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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변정담 가난한 영국인, 부유한 영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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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차돌아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6,653회 작성일 16-09-01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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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아들과 함께 런던 시내의 한 음악회를 다녀왔다. 피아노를 좋아하는 아들이 꼭 보고 싶다며, 평소 같으면 귀찮아 할 녀석이 먼저 제안한 나들이였다. 매년 여름에 열리는 BBC 프롬의 프로그램 중 하나로 로얄 알버트홀에서 열린 음악회였다. 티켓은 사전 온라인 예매가 여의치 않아, 공연 당일 직접 줄서서 입석 티켓을 구하기로 했다.

6파운드에 세계 최고 피아니스트 연주를 듣다

공연 시작 2시간 전에 로얄 알버트홀에 도착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기다리고 있었다. 관광중인 여행객들도 보였지만, 친구들과 삼삼오오 함께 온 젊은이들, 회사 마치고 온 직장인들, 그리고 편한 차림의 영국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많았다. 우리가 구입한 입장표는 갤러리 석으로, 로얄 알버트 홀의 가장 꼭대기에 위치한 입석이다. 입석이긴 하지만, 뒤공간이 넓어 그냥 뒤에 앉아 음악을 듣거나 쉴 수도 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공연내내 바닥에 앉거나 누워 음악을 들고, 심지어 뜨개질을 하며, 편안히 음악을 즐겼다.

공연은 세계 최고의 피아니스트로 꼽히는 마르타 아르헤리치와 바렌보임이 공연하는 연주회였고, 우리가 구매한 입석 요금은 6파운드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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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 매년 여름이면 열리는 음악제 BBC Proms

 

지난 주말에는 방학중인 아이들 모두를 데리고 시내 미술관에 다녀왔다. 대영박물관과 내셔널 갤러리 등은 지난해 영국에 와서 그동안 아이들과 한 두번 가봤기에 조금 다른 곳을 찾아봤다. 아내가 인터넷을 뒤져 알아본 미술관은 월러스 컬렉션이었다, 월러스 컬렉션은 영국의 한 귀족 가문에서 오랜 기간 수집해 온 예술작품을 전시한 곳이다.

월러스 컬렉션에서 만난 미술 감상의 기쁨

유럽 미술의 거장들인 렘브란트와 루벤스, 벨라케즈, 반다이크 등의 작품들이 다수 전시되어 있으며, 중세시대 동서양의 갑옷과 무기들, 각종 가구와 도자기 등도 전시되어 있어 규모는 작지만 유럽의 여느 유명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못지 않은 곳이다. 오랜된 귀족 가문의 저택에 소장되어 있어 내부 인테리어를 감상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더욱이 사람들이 많지 않아 비교적 느긋하게 작품들을 감상할 기회를 만끽한 곳이었다.

그리고 이곳의 입장료는 무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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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2> 월러스 컬렉션 내부 전시실


영국에 와서 골프를 처음 배워봤다. 한국에서는 그다지 흥미를 느끼지도 못했지만, 솔직히 비용 부담으로 선뜻 골프채를 잡아보지 못했다. 더욱이 주변에 골프를 즐기는 분들이 골프장을 예약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좀 안쓰럽기도 해 굳이 저걸 배워야 하나 싶었다. 그러다 지난해 영국에 와서 칙칙한 겨울을 보내는 것이 안쓰러웠던지 한 지인의 소개로 우연히 골프 레슨을 시작했다. 6주간 레슨을 받았지만 꾸준히 연습하지는 못해, 아직도 필드에도 나가진 못했다. 하지만 간간히 아내와 함께 연습장을 찾아 몸을 풀곤 한다. 레슨은 동네 연습장에서 운영하는 초보자를 위한 무료 강습이었고, 골프채는 동네 채러티 숍에서 3파운드에 하나 샀다.


영국인들의 동네 스포츠, 골프

단지 자랑을 하려고 늘어놓은 이야기가 아니다. 사실 영국의 많은 서민들은 높은 집세와 세금, 비싼 교통비와 외식비용 등으로 결코 여유롭지 않은 삶을 살고 있다. 필자의 앞선 글에서도 소개했다시피, 동네 대형 마트도 종류별로 싼 곳을 찾아 이용해야 하고, 벼룩시장 격인 카부츠 세일이나 채러티 샵에서 살림살이를 장만해야 하는 것이 영국의 일반인들의 삶이다. 샌드위치 한 조각이나 샐러드 박스 하나 사 들고 공원에 앉아 점심을 떼우고, 웨이트 로즈 슈퍼마켓에서 제공하는 무료 커피를 뽑아 마신다. 자기 집 담벼락의 페인트도 직접 칠해야 하고, 집안내 고장난 것이 있으면 손수 고쳐가며 산다. 멋진 슈트와 가방을 든 영국신사는 영화에서나 그려지는 모습일 뿐 오히려 낡은 구두와 헤진 점퍼가 더 익숙하다.

그리고 필자가 공연을 보러 갔던 로얄 알버트 홀에서, 미술 작품을 감상하러 갔던 월러스 컬렉션에서, 그리고 골프 연습장에서 만난 사람들도 이와 비슷했다. 그냥 동네 마실 가는 옷 차림의 아저씨 아줌마, 할머니 할아버지, 그리고 아이들이 샌드위치 사 들고, 로얄 알버트 홀 앞에서 2시간 가량 기다려 세계 최고의 피아니스트의 연주를 감상했고, 월러스 컬렉션에서 멋진 작품들을 감상한 후, 미술관 앞 벤치에 앉아 도시락으로 점심을 떼웠으며, 골프 연습장에는 그냥 청바지에 운동화 차림으로 와서 가족들과 함께 골프를 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필자도 그들을 따라했다.

가난하지만 결코 가난하지 않은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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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3> 영국에는 골프장이 참 많다

 
가난하지만 결코 가난하지 않은 영국 서민들의 삶. 풍요롭지는 않지만 여유로운 영국 서민들의 삶이 참 부러웠던 경험들이다. 물론 영국의 상류층에게는 그들만의 문화가 있을 것이고, 필자가 모르는 곳에서 다른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한국에서 꽤나 높은 벽처럼 느껴졌던 문화적 체험들이 이곳 영국의 서민들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즐기고 살아가고 있다. 불필요한 격식은 피하고, 줄일 수 있는 비용은 줄이면서, 온전히 그 행위 자체를 즐긴다. 비록 음악회 입석을 이용하지만, 최고의 연주를 즐길 줄 알았고, 비록 좋은 골프채나 골프복을 차려 입지는 않았지만, 어른 아이 할 것없이 온가족이 함께 골프를 즐겼다. 영국에서의 삶이 참 좋은 이유 중 하나다.

<사진 출처> 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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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운영자님의 댓글

운영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한국에서도 문화생활 영위하고자 하면 얼마든지 가능하긴 한데 돈도 많이 들고 이젠 학생이 아니다보니 시간적 여유도 많지 않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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