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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견문 눈치는 나의 힘? – 한국의 눈치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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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윰윰쾅쾅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7,003회 작성일 20-01-02 0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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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치 - 한국인들의 성공 비결?


지난 달 미국에서는 한 한인 작가에 의해 눈치의 힘 (Power of Nunchi)’이라는 책이 출간되었다. 영국 데일리 메일은 관련해서 눈치라는 것이 한국에만 존재하는 것이며 한국인들의 문화적 DNA에 존재하는 초능력(superpower)라고 소개했다. 상대방의 생각과 느낌을 순간적으로 간파하는 이 미묘한 기술 (subtle art of instantly gauging other people's thoughts and feelings)이 바로 한국사회에서 일과 사랑의 성공을 가늠하는 중요한 능력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상대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삶이 얼마나 피곤한지 잘 모르는 영국인들에겐 한국인들의 이러한 능력이 긍정적으로 여겨졌나 보다.

 

물론 사람사는 곳이 결국엔 다 비슷하니만큼 영국에서도 다른 이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생각하는 것은 성공의 열쇠임이 분명할 것이다. 그러나 확실히 한국과 영국의 인간관계를 살펴보면 미묘한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영국인들이 좀 더 솔직하고 자유분방하다 것이다. (서구에서 내성적(reserved)이라고 평가받는 영국인들임에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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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어에는 없는 눈치라는 단어를 데일리 메일에서는 그냥 'Nunchi'로 옮겼다.

 

물론 눈치가 한국에만 존재하는 문화라는 데일리 메일의 분석은 틀린 것 같다. 중국이나 일본에도 비슷한 문화가 존재하는 것 같다. 서구의 개인주의적 문화와 비교했을 때 동아시아의 공동체주의적인 문화는 의사결정이나 사회생활에 있어서 다른 사람들의 의사나 생각을 고려하는 행동양식을 영유하도록 한 것 이다.

 

눈치는 공동체주의적인 사회문화의 산물


2차 세계대전 중에 일본을 연구한 인류학자 루스 베네딕트는 서구사회의 죄의 문화와 구분하여 일본의 문화를 수치의 문화라고 일컬었다. , 영국을 비롯한 서구사회는 기독교적 전통에 기반한 죄의 문화를 향유하는 사회로서, 도덕의 절대적 기준이 있고 개개인의 양심이 행동의 준거가 된다. 개개인들은 신 앞에 선 독립적인 존재로서, 죄의식에 기반하여 선행을 하게 되며, 비행에 따르는 고통 역시 양심에서 비롯된다. 영미권에서 거짓말쟁이(Liar)라는 말이 엄청난 비난거리가 되는 것은 이러한 까닭에서 비롯된 것 아닐까.

 

반면 수치의 문화에서는 외부적 제재가 행동의 기준이 된다. 이는 곧 타인들로부터의 비난과 모욕, 이에 따른 수치심이다. 이러한 사회에서는 절대적인 도덕원칙보다는 사회적 직분, 역할에 따른 '의무' '의리'가 더 중요한 행동의 준거틀이 된다. , 공자가 말했듯이 죄를 저지른 아버지와 아들이 서로 숨겨주는 일역시 때로는 정직이 될 수도 있다 (논어, 자로편). 동아시아 사회에서는 거짓말쟁이 보다 국가와 사회를 등진 배신자 (예컨대 한국사회에서의 친북-친일 논쟁)가 더 큰 죄악처럼 비춰진다.

베네딕트가 100년 전 일본에서 발견한 수치의 문화는 21세기 한국의 눈치 문화와 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공동체나 집단의 압력, 그리고 그에 따른 행동 양식이 사회의 도덕을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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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많은 비교문화 연구에 따르면 동아시아 사회는 서구와 비교해 훨씬 더 공동체지향적인 사회다.
한국은 그 중에서도 가장 공동체주의적인 사회로 나타난다.
반면 영국은 가장 개인주의적인 문화를 가진 나라 중 하나다.

 


많은 사람들이 한국 사회, 한국 조직에서의 인간관계에서 피로를 표한다. 영국에서의 인간관계는 한국과 비교하면 훨씬 편한 것처럼 보인다. 개개인 간의 영역을 존중해주고, 개인의 자유와 취향이 훨씬 중요하다. 어떤 일을 할 때 남의 눈치를 볼 필요가 별로 없다.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영국의 사회와 문화를 동경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한 와중에 미국에서 편찬된 눈치의 힘이나 영국 데일리메일의 신문기사는 우리를 조금 당혹스럽게 만든다. 한국의 눈치문화야 말로 한국 사회를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힘이라니!

 

문화를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


서구와 동아시아 문화 양쪽에 정통했던 싱가포르의 리콴유 전 총리는 동아시아의 공동체주의적인 문화는 바꾸기 어려운 숙명으로서 서구 사회의 문화적 전통, 정치질서를 동아시아에 대입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는 의견을 표했다. 또한 동아시아의 공동체주의적 문화는 개인의 일탈을 막아주는 역할을 함으로써, 동아시아 사회에서 서구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사회문제 약물중독, 미혼모, 청소년의 일탈 를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고도 주장했다.

 

조직생활을 힘들게만 하는 눈치 문화가 정말 긍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하는 걸까. 리콴유 총리의 말처럼 이러한 문화는 바꾸기 어려운 숙명과도 같은 것일까.

 

어떠한 견해가 맞는 지는 짐작하기 어렵다. 한국사회의 공동체지향적인 문화, 그 속에서 피어나는 눈치문화는 조직과 사회유지에 분명 긍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집단의 결정에 대한 동조압력, 개성의 말살 등으로 개개인들이 숨쉴 공간을 옥죄이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많은 학자나 저명한 정치인들이 언급하는 것처럼 동아시아와 서구, 영국과 한국 사회에서 인간관계를 규정짓는 문화적 특질이 다소 다르다는 점은 분명히 이해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눈치문화를 보다 잘 이해하고 (그것이 가능하다면) 이를 발전적으로 변화시키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사진출처: 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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