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견문 위기에는 단합을! 한국과 영국의 코로나 대응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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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윰윰쾅쾅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6,109회 작성일 20-05-12 17:09본문
유럽과 미국, 일본처럼 세계를 선도하던 선진국이라 불리던 나라들이 하나같이 코로나 대응에 실패하고 있다. 비교적 코로나 확진자가 늦게 발생했던 영국이지만 빠른 속도로 확진자가 늘어났고 지난 3월 23일 전역에 봉쇄령이 내려진 이후로는 사회가 정지한 것처럼 보인다. 식당과 상점은 문을 닫았고 의료체계는 붕괴했으며 집단감염을 운운하던 정부 당국은 사실상 대응에 손을 놓은 것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그러나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영국인들은 여유와 희망을 잃지 않은 것 같다. 봉쇄령 이후 전국에서 들려오는 훈훈한 소식들은 삶에 대한 영국인들의 여유 죽음에 대한 관조를 보여주고 있다. 분명 한국인들이 사회와 삶을 대하는 태도와는 차이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영국도 주목하는 한국의 대성공
확진자 그래프가 천장을 뚫을 것처럼 치솟던 두 달 전의 한국이 세계가 놀라워할 정도로 빠르게 코로나19 사태를 안정시켜 나갈 수 있었던 원인은 무엇일까. 의료와 복지분야에서 유럽을 동경해 마지않던 과거의 상황을 떠올려볼 때, 이번 코로나 사태에서 한국이 거둔 성공은 실로 엄청난 것이다.
1. 유교문화의 위력
자연스레 한국의 성공의 원인에 대해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크게 두 갈래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로, 한국과 동아시아 여러 나라에 자리한 유교문화의 위력을 꼽는 의견이 그것이다. 한국 뿐 아니라 홍콩, 대만, 싱가폴과 중국에 이르기까지 동아시아의 국가들이 상대적으로 이번 코로나 사태에 잘 대응했다는 점에서 자유와 개인주의를 바탕으로 한 서구문화와는 다른 유교 문화가 사회혼란에 더 잘 대처할 수 있는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유교문화권의 국민들은 정부정책에 좀 더 순응적으로 반응하면서 국가의 정책 결정과 집행이 보다 순조로울 수 있었다는 것이다.
권위와 복종을 강요하는 꼰대 문화, 상대의 눈치를 보며 행동해야 하는 답답한 사회분위기가 오히려 사회 전체의 질서와 조화를 추구하는데 있어서 강력한 효과를 발휘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과거 싱가포르의 총리였던 리콴유는 유교의 가족주의 문화에 기반한 아시아적 가치가 서구사회의 무질서, 개인주의와 자유방임의 팽배로 인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 일찍이 아시아의 경제발전에서 아시아의 가족주의는 권위주의적 개발독재에 더욱 적합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던 리콴유
2. 민주주의 체제의 성공
물론 다른 시각도 있었다. 한국 민주주의의 투명성이 이번 사태를 빠르게 안정시키는 주요 원인이었다는 지적이다. BBC 서울 특파원인 로라 비커는 3월 말 대구를 방문했을 때문해도 이번 사태를 비관적으로 보았다고 고백했지만, 그 이후 대규모 진단검사와 투명한 정보공개, 최신 기술을 사용한 동선공개 등이 방역 성공의 첨병이었다고 언급하면서, 많은 서구 지식인들이 한국인들의 순종적 태도를 언급하지만 한국인들은 불과 몇 년 전에 민주적으로 대통령을 탄핵 시킬만큼 활력있는 민주사회임을 지적했다.
▲ 한국 민주주의의 활력과 정보공개의 투명성이 코로나 대응의 핵심이었음을 지적했던 BBC 서울특파원 로라 비커
이러한 두가지 원인은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한국의 방역 성공을 이끌었을 것이다. 유교 문화는 분명 아시아 국가들이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하고, 인력과 자원을 동원하는데 있어 행정력의 근원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총력전을 방불케 한 코로나 방역 사업을 문화적 차이로만 설명하는 것에는 분명 빈 공간이 존재한다. 우한을 봉쇄하고 정보를 통제했던 중국의 대응과 한국의 방식에는 분명한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또한 투명한 정보공개를 통한 민주주의의 성공으로 치부하기 역시 무리가 있다. 평소 한국인들이 동경해 마지않던 북유럽, 미국, 서구의 민주주의 국가들 역시 이번 코로나 사태의 대응에서 한결같이 형편없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코로나 대응에는 한국사회 전반에 흐르는 문화적 맥락과 제도가 성공적으로 결합했기 때문으로 보는 편이 옳을 것이다.
Stay Home, Protect NHS
긴 겨울을 지나 따뜻한 햇살을 즐길 계절이 돌아오자 영국인들은 코로나의 확산에도 불구하고 하나 둘씩 공원에 모여 담소를 나누거나 일상을 유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문을 닫은 상점과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현실을 잊고 있다면 평소의 나날들과 크게 다름없어 보인다.
영국의 뉴스들에도 NHS 종사자를 비롯한
사회 핵심 노동자들 (key workers)의 노고를 위로하고 격려하는 소식들이 자주 등장한다. 의료진에 대한 감사 표시는 전국적으로 벌어지고 있고, 필자가 사는 동네에서도 저녁 8시 무렵이면 창문을 열고 박수를 치며
노래를 부르며 자가격리 중인 스스로를 응원하는 퍼포먼스가 벌어진다. 지난 달에는 중환자실에 입원했던
보리스 존슨 총리를 위한 응원 퍼포먼스가 매일 저녁 8시마다 벌어지기도 했다. 동네마다 박수가 쏟아졌다.
영국의 저력은 바로 이런 부분이 아닐까. 영국 정부의 한심한 대응과 수많은 확진자들 속에서도 영국인들은 상대를 비난하기 보다는 서로를 응원하면서 이번 사태에서 희망을 발견하려 애쓰고 있다.
‘바이러스는 인류 역사 속에서 계속해서 등장하고 사라져왔으며, 이번에도 결국엔 인류가 승리할 것이다.’
‘결국 바이러스를 완벽하게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니 집단 감염을 통해 면역력을 기르는 편이 낫다’
어떻게 보면 이처럼 한심하고 무책임한 총리의 발언에도 영국인들이 분노하지 않고 서로 협력하는 것은 한국인들의 시각에선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지만 위기 극복을 위해서 서로 단합하고 책임 추궁은 그 이후에 이루어져도 늦지 않다는 영국인들의 여유는 사회통합과 존속을 위해서 분명 배울 부분도 있어 보인다.
이번 코로나 사태를 통해 세계 각국과 우리 스스로는 우리 사회와 문화, 제도의 강점에 대해 자연스레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우리가 미처 몰랐던 스스로의 강점도 발견하게 되었고, 다른 나라들이 코로나 사태 속에서 어떠한 모습을 취하는지, 삶과 사회에 대해 갖는 태도가 어떻게 다른지 주목하게 되었다.
영국의 개인주의 문화, 위기 시의 대응책은 한국과는 분명 다르다. 코로나 사태 이후 이러한 차이를 보다 잘 이해하고 정리하는 것이 다시 찾아올 또다른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사진출처: 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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