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작가 곰리 "조각가 소명은 인간의 유한성 끊임없이 다루는 것" > 이런저런이야기

본문 바로가기

 <  영국이야기  <  이런저런이야기

英작가 곰리 "조각가 소명은 인간의 유한성 끊임없이 다루는 것"

페이지 정보

작성자 no_profile 중경삼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2.♡.14.71) 댓글 0건 조회 212회 작성일 25-06-20 23:24

본문

세계 최초 상설전시장 '그라운드' 원주 뮤지엄 산에 개관

로마 판테온에서 영감 얻어…日 건축가 안도 다다오와 협업

이미지 확대그라운드 전시 전경[뮤지엄 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라운드 전시 전경[뮤지엄 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원주=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일본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노출 콘크리트 건축물로 유명한 강원도 원주의 뮤지엄 산. 제임스 터렐의 작품을 상설 전시하는 제임스 터렐관, 싱잉볼 소리와 함께 명상할 수 있는 명상관, 십자가 형태의 천정을 통해 십자 모양의 자연광이 스며드는 '빛의 공간' 등으로 잘 알려진 이곳에 새로운 공간이 들어섰다.

나선형 계단을 통해 지하로 내려가면 돔 형태의 공간이 나타난다. 로마 판테온처럼 천장 중앙의 원형 구멍에서 자연광이 쏟아지는 공간에는 눕거나 하늘을 보거나 무릎을 안고 앉아있는 모습 등 다양한 자세의 인체 조각 7점이 놓여 있다. 돔의 반쪽은 열려 있어 치악산 능선이 조각 작품과 함께 한눈에 펼쳐진다.

전시장에 놓인 조각은 영국 출신 유명 조각가 앤서니 곰리(75)의 작품이다. 영국 북부도시 게이츠헤드에 설치된 높이 20m의 '북방의 천사'(Angel of the North) 작업으로도 유명한 곰리의 작품을 세계 최초로 상설 전시하는 공간 '그라운드'(Ground)가 20일 뮤지엄 산에서 문을 연다.

이미지 확대그라운드 전시 전경[뮤지엄 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라운드 전시 전경[뮤지엄 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개관에 앞서 19일 그라운드를 찾은 곰리는 "오늘이 그라운드가 탄생해 첫 순간을 맞는 하루"라며 "삶과 예술의 관계를 조망할 수 있는 하나의 여정이 이제 시작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라운드'라는 이름에 대해서는 "이 공간은 몸이 딛고 설 수 있는 땅으로서의 그라운드이기도 하고, 경험의 장(場)으로서의 그라운드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그라운드는 화이트 큐브 같은 일반적인 전시 공간과는 좀 다르게 구성됐다. 조각 작품이 놓인 주 공간에 들어서기 전 유리창을 통해 주 공간을 바라볼 수 있는 '옵저베이션 룸'(Observation Room)에서 북쪽의 산과 나무들, 빛, 7점의 조각들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명상하듯 조용히 전체 공간을 관찰하고 주공간에 들어서는 순간 공간은 소리로 가득 찬다. 공간 구조 때문에 대화 소리는 물론, 발걸음 소리까지 관람객이 내는 모든 소리가 증폭되면서 또 다른 공간에 온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이미지 확대영국 조각가 앤서니 곰리
영국 조각가 앤서니 곰리

(원주=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영국의 유명 조각가 앤서니 곰리가 19일 강원도 원주 뮤지엄 산에서 자신의 작품을 상설전시하는 공간 '그라운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25.6.19.zitrone@yna.co.kr

곰리는 이 공간을 악기에 비유했다.

"삶과 예술의 관계를 고요한 가운데 관찰하고 명상할 수 있고 거기에 더해 그 작품에 참여할 수 있도록 초대받아 주 공간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게 흥분되고, 인상적이에요. 이 작품을 악기라고 한다면 아직 이 악기를 어떻게 연주해야 할지 모르지만 앞으로 연주의 여정이 계속되겠죠. 소리가 이렇게까지 증폭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지만, 공간이 생동감을 갖게 된다는 점에서 소리의 증폭을 두 팔 벌려 환영합니다."

곰리는 조각 작품의 배치 방식에 관해서는 일본 교토 료안지(龍安寺)의 바위 정원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소개했다.

"그라운드에는 덩어리(mass)를 두고자 했죠. 닻 같은 역할이라고 할까, 공간에 에너지를 주는 역할을 하기 위해서죠. 인체 조각들은 료안지의 15개 바위와 비슷하게 고요하고 정지된 정거장 같은 역할을 염두에 뒀습니다."

이미지 확대(원주=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영국의 유명 조각가 앤서니 곰리가 19일 강원도 원주 뮤지엄 산에서 자신의 작품을 상설전시하는 공간 '그라운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25.6.19.zitrone@yna.co.kr

(원주=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영국의 유명 조각가 앤서니 곰리가 19일 강원도 원주 뮤지엄 산에서 자신의 작품을 상설전시하는 공간 '그라운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25.6.19.zitrone@yna.co.kr

작품의 재료는 녹슨 듯한 느낌의 철이다. 공기 중의 산소와 접촉해 변하는 속성 때문에 일부러 선택한 재료다.

"녹이 슨다는 것은 철이 산소와 만나 관계 맺는 것이 표현되는 방식이죠. 녹이 스는 것을 나이 드는 것, 쇠락함과 연결 짓는 경우가 많지만, 녹이 스는 것은 변화의 상징입니다. 이 작품도 날씨와 자연에 노출되면서 앞으로 녹이 슬게 될 텐데 녹슨 색은 철이 땅에서부터 왔다는 것을 연상시키고 작품이 땅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것을 잘 드러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곰리는 주로 인간의 몸을 소재로 작업하는 작가다.

그는 몸에 대해 "우리는 몸을 소유할 수 있는 것처럼 표현하지만 몸은 자연이라는 보편적인 교환 체계 안에 속하기 때문에 때가 되면 몸에 내재한 물질들이 다시 흘러 자연으로 돌아가고 새로운 생명의 자양분으로 변모하게 된다"며 "우리가 유한한 존재라는 것, 유한성을 끊임없이 다루는 게 조각가의 소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미지 확대그라운드 전시 전경[사진 황희경]

그라운드 전시 전경[사진 황희경]

곰리는 "내 작품으로 특정 이데올로기를 선언하지도, 나만의 우주론을 주창하고자 하는 것도 아니다"라면서 "다만 인간이 이 세계 안에서 어디에 위치하는지 생각해볼 수 있는 작품이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그라운드는 안도 다다오와 협업해 완성한 공간이다. 곰리는 안도와의 협업에 대해 "조각과 건축, 빛, 자연이 하나가 되는 특별한 작업을 할 수 있는 기회였다"며 "판테온에서 영감을 받아 그만큼 놀라운 영감을 줄 수 있는 공간을 탄생시키고자 했다. 형태는 지구의 원형을 닮고 태양광이 내려오며 하나의 해시계 같은 형상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안도는 영상 인사에서 "곰리는 단순한 조각가가 아니라 인간이 산다는 것 자체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작가"라며 "그라운드는 100년, 200년 후에도 남아 아름다운 자연과 작품 사이 관계를 형성하며 지금까지 없었던 완전히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지 확대영국 조각가 앤서니 곰리가 그라운드 공간에서 자신의 작품 옆에서 포즈를 취한 모습[뮤지엄 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영국 조각가 앤서니 곰리가 그라운드 공간에서 자신의 작품 옆에서 포즈를 취한 모습[뮤지엄 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안영주 뮤지엄산 관장은 "이 프로젝트는 곰리가 오랫동안 영감을 받아온 동굴과 대지 구조, 인체를 아우르는 작업"이라며 "각자의 영역에서 인간과 자연의 상호 관계를 성찰해 온 두 사람의 작업이 하나의 비전으로 완성된 뜻깊은 안식처"라고 소개했다.

상설전시장 개관과 함께 뮤지엄산 본관에서는 곰리의 개인전 '드로잉 온 스페이스'(Drawing on Space)가 열린다. 얇은 봉강(steel bar)을 이용해 마치 기포로 이뤄진 듯 인체를 가볍게 구현한 조각을 비롯해 신체와 공간, 빛의 상호 관계를 표현한 드로잉과 판화 연작, 공간 설치 작업 '오르빗 필드 II'(Orbit Field II)를 볼 수 있다. '오르빗 필드 II'는 37개의 알루미늄 링을 이용해 중력 궤도를 따라 움직이는 우주의 운동을 형상화한 것으로, 2020년 방탄소년단(BTS)의 철학과 메시지를 공유하는 현대미술 프로젝트 '커넥트' 일환으로 미국 뉴욕에서 공개됐던 작품이다. 전시는 11월 30일까지. 유료 관람.

이미지 확대곰리의 조각 '리미널 필드' 전시 모습[사진 황희경]

곰리의 조각 '리미널 필드' 전시 모습[사진 황희경]

zitrone@yna.co.kr

추천0 비추천0
  • 트위터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5,310건 1 페이지
이런저런이야기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공지 운영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61 0 2025-04-11
공지 운영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11 1 2024-07-24
5308 no_profile alsghks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3 0 2025-07-01
5307 no_profile 행복한라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1 0 2025-06-30
5306 no_profile 마운틴리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0 0 2025-06-30
5305 no_profile Su11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6 0 2025-06-29
5304 no_profile 중경삼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1 0 2025-06-29
5303 no_profile 세라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2 0 2025-06-29
5302 no_profile Pitapat44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4 0 2025-06-28
5301 no_profile 카라0510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6 0 2025-06-28
5300 no_profile 콩떠깅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5 0 2025-06-27
5299 no_profile 중경삼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0 0 2025-06-27
5298 no_profile 해피데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8 0 2025-06-27
5297 no_profile 참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7 0 2025-06-27
5296 no_profile arghqwer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8 0 2025-06-27
5295 no_profile 중경삼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9 0 2025-06-26
5294 no_profile mochacoffe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5 0 2025-06-26
5293 no_profile dsfy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1 1 2025-06-26
5292 no_profile 영국흑기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3 1 2025-06-25
5291 no_profile 열심히77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5 0 2025-06-25
게시물 검색
내가 쓴 글 보기
영국이야기
공지사항
이런저런이야기
영국일기
자기소개,같이가기
영국사진앨범
영사 사진전 수상작
요리/맛집/여행
영사칼럼
영사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