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산대로를 거닐다 곰리 조각상 만나면 "몸을 트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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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서니 곰리 개인전 '불가분적 관계'…"도시 한복판서 예술의 위치 환기"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서울 신사동 도산대로 보행로에 설치된 앤서니 곰리의 조각상 '몸틀기Ⅳ' 옆을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다. 2025.8.29. laecorp@yna.co.kr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도산대로 보행로 한복판에 사람 키만 한 적갈색 물체가 서 있다. 바쁘게 지나가는 사람들은 대부분 신경도 쓰지 않지만, 어떤 사람은 괜히 한번 건드리고 지나간다. 많은 사람이 한 번에 지날 때는 어쩔 수 없이 물체 옆으로 몸을 비틀며 지나가야 한다.
길 한복판에 떡하니 서 있는 이 물체는 영국 출신 세계적인 조각가 앤서니 곰리(75)의 조각상 '몸틀기Ⅳ'(SwerveⅣ'다. 작품 제목처럼 보행자의 길을 일시적으로 막아 그 앞에선 사람은 몸을 비틀어 지나가야 한다.
한국을 찾은 작가는 "흐르는 개울 속에 있는 바위처럼 일상의 흐름 한 가운데 박힌 바위를 만들고 싶었다"며 "길을 가다 작품을 만나면 조각상은 당신을 향해 너는 누구고 내 세계에서 무엇을 하고 있느냐고 물어볼 것"이라고 말했다.
곰리의 개인전 '불가분적 관계'(Inextricable)가 다음 달 2일부터 서울 신사동 화이트 큐브 서울(화이트 큐브)과 한남동 타데우스 로팍 서울(타데우스 로팍)에서 각각 열린다. 두 갤러리의 공동 기획전으로 화이트 큐브에서는 곰리의 조각품 6점이 타데우스 로팍에서는 조각품 9점과 드로잉 작품 9점을 만날 수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29일 서울 강남구 화이트큐브서울 외부에 영국 조각가 앤서니 곰리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화이트 큐브 서울과 타데우스 로팍 서울은 앤서니 곰리의 개인전 '불가분적 관계'를 공동 기획해 오는 9월 2일부터 각 갤러리에서 선보인다. 2025.8.29 scape@yna.co.kr
이번 개인전 불가분적 관계는 도시, 건물, 집 등 인간과 떨어질 수 없는 공간과 인간의 관계에 대해 탐구한다.
화이트 큐브에 전시된 6점의 작품 중 3개 작품은 야외에 전시됐다. 보행로 한 가운데 설치된 '몸틀기Ⅳ' 외에도 '쉼ⅩⅢ'(CotchⅩⅢ), '움츠림'(Retreat: Slump) 등이다.
'쉼ⅩⅢ'은 갤러리로 들어가는 입구 경사로 벽 위에 올려졌다. 낮은 벽에 조용히 기대앉아 사색에 잠긴 듯한 모습이다. '움츠림'은 높은 건물들 사이 좁은 통로 사이에 자리했다.
이 외에도 '용기 2'(Pluck 2)는 옷 가게에 전시된 마네킹처럼 갤러리 유리 외벽과 내부 벽 사이의 틈에 설치돼 건물 앞을 지나가는 사람도 볼 수 있다.
곰리는 "도시에 살고 있는 동물로서의 인간이 점유하는 환경에 대해, 그리고 이 한 복판에서 예술의 위치에 대해 환기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타데우스 로팍 서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타데우스 로팍에 전시된 작품들은 신체가 일상 공간에 어떻게 점유하는지를 탐구한 작업이다.
전시가 시작되는 2층 전시장으로 들어서면 약 8m에 달하는 작품 '여기'(Here)가 나온다. 강철 소재의 신체에서 사지가 벽을 따라 뻗어내는 형태다. 마치 "나 여기 있다"라고 외치는 것 같은 존재감을 드러낸다.
또 다른 작품 '지금'(Now)도 신체에서 사지가 뻗어있는 작품인데 벽면을 차지하고 기대 누운 듯한 모습이다. 자신감 찬 신체가 아닌 휴식이 필요한 연약한 모습이다. 벽면을 차지하고 누운 노숙인이 떠오르기도 한다.
1층 전시실로 내려오면 연작 '머묾'(Stay) 3개 작품이 설치돼 있다. 벽면과 바닥, 벽면과 천장 등 공간에 맞춰 90도로 꺾여 있다. 집과 건물을 만든 것은 인간이고 인간은 그 안에서 보호받지만 자기가 만든 공간에 몸을 꺾어가며 순응하고, 구속된 채 살아가기도 하는 모습을 상징한다.

(서울=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 영국의 조각가 앤서니 곰리가 29일 서울 중구 주한영국대사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곰리는 다음 달 2일부터 신사동 화이트 큐브 서울과 한남동 타데우스 로팍 서울에서 개인전 '불가분적 관계'를 선보일 예정이다. 2025.8.29 dwise@yna.co.kr
곰리는 신체를 소재로 한 작품이 많다. 그는 인간의 신체가 자연이나 도시, 건물에 들어가 직접 만지고 느끼며 경험하는 것이 진실이며 이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그는 "인터넷의 발달로 전 세계적인 정보를 얻지만, 이것을 경험이라고 착각하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며 "단순히 정보가 아닌 거대한 생태계의 일부로 살아가는 존재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현재 곰리는 전남 신안군 비금도 원평해변에 초대형 작품을 설치하고 있다. 38개 큐브 구조물로 구성된 설치작품으로, '휴식 중인 인간의 몸'을 형상화했다고 한다.
그는 "내 일생 최대 규모의 작품이 될지도 모르는 프로젝트를 신안에서 진행 중"이라며 "인간은 도시의 즐거움을 향유하면서도 파도가 치고 아득한 수평선이 이어지는 장면들을 좀 더 많이 목도하고 응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화이트 큐브에서 10월 18일까지, 타데우스 로팍에서는 11월 8일까지 진행된다.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29일 서울 강남구 화이트큐브서울 외부에 영국 조각가 앤서니 곰리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화이트 큐브 서울과 타데우스 로팍 서울은 앤서니 곰리의 개인전 '불가분적 관계'를 공동 기획해 오는 9월 2일부터 각 갤러리에서 선보인다. 2025.8.29 scap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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