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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변정담 더디게 가는 영국, 덮고 가는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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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차돌아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5,867회 작성일 16-11-04 0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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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그리브의 전투 & 힐즈버러 참사

며칠 BBC 뉴스의 헤드라인을 장식한 기사는오그리브의 전투 (Battle of Orgreave)’ 관한 것이었다. 일명오그리브의 전투 지난 1984 영국 요크셔의 오그리브 공장에서 일어난 경찰과 광부 노동자들의 대규모 충돌사태를 말한다. 당시 대처 수상이 이끌던 영국 정부는 국영기업을 민영화하고, 복지정책을 축소하는 노동 정책을 추진하였고, 이에 저항한 영국 광산 노동자들의 대규모 시위가 이어졌다. 와중에 천 명의 경찰과 광산 노동자가 오그리브 공장 일대에서 극단적인 폭력 충돌을 것이다. 당시 대처는 시위대를내부의 으로 규정하고, 강력한 진압을 했으며, BBC 일부 언론 역시 광산 노동자들의 폭력적 행동과 일탈을 부각해 비판함으로써 영국 노동 운동이 쇠퇴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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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30 년이 지난 사건이 다시 영국 언론의 주요 뉴스로 등장한 것이다. 기사의 내용은 이미 년이 지났지만 동안 계속해서 당시 참극의 실상을 밝히고자 했던 활동가들이 노력이 있어 왔고, 이에 대해 최근 영국의 내무장관이 추가적인 법적 조사는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영국 정가에 파장이 일고 있다는 내용이다. 특히 사건이 다시 이슈화 주요 원인은 영국인들에게 다른 아픈 기억 하나인 1989년의 힐즈버러 참사(잉글랜드 세필드에 있는 힐즈버러 스타디움에서 발생한 압사사고로 당시 96명이 사망했다) 관련한 재조사가 최근 다시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2년여에 걸친 조사로, 당시 피해자들에 대한 왜곡된 진실이 밝혀지기도 했으니, ‘오그리브 사건 대한 재조사도 필요하다는 주장이 영국 정가에서 나오고 있는 것이다.

 

과거와 현재의 끈임 없는 대화

 

수 십 년이 지난 사건들이지만, 당시 왜곡된 진실에 대한 영국인들의 집요한 관심과 추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었던 것이고, 재조사로 새로운 진실이 밝혀지면서 수 십 년 전의 사건이 이렇게 오늘날 영국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다. 이러한 영국 언론의 보도는 이들 사건에 대해 다소 생소한 나와 같은 외국인들에게뿐만 아니라 현재 영국의 젊은 세대들에게도 과거를 다시 돌아 보게 하는 계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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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우리에게는 영국인들에게 기억되는 사건들보다도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고, 빈번하게 대형 참사가 있어왔다. 하지만 한국에서 일어난 많은 참사들이 제대로 진실이 밝혀지고, 잘잘못에 대한 책임 있는 청산 작업이 제대로 이어져 왔는지는 의문이다. 대형 참사가 발생하는 경우, 정확한 사고 원인이 제대로 밝혀지고 그에 따라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들이 조속히 세워진다면 좋겠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사고의 원인은 복합적인 경우가 많고, 더욱이 그와 같은 사고가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작은 원인이라도 철저히 조사하는 것이 필요하기도 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를 감추고자 하는 세력들의 의도적인 왜곡과 은폐가 문제가 되고 있다. 지금도 여전히 한국에서는 그와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과거가 청산되지 않았을

가깝게는 세월호 사건에 대한 제대로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수많은 의혹과 루머가 여전히 난무하고 있다. 최근 불거진 최순실 사태만 하더라도 지나온 수많은 정권의 은폐와 언론의 눈감음 속에서 문제를 만들어 셈이다. 고름이 있으면 파내고, 치료를 해야지, 그냥 놔둔다고 살이 되지 않는 것처럼, 커져버린 고름은 결국 나중에 상처로 번지게 된다.

과거의 잘못된 일에 대한 진실이 밝혀지지 않고, 청산되지 않는다면, 역시 우리는 한걸음도 앞으로 나아갈 없다. 설사 걸음 앞으로 나아간다 해도 다시 뒷걸음 밖에 없다는 것을 최근의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본다. 영국이라고 모든 것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 사회는 아니겠지만, 적어도 십년에 걸쳐, 과거의 진실을 바로 잡기 위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고, 과거를 청산하기 위한 작업이 현재도 진행중이다. 그리고 거기에는 나라 사람들의 느리지만 제대로 해야 한다는 시민의식이 자리 잡혀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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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와 과거가 함께 가는 영국에서 배운다

시실 영국은 정말로 더디게 가는 나라다. 그래서 때로는 답답함마저 느낀다. 선진국이라 우리보다 많은 것이 앞서 있고, 발전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반드시 그렇지 않다. 물론 많은 부분에서 선진화된 시스템을 갖고 있지만 또한 많은 부분에서는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버티면서 산다. 그래서 마치 과거와 현재가 같이 가는 것과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그 더디고 느림 속에서 과거 세대와 현재 세대가 함께 하게 되는 부분이 많고, 우리보다 더 많은 부분에서 세대간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음을 본다.

그에 반해 한국은 참 빠르게 변하는 나라다. 영국에 와서 생활한 1년 남짓. 한국으로 돌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은 필자가 요즘 걱정하는 것 중 하나는 지난 1년 동안 한국은 또 얼마나 많이 바뀌어 있을까다. 다시 한국에 돌아간다면 마치 영국에 처음 와서 이곳 생활에 적응하느라 걸린 시간만큼 다시 한국 생활에 적응하는 데 꽤나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하지만 요즘 한국의 소식을 들으면서 무엇보다도 걱정은 그 빠른 변화 속에서 진실이 묻혀져 가고, 참사와 충격이 잊혀져 버리는 것이다. 그것이 훗날 언젠가 더 큰 상처로 우리에게 다가올까 두렵다.

 (사진 출처 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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