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UEFA유로파리그 진출의 명과 암 > 칼럼

UEFA유로파리그 진출의 명과 암

올 시즌 유로파리그 진출권에 대한 규정이 바뀌면서 EPL에서 7위를 차지한 사우스햄튼이 변화된 룰에 따라 다음 시즌 유럽 대항전에 나가게 되었다. EPL 5위와 6위를 차지한 토트넘과 리버풀까지 총 세 팀이 유로파리그 진출권을 획득한 것이다. 게다가 리그 12위에 머물렀던 웨스트햄 유나이티드까지 유로파리그에 진출 자격을 얻게 되면서 EPL에서 총 네 팀이 진출하게 되었다. 챔피언스리그에 비해 한 단계 아래로 평가되고 있고 많은 경기를 소화해야 하는 만큼 유로파리그 진출을 놓고 찬반 논쟁이 잦다. UEFA는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규정을 변경했다. 변경된 규정과 함께 유로파리그 진출의 명과 암을 살펴보려고 한다.

UEFA, 유로파리그 진출권 규정 변경

지난 5월 30일(현지시간) '축구의 성지'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아스날과 아스톤 빌라의 FA컵 결승전이 열렸다. 아스날이 4-0 완승을 거두고 통산 12회 우승으로 FA컵 최다 우승팀이 됐다. 1996년 이후 19년 만에 우승에 도전한 아스톤 빌라는 아스날의 주도아래 제대로 힘써보지 못한 채 준우승에 그쳤다. 예전 규정대로라면 준우승 팀인 아스톤 빌라가 유로파리그 출전권을 얻게 되는 것인데, 규정이 바뀌어 EPL 7위 사우스햄튼에게 돌아갔다. 어떻게 된 것일까?

(아스날이 우승하면서 사우스햄튼이 유로파리그에 진출하게 되었다)

이전의 규정은 이러했다. FA컵은 우승팀과 준우승 팀 중에 한 팀에 그리고 리그컵 우승팀에게 유로파리그 진출권을 부여했다. 즉 이번 시즌 리그컵에서 우승한 첼시를 대신해 토트넘이 유로파리그에 진출해야 하지만 토트넘이 리그 5위로 이미 진출권을 획득했기 때문에 6위인 리버풀이 진출 자격을 얻었다. FA컵의 경우도 챔피언스리그에 진출이 확정된 아스날이 우승을 거뒀기 때문에 준우승인 아스톤 빌라가 자동으로 유럽 대항전에 진출하는 것이 아닌 차 순위 팀에게 유로파리그 진출권이 주어게 된 것이다. 때문에 리그 7위의 사우스햄튼은 마음을 모아 아스날의 FA컵 우승을 응원했을 것이다. 지난 시즌 아스날과 헐시티의 FA컵 결승전이 말 그대로 시즌 종료를 알리는 '피날레 무대'였던 이유는 헐시티가 준우승에 그쳤음에도 유로파리그 출전권을 얻었기 때문에 함께 즐길 수 있었다.

유로파리그 진출 둘러싼 찬반 논쟁

바뀐 규정은 준우승 팀이 아닌 각 리그 순위를 기준으로 출전권을 부여한다는 것을 뜻한다. 지난 2013년 UEFA(유럽축구연맹)는 새로운 규정 도입에 대해 논의하기 시작했고, 지난해 7월 2015/16시즌부터 새로운 규정을 적용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UEFA는 왜 이같이 규정을 바꾼 것일까? UEFA챔스에 비해 유로파리그 우승팀이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얻는 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동기 부여가 그리 크지 않다고들 말한다. 상대적으로 팀 전력이 낮은 팀이 준우승을 차지해 유로파리그에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경우 대회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이유도 크게 작용했다. FA컵 준우승을 차지하고 유럽 대항전에 진출한 헐시티, 스토크 시티,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의 사례를 봤을 때 제대로 힘도 써보지 못하고 탈락의 고배를 마셔야 했다.

(유로파리그 진출이 EPL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보여주고 있다)

'BBC Sport'는 2003/04시즌부터 2013/14시즌까지 10년 동안 유로파리그에 진출한 33팀(시즌 별 중복 포함)이 평균 9경기를 뛰었는데 유로파리그를 병행한 시즌의 EPL리그 순위가 평균적으로 2.3단계 하락했다는 결과를 보여줬다. 2012/13시즌에 유로파리그에 진출한 뉴카슬 유나이티드는 순위가 11계단 하락해 16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또 유로파리그에 참여하는 팀들은 일반적으로 평일 목요일에는 유로파리그 경기를 갖고 일요일에 리그 경기를 갖는다. 리그 5위로 유로파리그 본선으로 직행하는 경우는 최소 6경기를, 플레이오프를 치르고 본선에 진출한 경우 빠르면 7월부터 당장 경기를 갖는다. 많은 경기를 치르고 올라갈수록 선수들에게는 체력적인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또한 홈앤드 어웨이로 치러지기 때문에 팀이 평일에 다른 나라로 이동 후 경기를 하고 회복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주말에 리그 경기를 뛰는 경우도 많다. 이런 이유들이 복합적으로 적용해 유로파리그 진출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2013/14시즌에 토트넘으로 이적한 크리스티안 에릭센)

하지만 유로파리그 진출이 팀에게 부정적인 영향만 미치는 것은 아니다. 매 시즌 TOP4 진출을 목표로 세우지만 아쉽게 5-6위에 머무르며 유로파리그에 진출하는 토트넘에게 이런 논쟁은 친숙하다. 하지만 토트넘 선수들은 유로파리그 진출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크리스티안 에릭센은 "유로파리그와 리그를 병행하는 것은 쉽지 않다. 많은 선수들이 유럽대항전에 참여하고 싶어 한다"며 "토트넘이 유로파리그에 진출하는 것은 실력 있는 선수들 계약에 도움된다"고 밝혔다.

토트넘의 경우 올 시즌 16강 진출에 실패했지만, 유로파리그에서 로테이션을 통한 팀 운영으로 많은 선수들에게 출전 기회를 줄 수 있었다. 위에 언급한 것처럼 유로파리그 우승팀에게는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얻는다는 장점을 포함해 유로파리그 진출에 따른 중계료와 티켓과 광고 수익료, 16강 진출부터는 주어지는 상금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리그 12위, 유로파리그 나가는 웨스트햄

또 한 팀이 유로파리그에 진출한다. 이번 시즌 12위에 머물러 비교적 저조한 성적을 낸 웨스트햄 유나이티드가 유로파리그 진출권을 획득했다. 지난달 26일 EPL사무국은 "2014/15시즌 EPL 페어 플레이 순위에 따라 1위를 차지한 웨스트햄이 유로파리그에 나가게 됐다"고 발표했다.

UEFA는 매년 유럽 국가 리그 별 페어플레이 랭킹을 발표한다. 경고, 퇴장 외에도 상대와 심판에 대한 존중, 관중과 팀 관계자들의 태도 총 6가지 항목이 평가의 기준이 된다. 1위-3위에 속한 국가의 리그에 유로파리그 1차 예전 출전권을 한 장씩 주고 있다. UEFA에서 발표한 이번 시즌 페어플레이 랭킹에 따르면 잉글랜드는 네덜란드에 이은 2위에 올랐다. 이에 EPL에서 페어플레이 1위팀으로 선정된 웨스트햄이 유로파리그 예선 진출권을 얻게 된 것이다.

(웨스트햄은 페어플레이 팀으로 선정되 다음 시즌 유로파리그 플레이오프 진출 자격을 얻었다)

웨스트햄은 1895년에 창단해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있는 팀이다. 최근 세 시즌 동안 중위권에만 머물러 있기 때문에 상위권으로 올라가기 위해 팀의 대대적인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이번 시즌 종료와 함께 샘 알러다이스 감독과 이별했다. 웨스트햄은 유로파리그 진출권까지 획득했고, 2016/17시즌에는 올림픽 주경기장으로 홈 구장을 옮긴다. 웨스트햄의 데이비드 설리반과 데이비드 골드 공동 회장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리그와 유로파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현재의 홈 구장인 불린 그라운드에서 마지막 시즌을 성공적으로 보내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오는 2015/16시즌은 새로운 규정이 적용되는 첫 시즌이다. EPL에서 오랜만에 네 팀이 유로파리그에 출전한다. UEFA에서 유로파리그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야심 차게 변화의 바람을 일으킨 만큼 유럽 대항전의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글. 라시스터즈

필자의 격하게 한마디, "2015/16 유로파리그 진출하게 된 EPL 네 팀 모두 선전하길!"

<격하게 스포츠>는 격하게 스포츠를 즐기고, 격하게 스포츠를 사랑하고, 격하게 스포츠를 알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