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59)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잉글랜드 대 포르투갈 직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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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라시스터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8,334회 작성일 16-06-21 06:01본문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잉글랜드 대 포르투갈 직관기
영국에 6년째 지내면서 2012년에 열린 유로 대회와 런던 올림픽, 2014 브라질 월드컵 등 메이저 대회가 있는 기간에는 한국에 있었다. 그 기간 동안 영국에 있지 못해 그 속에서 즐기지 못한 것이 내심 아쉬웠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가까이에서 이들의 모습을 지켜볼 수 있게 되었다. 프랑스에서 열리는 유로2016을 앞두고 FA(잉글랜드 축구협회)는 3경기의 평가전 일정을 발표했고 그 중 마지막 경기인 잉글랜드와 포르투갈의 경기를 직관하고 왔다.
유로 대회에서 부진한 모습의 ‘종주국’ 잉글랜드
‘축구 종가’ 잉글랜드는 단 한번도 유로 결승에 진출한 적이 없다. 1996년에 잉글랜드에서 열린 대회에서 3위를 거둔 것이 최고 성적이다. 이후 최근까지 16년 동안 조별 탈락(2000), 두 번의 8강 진출(2004, 2012), 심지어 예선 탈락(2008)을 한 적도 있는 만큼 종주국답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며 잉글랜드 국민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줬다. 월드컵에서도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였기에 언제부턴가 잉글랜드는 종가의 모습을 잃어가고 있었다. 그러던 잉글랜드에게도 희망이 조금은 보이기 시작했다. 이번 유로 본선을 위한 예선으로 치른 10경기에서 31골, 3실점 만을 기록하며 10승 전승을 거뒀고 이번 대회야 말로 역사상 첫 ‘유로 우승’을 노려볼만하다는 평가가 조심스레 나왔다.
('축구의 성지' 웸블리 스타디움 가는 길)
최근 몇 년 동안 열린 유로와 월드컵 그리고 영국 단일팀이 출전한 런던 올림픽에서 종주국다운 성적을 내지 못해 그 열기는 빨리 식었을지 몰라도 대회 기간 동안 그리고 전과 후에는 어떤 분위기일지 궁금했었다. 올해 열리는 유로2016이야말로 그 분위기를 바로 이 속에서 느낄 수 있는 때가 된 것이다. 잉글랜드 대표팀은 2015-16 EPL 시즌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곧바로 선수들을 소집했다. ‘유로 2016’을 준비하기 위한 세 번의 평가전을 앞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터키(5월 22일), 호주(5월 27일), 포르투갈(6월 2일)을 차례로 상대하는 일정을 잡았고 마지막 일전인 포르투갈 경기 직관 계획을 세우고 티켓을 예매했다.
포르투갈과의 마지막 일전
비록 프랑스로 건너가 그 분위기를 느끼진 못하지만 영국에서 조금이라도 가까이에서 느끼고 싶었다. 앞 두 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거두었고 마침 포르투갈과의 경기가 열리기 며칠 전에 유로 대회에 출전하게 될 선수들의 최종 명단을 제출한 상태였다. 최적의 조합을 찾지 못한 모습의 잉글랜드였기에 평가전 남은 한 경기에서는 어떤 조합으로 최종 점검을 할지 궁금하기도 했다. 한편으로 크리스티안 호날두가 영국에 돌아와 뛰는 모습을 보고 싶었는데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 직후라 휴식을 취하느라 대표팀에 합류하지 않은 것은 아쉬웠다.
잉글랜드 대표팀 경기의 직관은 처음이었다. 리그와는 분위기가 어떻게 다를지 유로를 앞둔 잉글랜드 축구 팬들은 어떤 마음으로 경기장을 찾을 지 등 여러 가지 감정을 갖고 경기장을 찾았다. 잉글랜드와 포르투갈의 경기가 열린 곳은 ‘축구의 성지’ 웸블리 스타디움이었다. 잉글랜드 최대 규모인 9만석의 웸블리 스타디움은 경기 2시간 전부터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었다. 평가전이지만 경기 티켓은 일찍 매진이 되었다는 광고를 띄었고(실제로 경기장 곳곳에선 빈 자리가 보였다) 이 나라에 살면서 이렇게 많은 영국인을 한 곳에서 보는 것도 처음인데 한번에 사람들이 경기장으로 몰려 가는 것도 볼거리였다.
(잉글랜드 레전드 보비 무어의 동상 앞에서 사진찍는 아이들)
물론 우리처럼 경기가 궁금해 경기장을 찾는 이방인들도 있었을 거다. 경기장에 갈 때 입으려고 새로운 잉글랜드 유니폼을 구입했는데 입을 수는 없었다. 응원하는 팀의 리그 경기를 보러 갈 때와는 조금 다른 느낌이 들어서일까. 이곳에 살고 잉글랜드가 좋은 성적을 내길 바라지만 유니폼을 입고 경기장에 찾는 건 조금 더 용기가 필요했다. 웸블리 스타디움 바로 앞에는 보비 무어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1966년 잉글랜드에서 열린 월드컵 결승전이 (구)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렸는데 이때 독일을 상대로 처음이자 마지막의 우승컵을 들어올렸고 당시 잉글랜드의 주장이 보비 무어였다. 잉글랜드의 레전드 캡틴으로 기억되어 있는 이 동상 앞에 사람들은 잉글랜드 국기를 들고 모여들어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마치 유로 대회를 앞둔 팬들의 염원이 담긴 듯 보이기도 했다.
경기장 안의 분위기
경기장에 들어섰고 포르투갈과의 평가전이었지만 실제 대회라고 느껴질 싶을 정도로 기대감이 가득 찬 분위기였다. 관중석에 있는 사람들은 하나 둘씩 모여 경기와 대표팀 선수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경기를 기다렸다. 선수 소개가 시작되었고 이날 출전한 주전 선수들의 이름이 등 번호 별로 호명되었다. 가장 많은 박수와 환호는 주장 웨인 루니의 이름에서 터져 나왔다. 우리나라에 카드 섹션 응원이 있다면 잉글랜드는 티셔츠 색깔로 잉글랜드 국기와 ‘TOGETHER FOR ENGLAND’라는 글자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골대 뒤에 금관악기로 연주하는 잉글랜드 응원가는 인상 깊었다.
(경기 시작 전 입장한 양팀 선수들)
호지슨 감독은 마지막 이전 두 번의 평가전에서 한 경기에서 여러 번의 포메이션 변화를 보이며 최적의 조합을 찾으려고 했다. 이날 경기는 루니를 해리 케인과 제이미 바디와 함께 최전방에 투입했고 결과는 실패였다. 경기력 때문인지 응원 열기는 점점 식었고 계속된 교체카드도 별다른 효과는 없었다. 호날두가 뛰면 잉글랜드는 이기지 못했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마지막에 스몰링의 헤딩 골로 겨우 우승을 하긴 했지만 아쉬움이 많이 남는 경기였다. 기대만큼은 아니었지만 느낀 점이 많았던 직관이었다.
(잉글랜드 국기에 삼사자 군단의 엠블럼을 옮기고 있는 팬들)
오늘 잉글랜드가 속한 B조 마지막 경기가 있었다. 러시아를 상대로 승리한 웨일즈는 2승 1패로 조 1위를, 잉글랜드는 슬로바키아와 무승부를 거둬 1승 1무 1패로 조 2위로 16강에 진출했다. 과연 이번 대회에서는 어떤 성적을 거둘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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