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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왕실이 공인한 최고급 위스키 발렌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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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중경삼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2.♡.14.71) 댓글 0건 조회 11회 작성일 25-12-28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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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렌타인 30년’(왼쪽)과 초고가 한정판 ‘발렌타인 40년’. 발렌타인 공식 홈페이지

‘발렌타인 30년’(왼쪽)과 초고가 한정판 ‘발렌타인 40년’. 발렌타인 공식 홈페이지

공항 면세점을 지날 때 ‘발렌타인 30년’ 위스키를 한 번쯤은 봤을 것이다. 아마 21년, 17년 상품들도 함께 쇼케이스를 장식하고 있었을 것이다. 발렌타인 위스키는 보통 면세점 주류 코너 핵심 매대를 차지하는데, 그 이유는 발렌타인이 판매량 상위 브랜드 중 하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발렌타인 위스키는 어떻게 성장했고, 어떤 계기로 전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게 됐을까.
 

1930년대 격변기 고연산 시장 선점

발렌타인 위스키는 1827년 창업자 조지 밸런타인이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 작은 식료품점을 열면서 탄생했다. 블렌디드 위스키 역사가 대부분 그렇듯, 조지  밸런타인도 일관성 있는 위스키 맛을 구현하고자 여러 원액을 섞은 블렌디드 위스키를 판매했다.

19세기 조니워커가 전 세계 항구를 방문하는 선박 선장들을 브랜드 앰배서더로 활용하는 역동적인 마케팅을 펼친 것과 달리 발렌타인은 권위와 품질을 강조한 간접 마케팅에 집중했다. 바로 영국 왕실 워런트다. 1895년 발렌타인은 빅토리아 여왕으로부터 영국 왕실 전용 증류주 제조 인가서(Royal Warrant)를 수여받았다. 그 어떤 설명이나 수식 없이 ‘영국 왕실이 공인한 최고급 위스키’라는 메시지를 전 세계 소비자에게 각인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무엇보다 발렌타인이 오늘날 같은 대규모 블렌딩 명가로 도약한 비결은 1930년대 격변기에 대비한 치밀한 전략에 있다. 1933년 스카치위스키 시장은 결정적인 기회를 맞는다. 영국 주세법에서 위스키의 최소 숙성 의무 기간을 3년으로 확정했고, 같은 해 미국에서는 14년 동안 이어진 금주법이 완전히 폐지됐다. 그동안 수출되지 못하고 쌓여 있던 위스키 재고들이 고급 숙성 제품으로 시장에 나올 수 있게 된 것이다. 

발렌타인은 이 흐름을 선점하며 1930년대 후반 마스터 블렌더인 조지 로버트슨을 통해 발렌타인 17년과 30년이라는 고연산 위스키를 정립, 상업적으로 유통하기 시작했다. 특히 먼저 출시된 발렌타인 17년은 블렌디드 위스키 시장에서 보기 드문 고연산 개념을 내세운 제품이었고,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세계 최초 17년 숙성 블렌디드 위스키라는 역사적 의미를 갖게 됐다. 발렌타인 이전에도 오래된 위스키 원액은 존재했지만 17년 숙성 연산을 전면에 내걸고 대규모 상업화에 성공한 사례는 드물었다.


유사한 시기에 등장한 발렌타인 30년은 브랜드 위상을 한층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30년이라는 시간이 부여한 프리미엄은 자연스럽게 동경의 대상이 됐고 이는 21년, 17년, 나아가 12년 제품으로까지 정체성 확장을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했다.

발렌타인 30년의 맛을 정의하자면 한 마디로 ‘부드러움’이다. 깊은 꿀 향을 중심으로 배와 복숭아 같은 잘 익은 과일 향, 견과류의 은은한 고소함과 바닐라의 달콤함이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입안을 감싸는 질감은 우아하고 섬세하며 단맛과 스파이시함의 균형, 오크 숙성에서 오는 깊이가 긴 여운을 남긴다.
 

핵심 원액 싱글 몰트 제품으로 출시

발렌타인 위스키는 높은 품질을 유지하면서도 폭넓은 소비자층이 경험할 수 있도록 ‘접근 가능한 럭셔리(Accessible Luxury)’를 지향해왔다. 특히 면세점에서 도전해볼 수 있는 최고급 위스키라는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면세점에서 판매가 또한 전략적이다. 주류 면세 한도는 400달러(약 60만 원)인데, 발렌타인 30년의 면세점 가격은 400달러 전후에 형성돼 있고 할인 혜택을 받으면 300달러대에 구매 가능하다. 주류의 경우 가격이 비쌀수록 면세 효과가 커지는 만큼 고급 위스키를 선택하는 게 상대적으로 효율적인 소비가 된다. 이런 가격 구조 속에서 발렌타인 30년은 면세점에서 택하기 좋은 최고급 위스키로 자리 잡았다.

현재 위스키 시장은 싱글 몰트 위스키의 부상과 다양한 캐스크 도입 등으로 급격한 변화를 맞고 있다. 이에 발렌타인은 기존 명성을 유지하는 한편, 새로운 소비자 니즈에 대응하고자 포트폴리오 확장에 나섰다. 2017년에는 핵심 원액 3가지(글렌버기, 밀튼더프, 글렌토커스)로 15년 싱글 몰트 제품을 출시하는 등 브랜드 역사상 처음으로 싱글 몰트 라인을 선보였고, 이후 버번 캐스크 피니시를 적용한 발렌타인 7년 아메리칸 배럴, 라임 풍미를 강조한 발렌타인 브라질 등 실험적인 제품도 지속적으로 내놓고 있다. 또 최근 초고가 한정판 제품인 ‘발렌타인 40년’ 마스터클래스 컬렉션을 출시하며 고급 위스키 시장에서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런 변주와 도전을 통해 발렌타인은 앞으로도 위스키 시장 내 헤게모니를 지속할 수 있을까. 

명욱 칼럼니스트는… 주류 인문학 및 트렌드 연구가. 숙명여대 미식문화 최고위과정 주임교수를 거쳐 세종사이버대 바리스타&소믈리에학과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는 ‘젊은 베르테르의 술품’과 ‘말술남녀’가 있다. 최근 술을 통해 역사와 트렌드를 바라보는 ‘술기로운 세계사’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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