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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6-12-07 09:59
[노변정담] 학교 교육과 사회 시스템이 만드는 영국
 글쓴이 : 차돌아빠
조회 : 634   추천 : 1  

지금 영국은 거리마다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한창이다. 많은 유럽의 국가들이 비슷하겠지만 영국의 크리스마스는 1년 중 최고의 명절이자, 축제일이자 쇼핑 시즌이다. 10월 말 할로윈 데이가 지나자 마자 11월부터는 각 상점마다 일제히 크리스마스 준비에 들어간다. 런던 시내의 주요 거리마다 각종 크리스마스 장식이 설치되고, 백화점 등 쇼핑센터들은 크리스마스를 위한 특별 광고를 선보이면서 손님몰이에 나선다. 이밖에 각 마을에서도 하이스트리트(중심가)마다 크리스마스 점등식과 함께 산타 퍼레이드 등을 하면서 분위기를 잔뜩 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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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 영국의 크리스마스 거리 풍경

그 뿐이 아니다. 각급 학교에서도 음악회나 크리스마스 페어, 캐롤 코러스, 내티버티 플레이(성탄극) 등 부모와 학생, 교사들이 함께 즐기는 행사들이 이 때 집중적으로 열린다. 러브 액추얼리와 같은 영화에서 봤던 학교 크리스마스 축제와 같다. 필자 역시 지난 몇 주간 아이들 학교에서 준비한 몇몇 행사들을 다녀왔다. 영국에 살아 본 한국 부모들은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면서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된다고 말하는데 이 같은 학교 행사에 참여하다 보니 그런 말에 더욱 수긍이 갔다.


모두 다 함께 하는 자연스러운 자리

우선 지지난주 세컨더리 스쿨(중학교)에 다니는 큰 아이 학교에서 열린 윈터 콘서트에 다녀온 경험이다. 학생들과 교사들이 준비한 이 콘서트는 학교 오케스트라, 합창단, 그룹 사운드, 독주회 등으로 이루어졌다. 사실 기량 면에서만 보자면 아마추어 수준에 지나지 않았지만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함께 노래하고 연주하면서 너무나 즐겁고 자연스럽게 공연을 만들어 나가는 모습은 정말 흥겨움 그 자체였다. 이 공연에서는 잘하고 못하는 것이 없었다. 멋진 복장을 차려 입고 나온 아이도 없었다. 선생님들의 권위도 없었고, 교장 선생님은 연실 아이들 사진을 찍어 주고, 학부모들에게 자리를 안내하는 행사 도우미와 같았다. 그리고 공연에 참가한 모든 아이들은 박수와 환호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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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2> 영국 학교의 크리스마스 성탄극

프라이머리(초등)에 다니는 작은 아이의 학교에서 열린 크리스마스 페어 역시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집집마다 준비한 작은 선물(초코렛, 음료수, 사탕박스 등)을 학교에 가져다 주면, 학교는 그 선물들을 모아 페어 당일 방문객들에게 Raffle(추첨)을 통해 나눠주고, 여기서 거두어 들인 수익금은 학교 기금이나 불우 시설 등에 기증된다. 각종 행사는 학생들과 부모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진행되며, 어떤 강요나 구분도 없다. 그야말로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참여하고 즐기는 시간이다. 이 행사 역시 많은 부모들이 아이들과 함께 와서 게임도 하고, 음식도 사먹으면서 시간을 보낸다. 동네 잔치 같은 분위기다.


경쟁과 순위가 아닌 동참과 배려

오늘 다녀온 막내 아이의 너서리(유치원)에서 마련한 nativity play(성탄극) 역시 자연스러움 그 자체였다. 아이들이나 참여한 부모들 모두 힘들지 않을 30분 정도의 시간 동안 아이들이 준비한 공연을 보고, 모든 아이들은 똑같이 칭찬 받는다. 아이들의 학교에서의 이런 경험은 정말로 영국이 꽤 괜찮은 나라라는 생각을 들게 한다. 모든 아이들이 똑 같이 인정받고, 칭찬받는 학교. 경쟁과 순위가 아닌 동참과 배려가 있는 학교. 그 속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조금 더 인간답게 살아가는 법을 배울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학교 성적표도 각자 아이들 마다 수준에 맞는 타깃이 있고, 그에 따른 달성 정도를 측정할 뿐, 일률적인 순위를 메기지 않는다. 지난 여름 작은 아이의 학교 운동회에서 경험한 것처럼 같이 뛰던 아이가 넘어지거나 실수 하면, 함께 뛰던 다른 아이가 가서 도와주는 것이 이곳 학교에선 더 자연스러운 풍경이다.

이런 영국 학교에서의 교육을 경험 하다 보면, 결국 사회를 움직이는 건 교육과 제도의 힘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영국인들이 원래 배려심이 많고, 착한 사람들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유럽 대륙과의, 또는 영국 내에서 숱한 싸움을 겪어온 매우 호전적인 민족이다. 또한 영국에 살면서 종종 느끼지만 이들은 상당히 냉정하고, 어찌 보면 타인에게 매우 무관심해 보이는 사람들이다. 특히 공동체내 어떤 규칙을 다소 벗어난 행동에 대해서는 인정머리 없이 비난을 가한다. 비교적 도로 운전도 험하게 하는 편이며, 다소 서툰 운전자에 대한 배려심도 별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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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3> 영국의 호박등이 있는 거리 풍경

하지만 이들은 자신들이 정한 규칙 내에서는 최대한 배려하고, 양보한다. 가령 영국에는 횡단 보도에 신호등이 별로 없는데,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에서는 아무리 유모차를 끌고 있는 경우라도 양보하는 차들을 보기 쉽지 않다. 하지만 점멸등(일명 호박등)이 있는 곳에서는 무조건 보행자가 우선이라 차들이 아무리 막혀도 운전자들이 정지한다. 사실 이는 양보라기 보다는 규칙의 준수에 가깝다.


개인적 호의 보다는 규칙의 준수

노약자나 장애인에 대한 배려 역시 사회 곳곳에서 찾아 볼 수 있는데, 개인적인 호의에서의 배려라기 보다는 체계화된 규칙과 제도를 존중하고 지키는 것이다. 결국 시스템을 만들고, 그것을 지키도록 하는 것, 원칙과 룰을 지키는 것이 좋은 사회를 만든다는 확신을 갖고 사는 사람들, 그와 함께 각급 학교에서는 타인에 대한 배려와 사회 규범의 준수가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가르친다. 경쟁과 순위가 아닌 공동체를 유지 발전시켜 나가는 것은 공동체 가치에 대한 존중과 규범의 준수라는 당연한 진리를 어렸을 때부터 아이들은 몸에 익히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학교 교육과 잘 마련된 사회 시스템은 브렉시트와 같은 큰 사회적 변화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영국을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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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4> 시청 앞 촛불 시위

곧 크리스마스다. 여느 때 같으면 한국도 시청 앞 광장 크리스마스 트리에 전등이 켜지고, 거리마다 캐롤 송과 구세군 종소리에 저물어가는 한 해를 정리할 시간이다. 하지만 한국의 올 크리스마스 풍경은 수많은 시민들이 든 촛불과 함성으로 대신하고 있다. 필자는 그간 영국에 살면서 한국이 영국에 비해 물질적으로는 더 풍요롭고, 과학기술 면에서는 더 빠르게 발전해 왔지만, 인간적 삶을 위한 것에 있어서는 아직 많이 뒤쳐져 있음을 실감했다. 이제는 우리 사회 역시 한 사람의 열 걸음 보다는 열 사람의 한걸음을 걷는, 함께 사는 사회에 더 큰 가치를 두어나갔으면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한 우리 국민들의 촛불이 헛되지 않기를 바란다.

(사진출처 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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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자 16-12-07 14:45
 
진짜 영국은 11월부터 완전 크리스마스 분위기 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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