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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견문 학업 성취도가 떨어지는 아시아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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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윰윰쾅쾅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3건 조회 6,397회 작성일 21-05-14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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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지도 교수님과 만남을 가지던 중에 아시아 학생들의 학업성취도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다(필자의 지도교수는 학생선발 기준 설정에 꽤 큰 영향력을 가진 분이다

교수님은 혹여 인종차별적 발언으로 들릴지 모른다는 생각에서 인지 매우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냈는데, 그것은 아시아 학생들의 학업능력이 평균적으로 기대치에 못 미친다는 것이었다.

물론 이는 아시아 학생들에 대한 기대치가 높기 때문일 수도 있다. 평균적으로 유럽 대학에 지원하는 아시아 학생들의 성적이 다른 인종에 비해 좋은 편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렇게 우수한 성적으로 입학한 학생들의 학업성취도가 입학 이후에는 기대치를 밑돈다는 것이다. 이러한 경향 때문인지 하버드 대학과 같은 세계 유수의 대학에서도, 아시아 학생들에 대해 더 높은 입학 기준을 요구한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아시아 학생들에게 불리한 제도라니 너무도 불공정한 일 아닌가! 

이에 필자는 어째서 아시아 학생들에 대해 이런 평가가 생겨나는 것인지에 대해 나름대로 고민을 해 보았다.

 

영어, 영어그리고 문화

언어와 문화의 벽은 특히 아시아 학생들에게 있어서 극복하기 힘든 난관이다

역시 다른 언어권에서 유학 온 유럽권 학생들은 그래도 동질적인 문화로 인해 비교적 빠르게 학교생활에 녹아들지만, 많은 아시아 학생들은 언어나 문화적 차이로 인해 적응에 더 큰 어려움을 겪는다

동료들과 어울린다고 할 때에도, 문화적-언어적으로 동질적인 아시아 학생들끼리 어울리는 경우가 많다 보니 학교 생활에 대한 적응은 더욱 어려워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수업 방식의 이질성도 아시아 학생들에 대한 평가를 가르는 기준이 되는 것 같다

영국 교육의 목표는 정답을 잘 맞추는 학생보다는 좋은 질문을 내놓는 학생들을 길러내는데 있다

유대인 가정의 식사시간에는 부모가 자식에게 끊임없는 질문을 하며 자녀들의 사고력을 배양하는 하브루타라는 교육방식이 존재한다고 하며, 소크라테스의 문답법과 같은 지적 전통도 이와 맥을 같이 한다

그러나 한국에 있어 교육은 지식의 총량에 더 관심을 기울인다. 얼마나 많이 읽고 외웠느냐, 과거시험의 전통이 현재의 대입과 교육과정에도 전승되고 있다.

실제로 우수한 성적으로 대학에 들어온 많은 아시아 학생들은 질문을 요구하는 교수의 목소리나 자기 생각을 적어내야만 하는 에세이 등에서 애를 먹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어쩌면 단순히 자신의 생각을 말과 글로 표현하는 것이 익숙치 않기 때문에, 침묵을 지키고 있는 동양인 학생들이 평가절하되는 경우도 많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한국의 한 교수님은 미국 유학 당시 한 학기 내내 침묵을 지키며 조용히 수업을 들었는데, 시험 성적이 너무 잘 나오자 이를 의아하게 여긴 지도교수가 따로 불러 구술테스트를 진행해 본 적도 있다고 한다. 수업 시간 내내 아무런 질문도 하지 않던 학생이 어떻게 이렇게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냐는 것인지 미국 교수 입장에서는 이해가 되지 않더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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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찬호 선수가 LA 다저스에 처음 입단했을 때, 가장 곤란했던 것 중 하나가 바로 코치들의 질문이었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감독들의 지시에 열심히 따르기만 해왔는데, 미국에서는 자꾸 '네 생각은 어때?' 라며 물어보더라는 것이다.
필자도 이 말에 크게 공감했다. 영국에서 논문을 쓰다보면 교수들이 계속해서 '내 생각'을 물어온다. 
저는 제 논문에 아무런 생각이 없다구요(...)

 


잠재력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그러나 아시아 학생들의 입학성적 대비 학업성취도가 떨어지는 경향이 단순히 언어나 문화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면 문제는 복잡해진다. 이는 대학입학 시험 기준이 학생의 잠재력을 측정하는 지표로서 한계를 노정한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심리학자 하워드 가드너(Howard Gardner)는 인간의 지적 능력을 8가지로 구분하는데, 여기에는 언어구사능력, 수리 및 논리력, 공간지각능력, 신체감각적 지능, 대인관계에 대한 지능, 자기성찰적 지능 등이 포함된다. 인간 두뇌의 다양한 분야가 관장하는 영역이 서로 다르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대부분의 시험은 이러한 다양한 두뇌 영역 가운데 특히 언어 구사력과 수리 능력을 측정하는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이러한 차원에서 대입 시험은 두뇌의 특정 영역에 대한 우수성을 측정하는데 있어서는 꽤 그럴듯한 지표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로 새로운 문제를 이해하고, 도전하고, 이를 해결하는 데에는 언어와 수리 능력 이외에도, 다른 이들과 협업하는 능력이나, 스스로를 돌아보며 성찰하는 능력도 필요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언어나 수리와 같이 특정 부문의 능력에 초점을 맞춘 시험제도는 학생의 잠재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지표로 적절치 않을 수도 있다.

 


기회의 공정보다 어쩌면 기회의 다양성이 필요한 것일지도

한국의 교육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화두 가운데 하나는 바로 공정이다. 사회지도층 자녀들의 입시 비리 문제가 터져 나올 때마다 쌓여온 오랜 국민적 공분은 교육분야에서 공정을 점점 더 중요한 이슈로 부각시켜 왔다.

그런데 필자는 지도교수와 이야기를 나눈 이후 어쩌면 한국사회에 필요한 가치는 공정보다는 다양성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시험제도가 학생의 잠재력을 종합적으로 측정하지 못하다면, 특정 영역의 지능만을 측정할 수 있는 대입제도로서 과연 공정한 것일까. 공정이라는 명분 하에 수리와 언어 등 몇몇 능력만을 측정하고, 그를 통해 줄세우기를 하는 시험 제도 자체가 어쩌면 또다른 불공정을 야기하는 것은 아닐까여러가지 분야의 잠재력을 다각도로 평가할 수 있는 제도의 다양성이야 말로 공정에 더 가까운 것은 아닐까.


대입 정시 확대 요구 뿐 아니라 로스쿨 제도에 대한 비판과 사법고시 부활 논의 등이 꾸준한 여론의 지지를 얻는 것을 보면 한국은 새로운 교육제도를 만들어내는 과정에 있어서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비판의 에너지가 더 나은 교육제도를 만들어내는 논의로 이어져야지, 시험만능주의라는 과거로의 회귀로 이어져서는 곤란하다.

하나의 명분에 집착한 제도는 현실에서 또다른 문제를 만들어낼 수 밖에 없다.


(사진출처: 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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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JAOH님의 댓글

no_profile JAOH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농담이시겠지만, 본인 논문을 쓰는데 본인 논문에 대해서 "저는 제 논문에 아무런 생각이 없다구요(...)" 라고 말씀하시면...논문 쓰실 준비가 덜 되신거같아요...정말 농담이신거죠? 제가 지도하는 학생이 그렇게 생각할까봐 두렵네요.

분명 아시아 학생들의 소극적인 학습태도 (질문하지 않는 것, 적극적으로 토론에 참여하지 않는 것)가 문제인 것도 있지만, 이사아학생들 입학사정에서의 인플레 또는 실제 실력과 입학사정자료와의 미스매치는  표준화된 시험(SAT, TOEFL, GRE 등등)의 시험에 후기를 타거나 시험을 잘보기 위한 테크니컬한 부분만 중점적으로 학습해서 점수가 높게 나오기 때문이 크다고 생각해요.

그를 떠나서 지적해주신 부분은 특히 해외에 대학 때 처음 유학으로 나가는 학생들이 겪는 문제점/어려움에는 동의해요. 거기다 하나 얹자면, 무조건 "Yes" 라고 대답하는 문화도 그 문제의 일부기는 합니다.
하지만 글쓰신 분의 맨 마지막 단락에는 큰 이견이 있는데요, 기회의 다양성이라고 쓰셨지만 밑에 다시 쓰신것과 같이 평가방법의 다양성에 관해 언급을 하셨는데,,다양성은 이미 주어졌습니다. 최근 입학사정관제/학종전형 등등 수시전형에서 여러가지를 평가하기 시작한 이후로 어떻게 되었나요?
학교에서 extracurricular activity를 지원하지 못하는 교육환경은 그대로 두고 평가 방법만 바꿔놓으니까, 그거에 맞춰서 여러가지 편법이 횡행하고, 그 편법은 결국 불평등을 심화시켜서 공정이라는 키워드를 더욱 부각시키고 있는 상황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제도는 새롭게 정할 수 있겠지요, 그럼 사람들은 언제나처럼 새로운 loophole을 찾아낼겁니다. 안타깝게도 우리 한국사람들은 머리가 좋고 액션이 빨라서 그런거에 굉장히 기민하게 빨리 반응하거든요.

평가의 수월성으로 보나, 결과의 공정성으로 보나 사실은 우리나라 교육 및 대학입시 시스템에서는 수능시험 및 정시모집만큼 공정하고 정확한 제도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아니면, 대학에 자율권을 줘서 대학이 각자 학교 학풍에 맞는, 인재상에 맞는 학생을 뽑을 수 있도록 전형을 전면 자율화해야되는데 그것도 말이 안되고요..대학 순위를 한계단 한계단 따지는 우리나라 인식에서는 여러모로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윰윰쾅쾅님의 댓글의 댓글

윰윰쾅쾅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안녕하세요. "저는 제 논문에 아무런 생각이 없다구요(...)" 부분은 농담입니다. 하지만 교수님들과 미팅을 가질때마다 쏟아지는 질문세례에 제대로 답변을 못하다가 나중에 가서야 '이런식으로 답변할걸' 하고 생각하는 자신을 발견할 때마다 제 생각을 체계적으로 정리해서 답변하는 능력, 혹은 임기응변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사실입니다. 이것이 영어의 문제인지, 혹은 말하기 훈련이 부족한 탓인지는 스스로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말씀하신 것처럼 아시아 학생들의 공부방식은 시험을 위한 훈련에 집중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방식의 공부 방법이 실생활에서의 문제 해결에 얼마나 유의미한지 솔직히 의문이 듭니다. 저는 아시아 학생들의 퍼포먼스가 낮다는 일각의 의심이 훈련된 무능력과도 연결된다고 생각합니다. 기존의 규칙과 정답에 길들여진 사람은 새로운 대안을 찾는 것에 오히려 어려움을 겪는다고 하잖아요.

아울러 수능제도와 정시는 일견 가장 공정한 제도로 보이지만, 말씀하신 것처럼 대학을 계단식으로 서열화시키는 인식을 재생산하고 더 나아가 한국 대학의 국제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주범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학령인구도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처럼 적당히 수준에 맞는 수능성적을 가진 학생들을 모아 소위 등록금 장사하며 유지하는 대학 시스템으로는 국제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도 없고 장기적으로는 사장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차원에서 저는 학종이나 사정관제를 넘어서 대학에 (특히 사립대학의 경우) 학생선발 자율권을 주는게 맞다고 봅니다만 물론 그러한 제도적 개선은 사회의 다른 분야의 제도-인식의 개선과 맞물려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에 말씀하신 것처럼 쉬운 일은 아니라는데 공감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어렵기 때문에 오히려 더 공론화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요.

영국가디언님의 댓글

no_profile 영국가디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두 분의 대화를 잘 읽었습니다.

-과학적/객관적 사고의 시작은 'Critical Thinking'으로서 이 것도 교육으로 다듬어지는 인간의 skill 이기때문에 훈련으로 성취될 수 있다고 봅니다 이 것은 사회의 리더층에게 요구되는 자질이고 당연히 이로인해 인류사회가 존속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흡수인지의 주입식 교육은 수동적인 반면 방대한 양의 지식을 습득하도록 하기때문에 단기에 급성장을 추구해야 하는 사회에선 불가피할 것이고 우리는 그로인해 능동적인 사고를 할 수 없게되는 또는 변증법적 사고조차 훈련받아야 하는 폐단을 경계하며 정신 차리고 살아야 할 것 같습니다.

- 서양인들은 동양인들의 천재성이 단순히 IQ문제가 아닌 정신과 정서의 발현문제에 막혀있음을 답답해 하고 있는 것일 것입니다 아마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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