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견문 백신전쟁에서의 승리 - 코로나의 터널에서 벗어나는 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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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윰윰쾅쾅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133회 작성일 21-04-14 08:03본문
재작년 겨울, 우한에서 처음 새로운 감염병이 등장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만 하더라도 이토록 오랫동안 전 세계가 이 새로운 바이러스와의 전쟁에 나서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던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SARS나 MERS, 신종플루와 같은 새로운 바이러스가 종종 일상을 위협하곤 대부분 수개월 사이에 자취를 감춘 것과 비교해보면, 이번 바이러스가 얼마나 극성인 것인지를 알 수 있다.
희망적인 소식은 백신접종이 본격화된 국가들로부터 이 기나긴 전쟁의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승리의 터널의 맨 앞에 영국이 서 있다.
물론 여전히 상황은 녹록치 않다.
하루 확진자가 일주일 평균 2천명 대 초반을 유지하고 있으며,사망자 역시 일주일 평균 30명대를 기록 중이다.
그러나 이러한 수치는 변이바이러스의 확산이 정점에 달했던 3개월 전과 비교하면 (4월 11일 기준) 97.4% 줄어든 것으로서, 감소 추세는 세계에서 제일 빠른 것이다. 확진자 감소세와 백신의 효과에 자신감을 얻은 영국은 봉쇄를 풀고 경제를 재개할 준비를 마쳐가고 있다.
▲"여러분! 오래 기다리셨죠? 돌아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지난 일요일 미국 WSJ에 실린 부킹닷컴의 전면광고
백신전쟁에서 앞서가는 영국, 이스라엘, 칠레와 미국
영국은 4월 12일을 기준으로 전체 인구의 47%가 백신접종을 받음으로써 이 분야에서 이스라엘에 이은 세계 2위를 기록하고 있다. 뒤를 이어 칠레와 미국 정도만이 40%에 육박하는 백신접종률을 기록하면서 독보적인 선두그룹을 형성하고 있는데, EU와 터키, 브라질 등이 주요국가가 10~15%의 접종률을 기록하고 있고, 러시아나 인도 등이 6% 정도에 그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매우 빠른 속도이다.
▲주요국의 백신 접종률. 4월 12일 기준
이러한 상황에 힘입어 영국 정부는 지난 달부터 연달아 봉쇄령 완화조치를 실시하고 있다.
3월 초에 학교 등교가 재개된 이래 지난 달 말에는 야외에서의 운동이 허용되었고, 어제 0시를 기준으로 드디어 미용실, 옷가게의 영업과 식당 및 펍의 야외 좌석 운영재개가 허용되었다. 여기에 한 걸음 더 나아가 영국정부는 예정대로 6월 22일 모든 봉쇄조치를 해제할 것이며 이후 재봉쇄는 없을 것이라고 선언해버렸다. 사실상 코로나 터널의 끝에 와 있다는 사실을 공언한 셈이다.
필자 역시 어제 3개월 만에 이발을 하러 갔는데 한시간 넘게 대기해야만 했고, 집 주변의 펍에서는 밤 10시가 넘어서도 시끄러운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이발소의 매출은 평년 대비 5배, 소매점의 매출은 2.5배 증가했다고 하니 영국인들이 얼마나 봉쇄해제를 고대하고 있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방역과 백신전쟁의 상이한 성적표
동아시아 지역은 비교적 성공적으로 코로나를 관리해왔다. 코로나가 발원하였던 중국은 물론 한국, 대만, 싱가포르에서부터 베트남, 태국과 같이 비교적 경제수준이 넉넉하지 않은 동남아시아 국가에 이르는 대부분의 국가들이 코로나19의 확산을 상대적으로 잘 막아왔다. 상황이 좋지 않다고 알려진 일본만 하더라도 여느 유럽국가와 비교하면 확진자 수가 훨씬 적은 편이다.
반면 구미의 국가들은 하나같이 방역에서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여야만 했다. 그러나 백신개발과 접종이 시작되자 상황이 역전되었다. 낙제생인 것처럼 보였던 영국은 백신의 개발과 접종에 있어서 선두주자로 올라서고 있다. 비단 영국 만이 아니라 미국, 이스라엘 등과 같이 백신확보 전쟁에서는 엄청난 역량을 보여주고 있는 국가들은 한결같이 방역 부문에 있어서 하나같이 실패했던 국가들이다. 도대체 이 상반된 결과는 어디에서 기인하는 것일까.
Homogeneity 대 Heterogeneity
여기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겠으나, 그 원인 가운데 하나로 필자는 아시아적 동일성(Homogeneity) 대 서구의 이질성(Heterogeneity)의 문화, 아시아의 공동체성(communitarianism)과 서구의 개인주의(individualism) 등이 결합된 것이 아닐까 싶다.
개인보다 공동체의 이익을 염두에 두는 동아시아의 문화적 특징이 코로나 방역의 성공요인 중 하나라는 것이다.
반면 개인의 자유와 의견 개진이 자유로운 서구 사회의 이질성과 댜앙성은 백신개발의 성공요인으로 자리매김 했다고 할 수 있다.
정확한 데이터가 나온 뒤에야 평가가 가능하겠지만, 기본적으로 한국인들은 영국인들에 비해 마스크 착용을 훨씬 잘 하고 있다.
그것이 방역당국에 대한 협조에서 비롯된 것인지, 자신을 지키기 위한 수단인 것인지 혹은 사회적 동조압력에 기인한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영국인들이 실외에선 거의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것에 비해, 한국인들은 실내외를 가리지 않고 어디서나 마스크를 쓰며 방역수칙을 준수해왔다.
한편으로 한국의 경우 구미 국가들에 비해 개인정보를 사회에 제공하는 것에도 훨씬 관대했다.
감염병 통제를 위한 추적과 격리를 위해 동선을 제공하는 방식은 감염확산을 막는데 확실히 효과적인 것으로 보이지만, 환자의 과거 행적이 적어도 방역당국에는 노출될 수 밖에 없는데, 이러한 방식이 유럽의 많은 사회에서는 뜨거운 찬반 논란에 휩싸이곤 했다. 프랑스의 한 토론 프로그램에서 한 변호사는 “두 국가(한국과 대만)의 방역 모델은 개인 자유를 침해하는 최악의 모델“이라고 비판한 것에 대해, 철학자 지젝(Zizek)은 “불안과 동정심에 기대어 전문가 의견으로 포장된 의견”일 뿐이라고 일축한 것이 좋은 예다.
공동체와 방역을 위해서 QR코드를 제출하는 것이 너무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던 한국에 비해, 적어도 유럽의 일부 국가들에서는 국가가 ‘공동체’의 보호를 위해 개인의 정보를 소지해도 되는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 과정이 필요했다.
리콴유가 지적한 바와 같이 서구의 지나친 자유주의는 개인들의 일탈과 사회적 통제불능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으며, 코로나19와 같은 긴급한 상황에서 개개인의 자유는 엄청난 사회적 비용으로 이어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개인주의와 다양성은 백신 개발이라는 반전에도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백신을 개발한 영미의 기업들은 한결같이 분산된 소유와 CEO 체제를 가진 전형적인 영미식 거버넌스 형태를 띄고 있다. 또한 정부 당국의 백신도입 결정과정도 다방면의 전문가들이나 지방정부가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수평적 거버넌스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개방된 의사결정 체계는 Top-down식 통제와 의사결정 속도에 있어서 동아시아 국가들에 비해 느리다는 약점을 가지고 있지만 창조적 파괴와 혁신에 있어서는 확실한 강점을 갖고 있다는 점이 이번 코로나19 대응에서도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비슷한 맥락에서 영국으로 사례를 한정시킬 경우, 이번 백신전쟁이 브렉시트에 대한 인식마저 변화시키고 있다는 블룸버그의 보도가 등장하기도 했다. EU의 중앙집권식 관료주의에서 벗어난 발빠른 결정이 영국과 EU의 백신 접종 차이를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 4월 11일 기준 지난 1주일간 100만명당 코로나19 사망자 수.
한 때 세계 최악의 사망률을 기록하던 영국의 사망자 수는 유럽 최저수준으로 낮아졌다.
방역과 백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데 성공한 유일한 예외가 있다면 싱가포르 정도일 것이다. 그런데 싱가포르는 동양과 서양의 접경에 위치한 지역으로 동아시아의 Top-down식 통제와 공동체주의, 그리고 서구의 글로벌한 자유주의를 모두 이해하고 있는 사회다. 과연 이러한 싱가포르의 예외는 우연인 것일까.
(사진출처: WSJ & https://ourworldindat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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