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한식당 최초 미쉐린 ‘솔잎’…와인 강세 속 K-전통주 존재감 [쌀로 세계와 짠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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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미쉐린 한식당 ‘솔잎’, 와인·K-전통주 나란히
초록병 이미지 넘은 한국 술, 다이닝 문화까지 확장
K-전통주 수입 품목 적어 다양성 아쉬움 목소리도
“우리 술, 유구한 역사·전통까지 알리는 전략 필요”

런던에서 미쉐린 가이드 별을 받은 한식당 ‘솔잎(Sollip)’은 영국 내 한식당 중 최초로 별을 획득했다. 솔잎은 농림축산식품부와 한식진흥원이 지정한 우수 한식당이기도 하다. 파인다이닝 문화가 깊은 런던에서, 와인과 위스키가 주류를 이루는 식음 문화 속에서도 한국 전통주를 메뉴에 포함해 꾸준히 소개하고 있다.
미쉐린 레스토랑 대부분이 와인을 중심으로 페어링을 구성하는 가운데, 솔잎은 개업 초기부터 전통주를 필수 주류로 뒀다. 신인아 솔잎 매니저는 “영국 고객들에게 ‘한국 술’을 소개할 때, 다른 주류와 비교해도 손색없는 품질을 보여주는 것이 핵심 포인트”라며 “새로운 전통주를 도입할 때는 음식과의 조화, 그리고 전통주 자체의 퀄리티를 가장 중요하게 고려한다”고 말했다.

런던에선 ‘초록병=한국 술’…소주는 여전히 대중 이미지
런던의 일반 한식당이나 아시안 레스토랑에서는 ‘초록병 소주’가 한국을 상징하는 술로 자리 잡고 있다. 일부 매장은 초록색 병을 인테리어 소품처럼 전시하고, 외국인 손님들은 삼겹살을 먹으며 한국 드라마에서 본 소주를 주문한다.
한인마트에서는 12도짜리 안동소주까지 초록병 형태로 판매되고, 외국인들이 병을 여러 개 들고 고르는 모습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런던의 파인다이닝 업계에서는 여전히 와인과 위스키가 고급 주류의 중심에 있고, 소주는 비교적 ‘대중적 술’로 인식되는 분위기다.
미쉐린 레스토랑에서도 이어지는 전통주 소개
이런 환경에서 솔잎은 꾸준히 전통주를 함께 제시하며 ‘한국 술’의 다층적 매력을 보여주고 있다.
신 매니저는 “소주는 물론 약주, 탁주 등 전통주를 함께 소개하지만 현지에서는 여전히 호불호가 갈린다”며 “특히 매실주는 가볍게 즐길 수 있어 전반적으로 반응이 좋지만, 다른 술은 낯선 맛이라 신기해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그는 전통주의 구체적인 반응을 설명하며 “소주 중에서는 상대적으로 도수가 낮은 이강주를 선호하는 고객이 많다. 복합적인 풍미를 신기하게 여긴다”고 말했다. 이어 “소주의 역사와 스토리를 함께 설명하면 깊은 전통을 가진 술이라는 사실에 놀라는 분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한식과 전통주의 색다른 궁합
전통주와 한식의 조합은 다양한 시도 속에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신 매니저는 “작년 겨울 메뉴의 와인 페어링 중 한 종류를 양촌 청주로 구성해 들기름과 셀러리악을 곁들인 누룽지 코스에 사용했다”며 “와인과는 색다른 조합이었지만 반응이 매우 좋았다”고 설명했다.
또 “근처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프랑스 셰프가 식후주로 꼬냑을 원했을 때 진맥 소주를 추천했는데, 꼬냑에 못지않은 따뜻한 알코올감과 긴 여운 덕분에 큰 칭찬을 받았다”고 전했다.
솔잎에서는 와인 판매 비중이 가장 크지만, 전통주는 다이닝의 또 다른 층위를 만들어준다.
신 매니저는 “한식과 쌀은 최고의 궁합이라는 말이 있지만, 이는 우리가 오래 함께 즐겨온 조합이기에 익숙하게 느껴지는 것일 뿐”이라며 “전통주와 한식 모두 과거의 당연한 습관적 조합을 넘어 서로에게 더 잘 어울리는 다양한 궁합이 제한 없이 소비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통주 브랜딩, 이젠 전략 필요 절실
현재 솔잎에서 선보이는 전통주는 소주 3종, 매실주 1종, 탁주 1종, 약주 1종으로, 영국 시장에서 수입 가능한 종류가 많지 않다.
신 매니저는 “전통주는 꾸준히 다뤄왔지만 수입되는 종류가 제한적이라 큰 변화는 없다”며 “전통주를 활용한 칵테일 메뉴를 늘리면서 고객들이 전통주 자체보다 다양한 풍미를 함께 즐기는 칵테일에 더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메뉴 중 가장 인기가 많았던 전통주 칵테일로 ‘막걸리 클라우드(막걸리에 진과 오렌지청을 믹싱한 칵테일)’와 ‘소주 피즈(소주에 주니퍼베리를 인퓨징해 토닉과 함께 선보이는 칵테일)’를 꼽았다.
신 매니저는 전통주의 향후 과제와 관련해 “프랑스나 이탈리아처럼 원산지 보호제도를 도입해 제조 방식과 지역적 정체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또한 전통주 표기 방식의 통일과 브랜딩 전략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은 전통차나 주전부리까지 자국 문화로 고급스럽게 포지셔닝했지만, 한국은 아직 그런 부분이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한국에 대한 관심이 단순한 호기심 단계를 넘어섰다. 이제는 한식과 전통주 모두 국가적 브랜딩으로 이어질 필요가 있다”며 “전통주와 한식이 가진 유구한 역사와 전통, 그리고 조상의 예술적 감각이 함께 알려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농림축산식품부의 2025년 FTA 분야 교육·홍보사업 지원으로 제작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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