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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변정담 영국, Parents evening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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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차돌아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480회 작성일 17-04-05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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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학년 새 학기다. 올 초 한국으로 돌아 온 필자 역시 아이들이 새로운 학교, 새로운 학년에 잘 적응하고 있는지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는 시기이다. 고등학교 1학년부터, 중학생, 초등학생, 유치원 아이까지 필자의 네 아이는 각자 인근 학교에 배정되어, 그럭저럭 잘 적응하는 듯 보인다. 생소했던 영국에서의 학교 생활을 시작하면서 아이들이 받았을 스트레스에 비한다면 이곳에서야 별 문제가 있겠냐 싶기도 하다.

그런데 몇 가지는 영 마뜩잖은 일들이 생긴다. 무엇보다도 학교에서 보내오는 각종 가정통신문 때문인데, 그 중 특히 학생 상담자료 때문이다. 이 자료에 보면, 가족관계에서부터 아이의 장단점, 생활습관, 학습습관, 여가활용 등을 적게 되어 있다. 일종의 자기 소개서와 같은 것인데, 선생님들에게 아이에 대한 각종 정보를 부모가 작성해 제출해야 한다. 이 자료는 학교에서 참고자료로 활용할 것이고, 학년초에 있을 부모와의 상담을 위해서도 활용될 것이다.


가정환경 조사서엔 취미, 특기, 부모의 직업, 학력

아이에 관해 상세한 정보를 미리 알려주는 것이 학교생활에 도움을 주고, 학교 입장에서는 필요한 정보일수도 있겠지만 과연 이렇게까지 아이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글로 써서 제출할 필요가 있냐는 생각이 든다. 자칫 아이에 대한 편견을 주는 것은 아닌지 하는 의문이다. 필자의 어린 시절 학교에서는 가정환경 조사서라는 것을 통해 부모의 학력, 생활 수준, 심지어 가구보유 현황 등을 적어 내는 일이 있었다. 이와 같은 조사가 자칫 학생에 대한 편견을 주고, 위화감을 조성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있어 지금은 그와 같지는 않지만 여전히 부모들은 학년초 아이들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학교에 알려주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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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 학기초나 학기말에 있는 parents evening


영국에서도 학년초가 되면 부모가 작성하여 학교에 제출해야 할 서류들이 많다. 하지만, 주로 내용은 아이의 건강상의 장애 여부, 식품 알러지, 응급상황시 연락처 및 방법, GP 등록상황 등 아이들의 건강이나 안전과 관련한 내용들이 대부분이다(사실, 가장 중요한 것들이다). 아이들의 특기와 취미, 가정형편, 심지어 부모의 직업과 학력을 묻는 일은 없다. 또한 영국에서도 parent evening 이라는 일종의 학부모 상담기간이 있는데, 이 때 자세한 이야기를 나눌 수는 있지만 미리 아이에 대한 자기소개서를 부모가 작성하여 제출할 필요는 없었다.

 

가정과 학교에서 아이의 모습은 다르다

학부모 상담(parents evening) 역시 세컨더리 스쿨에 다니던 큰 아이는 GCSE(중등교육자격시험)을 앞두고 있었기 때문에 주로 학교 성적이나 학습태도와 관련된 상담을 했지만 프라이머리 스쿨에 다니는 아이는 그저 학교 생활의 적응 정도, 교우 관계, 수업태도 등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나누었다. 담당 교사는 학교생활에 있어서 만큼은 아이들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교육을 시키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물론 여기에는 아이의 가정생활까지 학교가 굳이 알거나 관여하지 않으려는 영국사회 내 프라이버시에 대한 존중의식이 자리 잡고 있어서라고도 볼 수 있다. 

반면 한국의 학생 상담자료에는 여전히 가족관계, 아이의 취미활동, 학업 활동(다니는 학원 유무까지), 생활습관 등을 다양한 내용을 적게 되어 있다. 과연 이런 것들이 다 필요한 것일까? 아이에 대해 무한책임을 지려는 것이라는 순수한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하는지 의문이다. 그런 것이 아니라면 마치 교육현장에서 학교나 교사들이 담당할 역할을 부모에게 전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든다. 가정과 학교가, 부모와 교사가 아이의 교육을 위해 co-work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각자의 역할과 책임은 있는 것이다. 더욱이 학교에서의 아이의 모습과 집에서의 아이의 모습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Parent(부모) 또는 Carer(보호자)라고 표현해야

그리고 또 한가지. 학교 내에서 보내오는 각종 자료에는 어머니을 특정해서 보내오는 경우가 참 많은데 oo 어머니회, oo어머님께,.. 등의 표현이다. 영국 학교는 parent 또는 carer 라는 용어만을 사용한다. 어머니 아버지의 구분은 없다. 편부 편모 가정이나 다양한 가족 형태가 있을 수 있음에도 우리는 여전히 자녀 교육은 어머니라는 공식이 여전한 것 같다. 물론 다수가 그렇다 하더라도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편견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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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아이가 학생인권조례전문을 안내하는 가정통신문을 가져왔다. 아이 학교 홈페이지에 공지된 파일을 열어 보았다. 조례의 제5조는 차별 받지 않을 권리. “학생은 성별, 종교, 나이, 사회적 신분, 출신지역, 출신국가, 출신민족, 언어, 장애, 용모 등 신체조건, 임신 또는 출산, 가족형태 또는 가족상황, 인종, 경제적 지위, 피부색,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 병력, 징계, 성적 등을 이유로 차별 받지 않을 권리를 가진다라고 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법 조문을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정말 우리나라 법은 세계에게 가장 앞선, 이상적인 법 조문을 담고 있다. 그런 법을 실현시키기 위한 현장에서의 노력은 언제나 중요하다. 작은 것 부터.

<사진 출처: 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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