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처칠 대신 개구리"… 영국이 지폐 도안을 바꾸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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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상징' 야생동물 총 18종 후보 올라
"동물 이미지, 보안 기술 적용 유리"
다양성 낮은 인물 구성 비판도 제기돼
정치권 "역사 인물 제외는 역사 지우기"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이 차기 지폐 도안에서 윈스턴 처칠 등 역사적 인물을 제외하고 영국 토착 야생동물을 넣기로 하면서 정치적 논란이 일고 있다.
3일(현지 시각) 영란은행은 이날부터 다음 달 3일까지 차기 지폐에 등장할 영국 토종 야생동물에 대한 국민 의견을 수렴하는 설문조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큰돌고래, 유럽고슴도치, 흰꼬리독수리, 물총새, 유럽산 개구리, 대서양연어 등 총 18종이 후보에 올랐다.
영란은행은 후보 동물들이 포유류, 조류, 양서류·파충류, 곤충, 어류 등으로 분류되며 모두 영국에 서식하는 토종 야생동물이라고 설명했다. 후보군은 야생동물 전문가 패널이 선정했다. 영국 국민들은 각 부문에서 최대 두 종씩 투표할 수 있다.
현재 영국 지폐에는 윈스턴 처칠 전 총리(5파운드), 소설가 제인 오스틴(10파운드), 화가 J.M.W. 터너(20파운드), 수학자 앨런 튜링(50파운드) 등이 새겨져 있다.
영란은행은 1970년 윌리엄 셰익스피어를 시작으로 50여 년간 이어온 '역사적 인물 시리즈'를 종료하고 현행 지폐 도안을 야생동물 중심으로 교체할 계획이다. 다만 1960년부터 사용돼 온 영국 국왕의 초상은 앞으로도 유지될 예정이다.
영국이 야생동물을 새 지폐 도안에 활용하려는 배경에는 위조 방지 목적이 있다. 새가 날개를 퍼덕이거나 사슴이 달리는 모습 등 정교한 동물 이미지를 활용하면 최신 보안 기술을 적용하기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영란은행은 이날 "선정된 동물 이미지는 위조 방지를 위한 보안 기술과 결합될 것"이라며 "동물은 이러한 목적에 특히 적합하며, 보안 기능에 인식 가능한 형태와 움직임을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국민들이 우리가 발행하는 화폐를 신뢰할 수 있도록 하려면 지폐 디자인을 주기적으로 변경해야 한다"며 "위조범들보다 앞서 나가려면 어떤 디자인도 영구적일 수 없다"고 전했다.
현재 지폐 도안에 들어간 인물 구성을 둘러싼 비판도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BBC에 따르면 영란은행은 지난 2013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제외하면 지폐에 여성 인물이 한 명도 없다는 이유로 비판을 받았다. 중앙은행 지폐에 흑인이나 소수민족 출신 인물이 전무하다는 지적도 제기돼 왔다.
그러나 정치권을 중심으로 거센 반발이 일면서 지폐 도안 변경 과정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처칠 등 역사적 인물을 지폐에서 제외하는 것은 영국의 역사를 지우는 일이라는 게 비판론자들의 주장이다. 앞서 개혁당(Reform UK) 대표 나이절 파라지는 이번 결정을 두고 "정신 나간 짓"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영란은행이 역사적 인물을 영국 토종 야생동물로 대체하려는 계획으로 다시 한번 정치적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됐다"고 전했다. BBC는 "정치인들을 특히 불쾌하게 만든 것은 전시 지도자였던 처칠의 퇴장"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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