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절도’ 중심지로 떠오른 英 런던… 중국 암시장으로 흘러가 > 이런저런이야기

런던이 세계적인 휴대폰 절도 중심지로 전락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런던에서 한 시민이 휴대전화를 들고 있는 모습.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음. /로이터=연합뉴스

15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지난해 런던에서 약 8만대의 휴대전화가 도난당했으며, 경찰은 이 중 상당수가 중국과 알제리 등 해외로 밀반출된 사실을 확인했다. 런던경찰청은 최근 북런던 중고폰 매장을 급습해 약 2000대의 도난폰과 20만 파운드(약 3억4000만원)의 현금을 압수했다.

그동안 휴대폰 절도는 단순한 소매치기 수준으로 여겨졌지만, 최근 수사에서 산업 규모의 국제 조직이 개입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12월 한 피해자가 ‘내 아이폰 찾기’ 기능으로 자신의 기기를 히드로 공항 인근 창고로 추적한 결과, 홍콩행 화물 상자에서 도난폰 1000대가 발견됐다. 이후 경찰은 총기·마약 수사팀을 투입해 추적에 나섰고, 수만 대의 도난폰이 중국으로 수출된 정황을 포착했다.

중국은 불법 거래의 주요 종착지로 지목됐다. 조스 라이트 옥스퍼드대 교수는 “중국의 일부 통신사가 국제 블랙리스트에 가입하지 않아 영국에서 차단된 도난폰이 중국에서는 정상 작동한다”고 지적했다. 중국 내 최신폰은 최대 5000달러에 거래되며, 절도 조직은 기기 한 대당 최대 300파운드(약 40만원)의 수익을 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절도 구조는 3단계로 구성됐다. 초기에 전기 자전거를 타고 복면을 쓴 채 보행자의 손에서 휴대폰을 낚아채는 절도범이 있고, 중간에는 도난폰을 매입해 되파는 상인들이 있으며, 최종적으로 해외로 수출하는 조직이 있다. 런던 시내에서는 이들이 고속 전기 자전거를 이용해 보행자 곁에서 휴대폰을 빼앗고 달아나는 사건이 급증했다. 경찰은 “이들을 추격하는 것은 교통이 복잡한 런던 도심에서 매우 위험하다”며 대응에 한계를 토로했다.

런던의 전체 절도율은 감소했지만, 휴대폰 절도만은 폭증했다. 지난해 절도 사건의 70%를 차지했으며, 도난 신고된 10만6000대 중 기소된 건수는 495건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2010년대 보수당 정부의 긴축 정책으로 경찰 인력과 예산이 축소되면서 경범죄 단속이 사실상 중단된 점을 주요 원인으로 지적했다.

범죄학자 에멀린 테일러 런던대 교수는 “경범죄자들이 잡히지 않는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범죄가 일상화됐다”고 평가했다. 여기에 2018년부터 급속히 확산된 전기 자전거가 절도범의 주요 수단으로 자리 잡으며 경찰의 추적을 어렵게 만들었다.

런던경찰청은 최근 단속으로 도난폰 4000대를 회수했으며, 불법 거래망 해체와 시민 경각심 제고에 나섰다. 경찰은 “휴대폰은 이제 현금과 다를 바 없는 범죄 대상”이라며 시민들에게 길거리에서 휴대폰을 무방비로 사용하는 습관을 경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로렌스 셔먼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휴대폰이 1000파운드짜리 지갑이라면, 그걸 손에 들고 걷는 건 범죄자에게 노출되는 행위”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