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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이자 마지막일 수 있는 영국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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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92CU 이름으로 검색  (220.♡.249.213) 댓글 0건 조회 1,830회 작성일 10-10-03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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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을 되짚어 본다.





가진 거라곤 그저 무대포 정신 하나 밖에 없었고 하나 더 있었다면 나이였다 (꽉 차다 못해 넘쳐 흐르고 있었음...)


잘 다니던 회사를 관두고 난 영국을 가기 위한 준비를 했고 출국하기 까지 고작 20여일 걸렸다..


집에도 출발 이틀 전에 통보했다면 난 정말 불효자인가.... 하지만 이번 또한 나를 믿어주셨고 기약없는 영국으로 출발을 했다.





한국에서의 사회경력은 잊기로 했다. 철저히 영국속에 한 이방인으로 내 자리를 만들기 위해 뭐든 해보기로 했다.





그렇게 시작된 내 영국 생활..





대학교 기숙사 청소일도 했다. (중국 년놈들 너무 더러웠다. 화장실 청소보다 더 고통 스러운 건 중국학생이 쓰는 부엌이었다)


먼지와 사람이 북적대는 옷가게서도 일을 했다. (옷이란 옷은 무조건 집어 던지고 그 옷들과 손님들이 흘리는 먼지는 그야말로..크...)


그 당시 영어를 못 알아 들어 손님들에게 욕을 먹기도 했다. (너 영어 할 수 있어? 다시 말해 줄 수 있어요? 됐어.. 다른 사람 찾을게... 으.... 존심상해.. )





살 곳이 없어 급조한 단기방에도 살아봤고 창문 없는 방에도 살아봤으며


(오직 옆방이랑 연결된 작은 창문.. 근데 옆방 사는 그 눔은 방에서 담배를 펴서 지독한 담배 냄새 때문에 곧 죽을 거 같았다.


차라리 변기 똥 냄새가 더 나을 거 같았다.)


사람이 살 수 있을까 싶은 허물어져 가는 집에서도 살아봤다.


수중에 만원만 남아있을 때도 있었고 그걸로 일주일 이상을 살아야 할 때도 있었다. (뻐질나게 25p자리 파스타 지겹게 먹었다. 나중엔 똘똘 말린 것만 보면 눈이 돌아갈 거 같았다. )


비스킷으로 끼니를 떼울 때도 있었지만... 난 내 삶을 비참하게 만들지 않았다.





영어를 못하면서도 선생 같지 않은 선생과 싸웠고 제대로 일하지 않는 학교 직원과도 싸웠다. (C브럴, G랄, 니기미...두거써... )


내 피 같은 노력의 댓가인 pay에 세금을 많이 뗀 관련기관과도 싸웠다.


그리고 가장 많이 싸운 건 다름 아닌 바로 나였다.





그렇다고 내 영국 생활에 이런 기억만 있을리 있는가


일이 끝난 후 먼지 가득한 내 목구멍을 뚫어주기 위해 삼겹살 대신 무작정 펍에 가 맥주 1파이트를 한번에 마셔버리고 나오며 영국 남자들 기 죽인 적도 있고 숟가락으로 맥주병 따서 애들 기절 시킨 적도 있었고 (그 뿐인가 탁상을 이용해 맥주병 따니 다들 눈 돌아가시고.. )


동료들과 술도 한잔 하고 플랏메이트들과 파티도 하고 클럽도 가고


서로 다른 문화를 이해하며 살아갔다.





나 자신의 삶을 가꾸기 위해 운동도 하고 새 친구도 사귀었다.


좋은 집을 찾았고 좋은 주인도 만났다.


좀 더 안정된 일자리도 찾았고 늘 내 곁에서 날 아껴주는 친구도 만났다.


좋은 곳도 여행하고 맛있는 것도 많이 먹었다. (하루 세끼를 밥만 먹는 한국에 있는 가족들과 친구들이 신기하게 느껴질 정도)


살사댄싱도 배워보기도 했고 요가도 배웠다.





조금씩 알아가는 영국의 매력에 조금씩 빠져들고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내겐 영국이냐 한국이냐를 결정지어야 하는 시점이 오게 되었고


그 많은 희로애락을 멀리 한 채 난 한국을 택했다.





이유가 어찌 되었든 내가 선택한 이곳은 모든 것이 새롭다.


난 내 이름으로 된 새 운전면허증을 받아야 하고 (영국 운전 면허증을 받기 위해 영국에 줬는데.. 그냥 줘 버려야겠다..너 해!)


내 이름으로 된 새 핸드폰을 만들어야 하고


내 이름으로 된 새 통장을 만들어야 한다 .


그리고 더 중요한 건 내가 내 능력을 발휘할 new job을 찾아야 한다... (사실 젤 하기 싫은 것이다.언니 말에 의하면 주부로 취업하는게 젤 힘들다고 하는데... 지금까지 내가 혼자인거 보면 그것도 맞나부다)





모든것이 새롭다.


영국에서 새 출발했던 4년 전과


한국에서 새 출발하는 지금은 사뭇 다르지만


그 긴장과 떨림은 같으리라....





나의 영국 생활을 다 글로 적긴 너무나 짧은 글이지만...


하나 둘씩... 내 맘속에 남아 있는 런던이라는 글자를 한켠으로 보내기 위해


난 런던서 하고 싶은 것 이것 저것 다하고 만나고 싶은 사람 다 만나고 왔다.....


이제... 그럴 수 있을 거 같다. 완벽하진 않지만... 한국에서의 새 출발을 할 수 있을 거 같다....





영국에서 생활하면서 영국 사랑에서 참 많은 도움을 받았다....


정보도 많이 받고 힘들 때 힘도 많이 받았다...





내 몸은 비록 한국에 있지만 가끔 들어와서 내가 어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기꺼이 도울 생각이다..


내가 받았던 것 처럼....


























Jessie
글 잘 읽었읍니다. 글 쓰신분이 여자분(?)이신것 같은데, 제가 상당히 공감하는부분이 많습니다. 한국 떠난 기간도 저랑 많이 비슷하고(제가 약 1년정도 많은것 같습니다), 런던에 계셨던것도 그렇구요, 나이도 꽉차다고 하셨지만 제가 분명히 더(?) 많을겁니다. 또한 다시 한국에 들어와 있는것도 그렇고요....마지막이라고 생각하지 마시구요, 말씀하신것처럼 영사에 자주 오셔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가능한 많은 정보 주시기 바랍니다.......
92CU
아마 제가 더 많을걸요? ^^ 런던생활을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을 한국에서 만나긴 힘들죠..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은 역시 런던생활을 해 보신 분들인거 같애요... 가끔이나마 들어와서 필요한 분들에게 도움 드리도록 노력할게요... 고맙습니다.
new greentea
정말로 멋진분이십니다...아,,,이렇게 나태하고 살고있는 제가 너무나 부끄럽고 또 부끄러울 정도입니다. 정말,,,,글읽고 반성도 많이하고,,,다시 맘을 질끈 동여메게하는 글이네요,,,,정말,,,멋진분이십니다...어디서든 모든지 이룰 수 있는 저력을 가지고 계신 분인거 같네요....정말 멋집니다...
92CU
갑자기 옛생각이 나서 올린 글인데... 이 또한 누군가에게 맘을 질끈 동여메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면 저도 기분이 좋습니다. 역시 글의 힘은 칼의 힘보다 큰 거 같습니다. ^^ 고맙습니다.
정면돌파
남자분인줄 알고 읽었는데 여자분이셨네요. 참 멋지십니다
92CU
아.. 남자처럼 느껴진 이유가 혹시 불효자? 불효녀라고 하니 좀 이상하더라구요... ^^ 고맙습니다.
맹가이버
저도 이 글 보고 느끼는게 참 많았어여. 한국가셔서 하시는 모든 일들 또 그렇게 열심히 즐겁게 나중에 돌아보시며 만족하실 수 있으시길 진심으로 바랄게요. 화이팅입니당.^^
92CU
긴 세월을 다 표현하기엔 너무나 부족한 글이었는데 이렇게 제게 힘을 주셔서 고마워요... 홧팅 할게요.. ^^
God bless u
어머...저도 남자분인줄알았는데...여자분이시네요...더 글 써주세요...정말 멋져요~!!!괜히 저도 읽고나니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요새 참 나태해지고 그랬는데.......ㅜㅜ살만 찌고...얻은건 없다는생각만 하고있었는데...이 글 읽고나니 마음이 새로워지는 기분이에요!!!한국에서도 잘하실꺼예요!!영국와서도 잘하셨는데 한국이야 뭐~~!!!걱정마세요!!!
92CU
이럴 때 쓰는 말이 여자라서 죄송합니다인가요? ㅎㅎㅎ 고맙습니다.
도도스탈
저도 한 3~4년을 목표로 내년에 떠나려고합니다. 곧 서른이 다가오는데.^^ 잘다니던 회사 다 그만두고 정리하고 가려구요. 걱정도 많이 되지만.... 님의 글을보니 잃어야 할 것.힘든일이 있다면, 그 이상의 뭔가를 얻을수 있을것이라는 기대와 도전해보고싶은 마음으로요. 글 잘읽었습니다. 대단하십니다
92CU
가끔 외쳐요.. 인생 머 있나.. 직진이지.. ㅎㅎㅎ 서른.. 아주 부러운 나이네요.. 도전해 보시길 바라며... 고맙습니다. ^^
jyasmin
92 학번이신가?? 음,,, 그렇다면,, 으윽,,^^ 이게 무슨 반응일까??? 무튼 환영과 행운을 빕니다.
92CU
무슨 반응이죠? ^^ 92보다 더 빠르다면? 으윽..^^ 이게 무슨 말일까요? 무튼... 행운을 빌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참고로 Good to see you 입니다.)
강밤
제가 지금 얼마나 배부른 상황에 있는지 생각하게 만드는 글이었어요. 한국에서는 더 잘 하실꺼에요! 화이팅!
92CU
한국에선 지금 더위와 싸우느라.. 고생중이에요.. ^^ 고맙습니다.
alth
재밌게 잘 읽었어요 글 더 써주세요 ^^;
92CU
나중에 제 자서전에서 읽으실 수 있을 듯... ^^
시커먼스
유 아 소 쿨!!! 멋쟁이여유 ..행운을빌께요 .........
92CU
행운을 빌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
샤블리
1년만 살다와두 인천공항 도착했을때 그 어색함이란 한달을 멍한 상태로 보냈던듯...그 경험담도 얘기해주시죠~~
92CU
입국 후 생활요? ㅎㅎㅎ 진짜 말 그대로 멍하죠.. 한국 들어와서 잼나는 얘기도 많긴 한데... 또 길어질 거 같아서.. 그냥 나중에 저의 자서전에서 읽어보심이. ㅎㅎ 고맙습니다.
itschloe
멋지세요 ^ ^
ratm
언니 ㅋㅋ글 잘읽었어요..담에는 수원에서 ㄱㄱㅆ 아..ㄱㄱㅆ이 뭔말인지나 알겠어ㅎ?? 빨리 적응해요..여기는 한국이다 ..머리속으로 되내여야한다구..나 작년에 그랬던거처럼ㅋㅋㅋ 어제 그렇게 런던 욕하고 집으로 돌아서면서 다시 런던가고싶어졌어요..언니 화이팅
92CU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내가 너 땜에 미티 미티... ㅎㅎㅎㅎㅎ 으이구... 찾았어? 대단하다.. 숨길수가 없구만.. ㅎㅎㅎㅎ 근데 ㄱㄱㅆ 가 머야? 핸폰 문자로 답줘..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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