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변정담 아직은 신문과 잡지에 익숙한 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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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차돌아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7,685회 작성일 16-04-13 06:47본문
한국에서는 지하철 안에서 신문이나 책을 읽고 있는 사람을 찾기 힘들어진 지 오래다. 대부분의 경우는 아이나 어른 할 것 없이 스마트 폰을 들여다 보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하철에서 신문을 보는 사람은 지식인, 잡지나 책을 읽는 사람은 석학 수준” 이라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이제 프린트 미디어 보다 디지털 미디어가 우리 일상에 더 익숙한 시대인 것은 사실인 것 같다.
물론 스마트 폰이나 태블릿으로도 얼마든지 책을 읽거나 신문 기사를 검색해 볼 수 있으니, 책이나 신문을 보는 사람이 없어졌다고 말할 수는 없겠다. 하지만 차 안에서 스마트 폰이나 태블릿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주로 동영상을 시청하거나 게임을 하거나, 기사를 검색해 본다 해도 주요 기사만을 스크롤 해서 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결국은 읽기 문화가 점차 퇴색되어 간다는 우려가 기우만은 아닌 것 같다.
이곳 영국사회도 상황은 비슷하다. 스마트 폰 등 지나친 디지털 미디어 사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자주 들린다. 하지만 초점은 조금 다른 것 같다. 영국사회가 가장 우려하고 있는 것은 스마트 미디어 사용에 따른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 저하다. 스마트 폰 등 디지털 미디어의 이용이 청소년의 학업 성취도에 미치는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에서부터, 심지어 스마트 폰을 이용하는 아이들의 평균 수면시간까지 조사한 연구결과가 발표되고 있다. 즉 스마트 폰이 아이들의 충분한 수면을 방해해, 아이들 성장에도 저해가 된다는 연구결과 등이다. 또한 최근에는 영국 교사연합이 연례 총회에서 디지털 미디어의 보급으로 인해, 학교 도서관 시설이 축소되고 있다면서, 영국 교육기준청(Ofsted)의 학교평가에 각급 학교의 도서관 운영 실태를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학업 성취도에 미치는 악영향에 초점
영국사회에서 가장 우려하는 바는 스마트 폰 등 디지털 미디어의 이용이 결국 사회 전반의 리터러시 (Literacy, 읽고 쓰는 언어활용)능력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즉 최근 지나친 디지털 미디어 이용행태가 결과적으로 디지털 미디어에 익숙한 아이들이나 청소년들의 리터러시 능력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리터러시 능력이란 텍스트, 즉 문자를 해독하고 이해하는 능력만을 말하는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디지털 미디어 시대에는 이에 맞는 새로운 디지털 리터러시 능력을 키울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는 단계까지 나간 걸 보면, 우리나라가 확실히 영국보다는 좀 더 디지털라이징 된 사회인 것 같다. 어쨌든 굳이 ‘미디어가 메시지다’라는 말로 매체 기술의 발달이 인간의 사고체계, 나아가 사회 변화의 주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한 마샬 맥루한 등의 매체기술 결정론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이와 같은 급속한 디지털 미디어의 발달로 인한 최근의 사회변화를 파악하기는 어렵지 않은 일이다.
한국보다는 다소 더디긴 하지만 영국의 지식인 사회가 학생들의 스마트 폰 중독이나 디지털 미디어 편향에 더욱 관심을 갖는 이유는 사실 갈수록 저하되는 영국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와 깊은 관련이 있어 보인다. GCSE(일종의 중학교 졸업시험) 통과 비율이 절반에 불과한 영국 공립학교의 교육 수준에 대한 현 정부 및 영국 사회의 고민은 깊다. 일부 사립학교나 그래머 스쿨(선발형 공립학교)의 경우 높은 학업 성취도를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대다수를 차지하는 공립학교의 학업 성취도가 갈수록 저하되고 있는 현실은 영국의 미래 전망을 어둡게 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학생을 평가하여 선발하는 그래머 스쿨은 점점 많은 아시아계 이민자들의 자녀들로 채워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영국 정부는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를 끌어 올리기 위한 각종 정책을 연달아 발표하고 있다.
공립학교의 질을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중
가령 초등학교 입학 전에 모든 학생들이 평가시험을 보게 한다든가, 초등학교 졸업 시험에서 일정 수준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경우, 중학교(세컨더리 스쿨) 입학 후에 재시험을 치르게 한다든지 하는 각종 시험제도를 통해 학생들의 면학 분위기를 조성하려 하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보수당 정부의 오스본 재무장관이 2016년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영국정부가 2020년까지 모든 세컨더리 스쿨을 지역 교육청으로부터 독립된 자립형 아카데미 스쿨로 전환시키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여 논란이 되고 있다. 즉 영국 정부가 학교에 충분한 예산 지원 없이 각 학교가 알아서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를 올리라고만 하는 것에 대해 일선 학교의 불만이 많다. 일각에서는 이렇듯 계속해서 학업 성취도를 올려 국가 경쟁력을 올리려는 시도가 있지만, 한쪽에서는 오히려 학교에서 직업교육을 강화해야 하고, 학생들을 평가로부터 자유롭게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런 가운데 무엇보다도 영국 교육계의 가장 큰 고민은 교사 수의 부족이다. 즉 정부의 예산 지원이 적다 보니, 비교적 적은 급여 하에서 과중한 업무와, 점점 심각해져 가는 학교 폭력 등으로 영국의 교사들은 현재 이직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상당수의 교사들은 오히려 더 좋은 조건을 보장하는 캐나다 등 영연방 등 외국으로 이주해 교편을 잡거나, 아예 아시아권 나라에서 영어 교사로 일하는 편이 훨씬 매력적이라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젊은 교사들의 경우 상당수가 해외로 직장을 옮기고 있다고 BBC 등 주요 언론이 보도하기도 했다.
<사진3> BBC 특집 기사 “학교를 떠나는 영국의 교사들” 중
더 사색적인가, 아님 느려서인가
이렇듯 영국 학생들의 학업의 질 저하는 오랜 학문적 전통을 자랑해 온 영국으로서는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미국과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이 주도하고 있는 스마트 폰과 태블릿 등 디지털 미디어의 공습으로 인한 폐해에 대해서 탐탁치 않게 여기는 것 같다. 기차나 전철에서 책이나 신문을 읽는 많은 영국인들을 보면서, 처음에는 아직까지 좀 더 사색적이고 철학적인 전통을 지키려고 하는 영국인들의 모습을 좋게 말하지만, 이런 생각은 그들의 모습을 호의적으로만 바라본 측면이 강하다.
일단 지하철에서는 보통 3G 인터넷이 잘 터지질 않는다. 지상을 달리는 기차에서 조차 인터넷 연결이 잘 되지 않는 영국의 디지털 인프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아직까지는 신문이나 책을 꺼내 읽고 있다는 생각이 오히려 더 현실적이다. 인터넷이 언제 어디서나 빵빵하게 터지는 한국과는 분명 다른 영국의 현재 모습이다. 물론 사색하지 않고 검색만 하는 한국인들이 인터넷이 빵빵 터지는 지하철에서도 신문과 책을 꺼내 읽으며 사색하기를, 또한 아직은 느리고 불편한 영국의 인터넷 환경이 좀 더 좋아지기를 함께 기대해 본다면 지나친 바람일까?
(사진 출처:구글)
댓글목록
운영자님의 댓글
운영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래서 요즘 난독증들이 많나 봅니다 ㅎ
사실 우리나라의 독서율은 스마트폰 출현 이전부터 큰 문제였어요.
워낙에 책을 안읽죠.
저도 많이 읽으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하지만 그래봐야 1년에 5권 읽어요.
그나저나 영국 지하철 핸드폰 안터지는건 여전하군요.
한국 지하철은 와이파이까지 제공되고 그걸 또 전송속도를 높인다고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