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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가 영국 대표 음식이 된 사연 따라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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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중경삼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2.♡.179.106) 댓글 0건 조회 58회 작성일 24-05-30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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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걷다 보면 양파 볶은 향과 인도 향신료 냄새가 코 끝을 스친다. '아, 배고프다' 소리가 절로 나온다. 거리에 다양한 국적의 음식들이 즐비하지만 냄새로 보면 인도 커리를 이길 음식은 세상에 없다.

영국인들은 전통 음식으로 티카마살라(Tikka Masala)를 말하는데 주저함이 없다. 토마토와 크림을 기본으로 닭고기와 함께 조리된 이 커리는 인도 음식을 닮았지만, 영국에서 처음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정에서 식당에서 사랑받는 인도 커리는 영국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긴 역사를 가지고 있다.

다양한 나라 중 음식 냄새로는 이게 최강자 
 

인도반도가 넓기 때문에 지역별 커리 맛이 다르다
▲ 파키스탄 현지 커리 인도반도가 넓기 때문에 지역별 커리 맛이 다르다
ⓒ 김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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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기 동인도회사를 통해 인도 반도로부터 향신료 수입이 시작되었다. 물적 인적 교류뿐만 아니라 귀국한 영국인들이 그 맛이 그리워 직접 본토에 인도 음식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19세기 빅토리아 시대 요리책에서 처음 인도 커리 조리방법이 소개된 기록이 있다.
 

이민자들이 가장 먼저 시작할 수 있는 사업은 음식점 또는 청과물점이다.

버밍엄 파키스탄 이민자들이 처음 만들기 시작했다는 발티(Balti)는 작은 냄비에 뜨겁게 서빙되는 고기 커리 음식이다. 매운 양념 고기 요리인 빈달루(Vindaloo), 요구르트에 향신료를 섞어 만든 양고기 요리 로간조시(Rogan Josh), 카드멈과 견과류 그리고 요구르트 등을 넣어 부드러운 고소함이 있는 콜마(Kolma) 등 영국인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화덕에서 바로 구운 탄두리 치킨(Tandoori Chicken), 난 빵(Naan bread), 렌틸 콩으로 만든 바삭한 파파돔(Ppadom)에 찍어 먹는 망고 처트니(Mango Chutney), 사모사(Samosa)는 튀김 만두같은데 안의 소가 충분히 들어있어 출출할 때 그만이다.

자주 먹는 식재료인 육류, 유제품을 활용해서 향료로 다양한 맛을 내니 영국 보통 음식의 단조로움을 채우기에 그만이다. 마트에는 집에서 직접 해 먹을 수 있는 밀키트나 양념소스 제품들이 많이 나와있다.

나는 말레이시아에서 생활한 경험이 있다. 말레이시아는 영국 식민지였던 역사가 있고 식민정책에 따라 많은 인도인들이 그 당시 부족한 노동력을 채우기 위해 말레이시아로 이주했다. 살면서 자연스럽게 힌두 무슬림 사람들과 교류가 많았다. 요가 선생님은 인도 북부 출신, 같은 학교 학부모들은 인도 남부 출신, 집안일을 돌봐주러 오시는 아주머니는 인도계 말레이시아 분... 이런 식이었다.

일반 가정에 방문해 보면 작은 신사가 집안 가장 좋은 자리에 있고, 다분히 가부장적이며 아이들 교육에 헌신하는 가정이 많았다. 빛의 축제 디왈리(Diwali), 색의 축제 홀리(Holy), 라마단(Ramadan) 등 종교 축제가 활발하고 공동체 의식이 강하다.

영국에 살고 있는 요즘은 성당에서 많은 인도계 가톨릭 교인들을 만날 수 있다. 전통을 지키면서 다른 지역 주민들과도 소통에 진심이고 활발한 사람들이 많다. 지리적으로 멀지만 서로간 아시아적 가치를 공유하는 기분을 느끼는 때도 많다.

인도 반도가 땅이 크고 기후가 다양해서 지역별 음식 특징이 있다. 인도 북부 지역의 경우는 간이 비교적 심심했고 남부는 더위 때문인지 향료를 좀 더 많이 활용하는 모습이었다.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요리는 육류를 더 많이 활용했고, 스리랑카 음식에는 해산물이 풍부했다.

지역별로 음식의 풍미가 다르고 계층 간의 문화가 뚜렷한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 영국 식당가에는 주로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출신 셰프들이 많다. 

런던, 레스터, 버밍엄, 맨체스터 등 대도시뿐만 아니라 영국 북부, 중서부 힌두 무슬림 커뮤니티 규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나의 시댁 가족이 사는 랭카셔주의 경우, 무슬림 커뮤니티가 전체 인구의 20~30%에 이른다.

지역 내 무슬림 학교 건립, 모스크 추가 건설 중인 곳들이 있다. 원주민 커뮤니티에서는 반감을 가지거나 관련 시설 증축을 꺼려하는 님비현상(NIMBY)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 부부(자료사진)
▲  리시 수낵 영국 총리 부부(자료사진)
ⓒ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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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열이 높은 만큼 이들은 영국 정치권, 법조계, 의학계, 교육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맹활약 중에 있다. 최근 영국 총리 리시 수낙(Rishi Sunak)은 인도계, 런던 시장 사디크 칸(Sadiq Khan)과 얼마 전 물러난 스코틀랜드 총리 훔자 유제프(Humza Yousef)는 파키스탄 무슬림계다.

영국 보수 언론매체에 힌두 무슬림계의 영향력이 너무 커져 걱정이라는 기사가 올라오기도 한다. 어느 나라나 기득권 세력이 그 힘을 지키려는 관성이 있다. 영국은 분명히 다른 인종이나 문화 배경의 사람들에게도 기회가 열려있다는 방증이라 더 건강한 사회로 보이기도 하지만, 보수적인 백인 계층들이 우려감을 갖는 것도 납득이 된다.

타 인종에 만만치 않은 영국 사회에서 이들이 성공한 데에는 교육열 뿐만 아니라 현지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음식의 힘도 분명 있었을 것이다.

음식을 나눠 먹는다는 것은 신뢰를 구축하고 인간관계를 맺는다는 적극적인 행동이다. 영어의 companion (동반자), 스페인어의 compaero, 이탈리아어의 compagno, 프랑스어의 copain은 모두 라틴어 COM (함께)과 PANIS(빵)에서 유래하기도 했다.

이민 공동체가 그 지역에 뿌리내리는 데에 있어 자신의 전통음식을 주변에 전파하는 것만큼 적극적이고 자연스러운 교류 방법도 없다.

영국 커리 이야기를 하다보니 나의 이민 생활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된다. 한국 음식을 현지인에 많이 알리는 것이 지역 사회에 뿌리내리는데 더 없이 좋은 방법이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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