도했고, 제이미 캐러거는 팬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 구단에 “내가 뛰었던 클럽의 결정에 다시 한 번 자랑스러움을 느낀다”며 응원의 목소리를 보냈다. 이를 지켜본 다른 팀들의 팬들도 이번을 계기로 팬들의 목소리를 더욱 크게 내볼 용기가 생기게 되었다. 리버풀 구단의 빠른 조치로 일단락된 상태다. 그렇지만 리버풀의 팬클럽 중 하나인 ‘스피온 콥’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싸움에서는 이겼을지 모른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미래의 팬들 그리고 잉글랜드 축구팬들을 위한 오랜 논쟁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티켓 금액 인상에 대한 팬들의 의사를 확실히 전할 것을 밝혔다.
(EPL 팬들의 티켓 인상에 대한 항의는 전체 팀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까지 티켓 금액 동결의 발표한 구단은 리버풀, 아스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크리스탈 팰리스, 스완지시티, 노리치시티 총 6개 구단이다. 웨스트햄 유나이티드는 다음 시즌 새 구장인 올림픽 스타디움으로 이전하면서 티켓 가격을 인하한 상태다. 나머지 팀들도 하나 둘 다음 시즌 티켓 가격을 발표하게 될 것이다. 리버풀 팬들의 항의는 EPL전체 구단에 티켓 가격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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