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변정담 No kids zone 논쟁과 Babyccino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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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차돌아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5,072회 작성일 17-12-05 15:19본문
선진국의 조건 & 중산층의 조건
선진국(developed country)은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 이상이 되면 선진국이라 할 수 있을까? 그럼 중산층(middle class)은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월 소득 500만원 이상쯤 되면 중산층일까? 물론 두 용어 모두 경제적 관점에서 나온 용어이긴 하다. 하지만 그 용어를 정의하는 경제적 조건이 무엇이든 간에 우리는 그 경제적 기준을 만족시켰다 해서 한 국가를 선진국으로, 한 가계를 중산층 가계로 부르지 않는다.
예전에 중산층에 대한 사회적 정의가 나라마다 어떻게 다른지에 대한 에피소드가 회자된 적이 있다. 우리나라 에서는 “4년제 대학을 나오고, 30평대 아파트에 살며, 월 500만원 이상의 급여를 받으며 2000cc 급 중형차를 타고 다니면” 중산층으로 여긴다 한다.
<사진1> 나는 중산층일까? 한국에서? 아님 영국에서?
한국의 중산층 vs. 영국의 중산층
이에 반해 프랑스는 “1개 이상의 외국어를 할 줄 알고, 직접 즐기는 스포츠나 악기나 1개 이상 있으며, 사회적 분노에 공감하고 약자를 돕는 봉사활동도 하는” 사람을 중산층으로 정의하고, 영국은 “페어 플레이를 하고, 자신의 주장과 신념에 따르되 독선적 행동을 하지 않으며, 약자를 보호하고 불의나 불법, 강자에 대응할 줄 아는” 사람을 그 사회의 middle class로 정의한다고 한다.
결국, 선진국이든, 중산층이든 두 용어 모두 경제학에서 파생된 용어라 할지라도, 한 나라나 한 가구의 경제 외적 요인이 고려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어느 정도 경제적으로 중산층에 있는 사람이라면, 그리고 선진국 수준의 경제적을 갖춘 나라라면, 먹고 사는 문제 외에 무언가 더 다른 가치를 찾고 싶어할 것이다. 경제적 기준은 그런 생활 수준을 영위할 물적 토대라고 생각할 뿐이다.
내년도 한국 경제를 전망하는 수치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한국은 글로벌 경기 호조에 힘입어 수출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고, 내수가 다소 살아날 것으로 전망되면서 내년도 국내 경제 성장률은 3%, 1인당 국민소득(GN I)은 3만 달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국은행, 국제통화기금(IMF),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내외 주요 기구에서 나오고 있는 전망치다.
<사진2> 한국은행의 우리나라 경제 성장 전망치, 일단 "밝다"
내년도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전망
그럼 한국은 드디어 선진국이 되는 것인가?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내년도 우리나라가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가 된다고 해서 이제 선진국에 진입했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선진국이나 중산층을 논하는 데 있어 경제적 지표보다도 더 중요한 ‘삶의 질’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 영국은 선진국일까? 경제적 지표 상으로 영국은 충분히 선진국에 들어갈만한 나라다. 하지만 필자가 영국에 살면서 느끼기에 영국을 선진국이라 할 만한 이유는 다른 데 있다. 몇 가지만 추려 이야기 해보려 한다. 우리나라가 국가 경제 규모에 맞는 선진국이 되기 위해 참고할 만한 ‘선진국의 조건’이라고 믿는 어찌 보면 소소한 이야기들이다. 생활 속에서 살면서 영국이 선진국이구나 느꼈던 몇 가지 사례다.
우선 영국은 아이들을 참 배려하는 나라였다. 아이들을 먹이고 입히고, 학교에 보내는 일을 참 중요하게 여기는 나라였다. 특히 대부분의 아이들 관련 상품에는 비과세 혜택이 있어 동일한 물품이나 서비스라도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보다 훨씬 더 저렴하다. (가령 같은 디자인의 옷이나 신발도 사이즈만 맞으면 아동용 코너에서는 성인용의 절반 가격에 판다.) 공립학교의 경우. 무상교육과 각종 공적 지원이나 혜택이 다양한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16세 이하 아이들의 대중 교통비는 무료이며, 각종 공연이나 외식에서 청소년 할인폭이 상당하다.
<사진3> 한국 음식점의 'no kids zone' 안내문. 일부 매너없는 부모들이 있긴 하다(좌), 베이비치노(우)
No kids zone vs. Baby-ccino
반면에 우리나라는 아이용품이나 청소년용품이 더 비싼 경우가 많다. 아이용품에 더 비싼 값을 내고도 사려는 소비 심리도 이해가 되지 않지만, 아이용품에 대한 정부의 지원도 미미하면서 출산율만 높이려는 정부의 정책 방향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물론 이러한 정책적인 지원 미비와 함께 아이들을 사회가 함께 키워야 한다는 기본적인 공동체 의식이 결여한 것도 문제다. 아이들이 시끄러워 방해된다며 카페에 No Kids Zone을 만들어야 한다는 한국사회와 부모들이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카페에서 50센트(750원) 짜리 베이비 치노(카푸치노 처럼 거품 우유에 시나몬을 얹은 음료)를 마시멜로와 함께 서비스하는 영국인들은 분명 다른 가치관을 갖고 사는 것 같다.
두 번째로 필자가 영국에 살면서, 특히 영국 내 신문이나 방송 등 미디어를 자주 접하면서 느꼈던 것은 영국의 매체들이 글로벌 뉴스를 상당히 많이 다룬다는 점이다. BBC나 가디언 등 영국의 주요 매체의 헤드라인에는 영국 내 사건 사고보다 국제적 이슈가 더 자주 뉴스로 등장한다. 물론 영국 매체의 독자층이 전 세계인을 상대로 하는 영어 매체이니 다양한 국제 뉴스가 상품가치가 있기 때문일 수도 있을 것이다.
<사진4> 오늘도 BBC의 헤드라인은 국제 뉴스, 북한 뉴스도 눈에 띤다.
세계 시민으로서의 마인드를 키우는 것
하지만 미국과 EU 등 주요국가의 뉴스뿐만 아니라 최근 북한의 핵미사일 발사 이후 한반도 문제, 시리아 난민 문제,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등 아랍권 뉴스, 예멘의 분쟁 소식, 짐바브웨 쿠데타에 이르기 까지 전세계를 아우르는 그들의 뉴스를 보고 있자면 나 스스로 세계인이 되어 가고 있음을 저절로 느끼게 된다. 글로벌 시민을 키우는 것은 영어 공부만 시켜서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저기 지구 건너편 소식도 나와 무관하지 않음을 알고, 스스로 국제 사회에 책임을 지려는 태도와 관심, 그것이 곧 선진국에 사는 국민의 마인드이다.
또 하나 영국에 살면서 참 흔히, 그리고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었던 것은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과 장애인들이었다. 이들이 가지 못하는 곳이 없었다. 동네 길거리에서부터, 카페, 상점, 극장, 축구장 어디에서도 이들은 그냥 ‘one of them’이었다. 장애인이나 노인들이 자연스럽게 돌아다닐 수 있는 시설 인프라가 잘 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이들을 돕는 carer가 각 council이나 자선단체에서 파견되어 함께 한다. 물론 임금 역시 이들 기관이나 단체에서 지급한다. 정확한 정부 지원 규모나 인원은 필자가 알지 못하지만 이들 disabled people을 돕는 보조원이 영국 내 수 십만 명이 있다는 기사를 접한 적이 있다.
“나도 늙는다” : 노인과 장애인에 관해서
반면 장애인 학교 설치를 반대하는 등 아직은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가진 우리나라에서 장애인들이 자유롭게 본인의 생활을 영위해나가기란 여전히 어려운 것 같다. 나이가 들었다는 이유로,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그래서 다른 사람들에게 조금은 불편함을 줄 수는 있겠지만 나 자신도 같은 이유로 다른 사람의 도움을 필요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좀 더 같이 사는 방식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결국 이 모든 것은 타인, 특히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이고 배려의 차이다. 더 많이 가진 자, 더 많이 배운 자들이 돌아봐야 할 세상이 있다는 자각이다. 더불어 사는 세상이 가장 행복하고, 더디더라도 함께 가는 것이 더 앞선 미래로 갈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실천하는 자가 곧 ‘앞서 간다(先進)’고 명명될 수 있는 자격이 있다.
(사진 출처 : 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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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자님의 댓글
운영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우리나라가 선진국인가 아닌가에 대한 판단이 기준에 따라 갈린다는 얘길 들었습니다.
경제규모로 봤을땐 선진국 대열에 낄만 하지만 국민들의 의식수준으로 보면 선진국에 끼기 힘들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