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견문 방역은 꼴등, 백신개발은 일등...영국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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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윰윰쾅쾅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736회 작성일 20-10-28 13:51본문
한국문화의 두 얼굴 - 떼창과 꼰대질
한 사람의 성격에도 여러가지 면이 있듯이, 각 사회의 문화에도 장단점과 모순이 함께 존재하기 마련인 것 같다. 공동체 지향적인 한국사회를 예로 들어보자.
광화문 광장에서 국가대표 축구팀을 응원하기 위해 수십만명이 운집하거나, 서울 광장에서 열린 싸이 콘서트에서 한국인 특유의 단결력으로 일궈내는 떼창을 부를때, 혹은 기름 범벅이 된 해안을 원상복구시키기 위해 태안 앞바다로 모이는 100만명의 자원봉사자들의 모습을 볼 때, 우리는 한국 사회의 공동체주의가 우리에게 안겨주는 일종의 희열감을 느끼곤 한다. 그러나 동시에 이러한 공동체주의는 개개인의 스케쥴과 의사를 무시하는 회식문화로 이어지기도 하고, 개인의 사적 공간을 침범하는 ‘명절날의 잔소리’, 혹은 ‘꼰대’들의 지적질로 연결되기도 한다.
‘빨리 빨리’ 문화도 비슷한 예가 될 수 있다. 한국인의 조급한 성격은 세계 최고의 택배 시스템과 인터넷 연결망으로 구현되기도 하지만 종종 ‘적당히’나 ‘대충대충’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 한국의 공동체주의가 긍정적으로 발현되는 순간.
'우리'에게 닥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순식간에 모인 100만명의 인원은 태안 앞바다의 기름띠를 두달만에 없애는데 성공했다.
코로나의 확산을 막아 내기엔 너무도 느긋한 영국인들
마찬가지로 밖에서 보기엔 마냥 부러워만 보이던 '선진국' 영국인들의 여유와 개인주의는 코로나19라는 미증유의 위기 앞에서 다양한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 일단 영국인들은 통제되기에는 너무 자유분방한 것 같다. 타인이나 공동체에 폐를 끼치지 않느라 혹은 남의 눈치를 보느라 마스크를 쓰기에는 영국인들에게 개개인의 자유는 너무도 소중한 가치인 것 같다.
사실 이러한 상황은 영국 뿐 아니라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의료나 복지 수준이 높은 서구국가들이 아시아 국가들에 비해 방역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유에는 분명 문화적인 요인들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된다.
▲ 독일의 노 마스크 시위. 영국 뿐 아니라 전 유럽, 미국 등에서는 마스크를 쓰라는 국가방침에 맞서 마스크를 쓰지 않을 자유를 주장하는 시위가 격화되고 있다. 일찍이 싱가포르의 총리인 리콴유는 서구의 개인주의-자유민주주의가 개인의 일탈을 통제하지 못한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동아시아의 공동체주의(가족주의)문화와 서구의 자유민주주의 사이의 양립 불가능성을 이야기 하기도 했다.
백신연구의 선두주자 - 영국
동시에 영국인들의 개인주의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그 장점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아스트라제네카와 옥스퍼드대가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는 백신은 현재 코로나로부터 전 세계를 구할 가장 유력한 후보 가운데 하나다. 바이러스에 대한 방역전투에서 완패를 하고 있는 영국이 다른 한편으로 백신 연구에서는 가장 앞서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일이 과연 어떻게 가능할까?
논의의 초점을 잠시 다른 곳으로 넘겨보자.
가끔 TV를 보다보면 이색적인 연구 결과들이 전파를 탈 경우가 있다. 가령 방귀 냄새를 맡으면 암에 걸릴 확률이 줄어든다’거나, ‘여성은 마늘 먹는 남자에게 매력을 느낀다’, ‘테트리스를 하는 것은 금연에 도움이 된다’ 등등. 그리고 이러한 연구결과들은 상당한 경우 영국이나 미국의 모모 대학 이루어진 것으로 보도되곤 한다. 도대체 이 어리석은 서양놈(?)들은 이러한 연구를 왜 하는 것인가 말이다.
그러나 이렇게 엉뚱한 연구를 쏟아내는 영국의 대학들이 코로나19 백신 개발에서 가장 앞서 있다 거나 2020년에도 노벨상 수상자 11인 가운데 두 명을 배출했다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닌 것 같다. 개인의 엉뚱한 호기심과 취향을 존중해주는 문화, 그리고 한 분야에 대한 호기심을 오랜 기간 연구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사회의 풍토는 다양한 기초 연구분야에서 선두주자로 군림하는 영국 사회의 저력이다. 그리고 옥스포드의 연구실에서 결실을 보고 있는 코로나 백신처럼, 영국에서 일어난 혁명들은 상당 수가 조용히, 그리고 천천히 이루어졌다.
결국 방역을 하기엔 너무도 느긋한 영국인들의 심성과 마스크 쓰기를 거부하는 개인주의가 방역의 실패와 백신개발의 성공이라는 상반된 결과의 기저에 동시에 작용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것이다.
매년 반복되는 일이지만, 올 노벨과학상 수상에 앞서서도 한국 과학자의 수상 가능성에 대해 많은 한국 언론이 기대감을 표했다. 그러나 ‘빨리빨리’가 일상인 우리의 기대와 달리 많은 사회변화는 천천히, 그리고 조용히 이루어진다. 때로는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 세상을 바꾸는 혁명으로 이어지기도 한다는 것이다.
(사진출처: 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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