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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변정담 "It's not fair" 를 외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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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차돌아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5,058회 작성일 18-05-02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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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not fair!”

9살 셋째 아들과 함께 놀다 보면 가끔씩 듣게 되는 말이다. 무언가 아빠의 행동이 자기가 알고 있던 놀이의 방식이나 규칙과 맞지 않는다는 불평이다. 영국에서 2년여 살다가 지난해 한국에 돌아온 후 아이의 영어 실력은 많이 줄었을 거다. 하지만 가끔씩 습관처럼 터져 나오는 영어 표현이 몇 개 있는데, 그 중 하나가 “It’s not fair(그건 공정치 않아)”. 아마도 영국에서 학교를 다니면서, 또는 영국 친구들과 놀면서 자주 사용했던, 그래서 입에 배인 표현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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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 It's not fair 가 입에 밴 아이들 

차별과 공정 사이

지난 시절 영국에서 외지인으로 살면서 그들로부터 간혹 차별을 받고 있다고 느낀 적이 있다. 하지만 좀 더 살다 보니 그런 경험 중 상당수는 영국 사회의 시스템이나 그들의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에서 비롯된 경우가 적지 않았다. (가령 레스토랑에서 몇 번 불러도 오지 않는 웨이터는 내가 외국인이기 때문은 아니었다. 그들의 서비스 순서를 내가 기다리지 못했을 뿐이다) 

물론 간혹 정말로 내가 차별 대우를 받고 있다고 느낄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경우에도 나는 상대방에게 나의 생각과 의견을 개진하고 시정을 요구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고, 실제로 어필(appeal)을 한 대부분의 경우에 나는 비교적 납득할만한 결과를 얻어낼 수 있었다. 물론 부당한 행위가 시정되거나 보상받기까지 꽤나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했지만 말이다. 어느 사회나 차별은 있지만 그것을 대하는 태도는 다른 것 같다. 적어도 나는 “It’s not fair”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었고 그들은 들었다.


공동체의 상상(想像), 규칙(rule)

점점 사회는 다양한 인종과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어울려 살아가는 지구촌으로 발전해 간다. 이미 수 만년 전부터 인류는 진화과정에서 점점 확대되어 가는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 필연적으로 상상력을 발휘하게 된다. 그 상상력으로 공동체는 구성원들이 믿고 따라야 하는 공통의 rule을 만들어 낸다. 공동체가 만들어 낸 그 가상의 rule은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가 사피엔스라는 저서에서 말한 공동체의 존속 방식이자 인류 진화 과정의 동력이다. 공동체의 rule은 경제적 가치(화폐), 종교적 가치(신앙), 정치적 가치(국가) 등으로 발전되어 나아가면서 공동체를 유지시켜 왔다.

결국 좋든 싫든 공동체가 정상적으로 유지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가치는 그 공동체내 구성원들간에 합의된 rule을 지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기회는 평등하게, 과정은 공정하게, 결과는 정의롭게라고 힘주어 말한 것도 점점 다양한 가치가 혼재되어 가는 우리 사회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공동체의 rule이 공정하게 지켜져야 된다는 절박한 믿음 때문일 것이다. 그 동안 우리는 산업화와 개발이라는 미명하에 “it’s not fair”한 상황을 외면하거나 침묵해 왔다. 가부장제의 권위주의도 한몫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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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2> 올초 정부가 실시한 공공기관 채용비리 전수조사 결과 보도 내용


불공정에 무딘 사회

최근 커다란 문제가 되고 있는 기업의 채용비리 사건은 우리사회가 얼마나 불공정한 관행에 무감각했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어느 곳보다 공정한 채용절차를 지킬 것이라고 믿었던 공공기관의 90% 이상에서 채용 비리 사례가 있었다는 것이 정부의 전수조사 결과 드러났다. 또한 시중 은행이나 대기업에서도 불공정한 채용 비리가 만연해 있다는 보도가 연이어 나온다. 거기에 재벌家의 갑질 논란까지 더해져, 이 사회에서 공정한 rule은 스포츠에서나 찾아 볼 수 있는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때론 스포츠마저도 이런 바람을 저버릴 때가 있다)

공정성과 함께 중요한 것은 기회의 균등이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역시 모든 근로자에게 균등한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동일노동가치에 대해 동일임금과 처우가 보장되어야 행복한 삶을 영위할 기회가 균등하게 보장된다. 나이와 성별, 종교와 직업, 학력의 고하를 막론하고 누구나 균등한 기회를 보장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채용과정에서도 블라인드 채용을 적극 권장하는 이유도 이와 같은 기회의 균등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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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3> 기회의 균등, 공정한 경쟁이 되기 위해서 ...


균등한 기회는 공정 사회로 가는 첫걸음

지난해 필자는 영국에서 학위를 마친 후 몇 차례 job interview를 한 경험이 있다. 반신반의하면서 준비했고, 제출한 CV에는 국적이나 학력, 경력, 주소, 출생일 등을 다 기록했다. 하지만 채용자의 관심사는 늘 나의 경력에 관한 것이었다. 나의 경험과 경력이 자신들이 찾고 있는 직무에 적합한지를 끈질기게 묻고 재차 확인했다. 물론 내가 경험한 것은 경력직을 구하는 채용이었고, 한국의 채용은 공채시스템이라 이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다만 확실한 건 나이나 국적, 학력 등은 나의 취업 전략에 전혀 방해도, 도움도 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럼 필자가 탈락한 이유는 뭐였을까?. 하여간 나이나 국적, 학력의 문제는 아니었다.)

영국이란 나라. 축구를 좋아하는 나라. 그 축구를 통해 어려서부터 fair play를 배우는 나라. 어린이들이 스포츠를 즐길 때나 학교생활을 하면서 “It’s not fair”를 계속해서 외치고, 그 외침에 상대방은 귀 기울인다. 어려서부터 아이들은 rule은 누구나 지켜야 하고, 그것이 fair한 것이라고 배운다. 언제나 어디서나 그들은 “It’s not fair”를 당당히 외치면서, fair하지 못한 사회를 향해 경고와 항의를 한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아들 녀석이 외치는 “it’s not fair”에 동작을 멈추고 물어볼 수 밖에 없다. “뭐가 잘못되었는데? 아들이라고.

(출처 : 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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