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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6-12-30 13:05
[노변정담] 영국에서 가져가고 싶은 것들
 글쓴이 : 차돌아빠
조회 : 473   추천 : 1  
오늘은 제 이야기를 먼저 할까 합니다. 네 아이를 키우고 있는 40대 직장인입니다. 회사 파견 연수로 지난해 8월 이곳 영국에 와서 1년간 미디어 전공 석사과정을 마치고, 이제 곧 한국으로 돌아갈 예정입니다. 지난 1년 남짓 영국에 살면서 처음에는 기대와 달리 힘든 영국 생활에 실망도 했고, “내가 이러려고 영국에 왔나”하는 자괴감도 있었습니다. 그 후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영국에서의 삶에 적응하게 되었고, 이제는 영국이라는 나라가 상당한 매력을 갖고 있는 나라라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한참 영국 생활에 적응해 나가던 올 초, 이곳 영국사랑에 칼럼을 게재할 기회를 갖게 된 것은 참 감사할 일이었습니다. 비록 짧은 기간이지만 대가족(?)을 이끌고 영국에서 Real Life를 살고 있는 가장으로서 느끼는 이런저런 단상들을 이곳 영국사랑에 적어왔습니다. 전문 칼럼니스트는 아니지만 언론학을 공부한 사람으로써, 가능한 객관적으로 영국 사회를 바라보고자 했고요. 선진국은 모든 면에서 살기 좋은 곳이라는 선입관과 한국은 한참 뒤쳐진 나라일 거라는 편견을 버리고, 더욱이 헬조선이라는 자기비하적 시각은 지양하고자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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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 심심할 때 가족들과 즐겨 찾던 탬즈강변입니다. 아내와 커피를 마시던 카페에서 찍은 사진이네요

한 사회를 제대로 안다는 것.

인류학자들은 한 사회를 제대로 알고 평가하기 위해서는 그 사회의 한 구성원이 되어서 함께 부딛쳐 살아 보지 않는 한 힘들다고 합니다. 제인 구달 여사가 침팬지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그들의 습성과 공동체에 대해 연구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겠죠. 저도 지난 1년 반 이곳 영국에서 살면서 나름 영국인들의 삶에 대해, 관습에 대해, 공동체의 가치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물론 여전히 영국사회에 대한 제 판단은 불완전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제 마지막 글을 쓰면서, 정말 영국이 좋았던 것, 우리가 정말 배웠으면 하는 영국인들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특히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입장에서 아이들이 이곳 생활에 적응하고 때론 부적응하며 지내온 시간 속에서도 공통적으로 느꼈던 것들을 최대한 추려 보았습니다. 이는 또한 이곳에 계신 많은 한국 분들과도 교류하면서 공감했던 부분이기도 합니다.

가장 부러운 신뢰의 전통

우선 가장 부러웠던 것은 이곳 영국사회에 자리잡은 신뢰의 가치였습니다. 이곳 영국에서의 하루 하루의 삶은 상대방을 굳이 경계하거나 삐딱하게 바라보지 않아도 됐습니다. 한국에서 십수년간 직장생활을 하면서 몸에 밴 "일단 의심하고 보는" 습관이 여기서는 종종 불필요한 오해이었던 적이 많았습니다. 중고차를 구입할 때도, 집을 렌탈할 때도, 휴대폰을 개통할 때도, 은행 계좌를 오픈할 때도 그저 상대방이 제시한 조건과 나의 조건에 따라 적정한 합의점을 찾으면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고 그에 따른 거래가 이루어지면 되는 거죠. 물론 이들도 마케팅을 하지만 굳이 속이려 하거나 부풀리는 경우는 흔지 않았습니다. 많은 경제학자들이 말하는 신뢰의 경제적 가치, 불신의 사회적 비용이 최소화 되는 사회가 모두를 위해 이롭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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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2> 저희 동네에 무지개가 떳어요. 영국 날씨 참 변화 무쌍하긴 하죠.

다음은 인간에 대한 존중입니다. 영국은 사실 공인된 계급사회입니다. 왕족이 있고, 귀족이 있고 상류층과 중산층, 워킹 클래스가 분명히 나눠져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비교적 서로의 존재와 가치에 대해 인간적인 존중을 바탕에 깔고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이나 서비스를 받는 사람 모두가 동등하다는 생각, 모든 인간은 법앞에 평등하다는 기본적인 원칙이 적어도 우리나라보다는 휠씬 잘 지켜지고 있는 사회였습니다. 식당에서, 마트에서, 기차역에서 우리는 순서를 지켜야 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들을 기다려야 합니다. 그들도 자신들의 일을 하고 있는 중이고, 나에게만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들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워킹 클래스의 빈번한 파업에도 다소 불만을 있겠지만 서로의 입장과 상황을 존중하고 이해하려는 자세를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공정한 룰이 지켜지는 사회

그리고 그런 기다림에는 사회 구성원들 모두가 비교적 공정한 룰을 서로서로 지키고 있다고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번 글에서도 썼지만 학교가 어렸을 때부터 아이들에게 가장 중시하는 교육은 사회적 규칙의 준수입니다. 공동체의 규범을 지키는 것이 나와 공동체 모두를 위해 이롭다는 믿음을 이들은 어렸을 때부터 철저히 배우게 됩니다. 그리고 규칙을 지키는 습관은 어른이 되어서도 몸에 베어 나타나게 되는 거지요. 그리고 그 규칙과 룰은 비교적 공정하게 지켜지고 있는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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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3> 저희 아이들이 좋아하던 탬즈강 백조들입니다. 저희 아이들이 먹이 많이 챙겨 줬죠.

물론 이상에서 말씀드린 것들이 100% 영국인들의 모습은 아닙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영국인들은 성실하거나 청결한 사람들은 아닙니다. 10대 범죄도 많아 학내 폭력사고도 끊이지 않고, 약물 중독과 미혼모 문제는 심각한 사회문제이기도 합니다. 인종차별도 분명 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심하고 속을 잘 드러내지 않은 영국인들이 그들 맘 속에 어떤 생각을 갖고 사는지는 아직 정확히 알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겉으로는 사회의 일원으로서 최대한 공동체의 가치를 지키면서 살아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푸른 잔디 위에서 마음껏 뛰어노는 아이들

마지막으로 정말로 한국으로 가져가고 싶은 것을 꼽으라면 늘 푸른 잔디와 곳곳에 마련되어 있는 드넓은 공원들, 그리고 그곳에서 마음껏 뛰어 노는 아이들의 웃음소리일 것입니다. 우리나라와 같이 경쟁보다는 각자의 특성과 자질을 존중해주려는 사회, 적어도 아이들에게 만큼은 같이 커갈 수 있도록 도와주고 북돋아 주는 이곳 사회는 어찌보면 우리보다 더 밝은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비록 더디게 가는 영국사회이지만 빠르게 달려가다가 한번씩 주저 앉거나 뒷걸음쳐 버리는 우리보다는 더 먼저 사람사는 세상에 이르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많이 부럽고 정말로 한국으로 가져가고 싶은 것들입니다.

지난 1년간 제 글을 이곳 영국사랑에 실을 수 있게 해주신 운영진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이 글들이 조금이나마 영국 생활을 시작하시는 분이나 하고 계신 분들께 도움이 되셨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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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자 17-01-03 14:04
 
그 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칼럼 정말 잘 봤어요.
한국에서도 건승하시길 바랍니다.
심청 17-01-20 02:42
 
차돌아빠의 영국이야기 읽는 즐거움에 영사에 들어왔는데 아쉽군요.
영국에 대해 꼭 듣고싶은 궁금증을 시원하게 풀어주셔서 고마웠습니다.
블로거 등으로라도 계속 글을 읽고 싶습니다. 감사했습니다.
     
차돌아빠 17-01-29 20:02
 
감사합니다 이제 한국에 도착했습니다 일천한 경험이긴 하지만 많은 것을 느끼게 해준 영국생활이 우리나라에서의 삶에도 많은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무언가 두 나라를 잇는 그래서 함께 나아갈 수 있는 일을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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