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자존심 ‘피쉬 앤 칩스’가 흔들린다…전통 식문화 변화한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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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 여파’로 영국의 전통 음식 문화가 흔들리고 있다.
한때 영국의 대표적 서민 음식이자 금요일 저녁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피쉬 앤 칩스(Fish & Chips)’가 젊은 세대에 외면받으며 치피(Chippy·피쉬 앤 칩스 전문점) 업주들이 생존을 위해 메뉴 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24일 영국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배달 앱 확산과 세계 음식 다양화, 급등한 식재료 가격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영국에서도 전통 식문화가 비용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변화의 기로에 서게 됐다.
영국 전역의 치피 업주들은 피자, 칠리, 카레, 버거 등 전통적인 치피에서 찾아보기 어렵던 메뉴들을 속속 추가하고 있다. 생선 가격이 크게 오르며 기본 메뉴인 대구 튀김과 감자튀김만 판매해선 수익을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부 치피 업주들은 버거와 치킨 가조넛, 할루미 프라이, 해기스, 새우튀김 등 다양한 메뉴를 도입했고 매달 새로운 스페셜 메뉴를 선보이며 젊은 고객의 취향을 잡으려 애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변화는 단순히 입맛의 변화 때문이 아니다. 영국 통계청(ONS)에 따르면 피쉬 앤 칩스 한 접시의 평균 가격은 2019년 £6.48(파운드, 한화 약 1만2536원)에서 지난해 £9.88(약 1만9121원)로 뛰어올라 거의 10파운드(약 1만9353원)에 육박했다.
감자 가격도 1년 새 27% 올랐고 흰살 생선 가격은 30% 가까이 상승했으며, 식용유 가격은 무려 50%나 올랐다. 여기에 바렌츠해의 연간 대구 어획량 제한, 러시아산 수산물 제재 등 공급 문제까지 겹치며 상황은 더 악화되고 있다.
고물가 시대에 편의와 선택의 폭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의 취향도 변화를 이끈다. 비건·글루텐프리 등 다양한 식단 요구가 증가하며 전통 메뉴만으로는 대응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런던의 한 치피 업주는 “요즘 주문의 절반이 글루텐프리 메뉴”라며 “치피도 시대에 맞춰 변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피쉬 앤 칩스는 영국을 대표하는 전통 음식으로 튀긴 흰살 생선과 감자튀김을 함께 즐기는 간단하지만 인기 있는 메뉴다. 보통 대구나 해덕 같은 생선을 두꺼운 반죽에 묻혀 바삭하게 튀기며 식초나 타르타르 소스, 무시 피(mushy peas)를 곁들여 먹는다. 19세기 산업혁명 시기 노동자 음식으로 자리 잡아 오랫동안 ‘영국의 국민 음식’으로 사랑받아 왔다.
영국 전통음식인 ‘피쉬 앤 칩스’. 연합뉴스양호연 기자(hy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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