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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정과 속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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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유로 이름으로 검색  (220.♡.249.213) 댓글 0건 조회 3,271회 작성일 10-10-03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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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나면서 가장 괴로운 건… 내 자신이 자신감을 잃어가는 모습이다.


Keep my self confidence.


그 전에 가지고 있었던, 내가 자신감이라고 칭했던 그 모든 것들은 어쩌면 허울이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여기 와서도 난 내 나태함을 버리지 못한 것 같다. 그러면서 남들을 평가하긴 엄청 평가해댔지. 속으로 무시하고… 비웃었다.


지금은, 내가 비웃긴다.


안다. 나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는걸.. 하지만, 지금 난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책망하고 있는거다.


넌 어떤 것 하나에라도 최선을 다해본적이 있느냐고.


돌아보면… 정말 내가 제대로 해놓았던 건 단 하나도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도망가려고만 발악했지.


난 내가 왜 괴로워 하는지 모르겠다. 다 내가 자초한 일인데…


그로 인해 벼랑 끝으로 몰린 느낌을 갖는다면 그 책임도 내가 다 받아들여야 한다는걸 잘 아는데..


정말… 홀로서기라는 건 생각만큼이나 쉽지 않구나.





아르바이트… CV를 돌리면서 난 정말 일을 하고 싶은게 맞나 생각했다.


정말, 절박한 현실과는 맞지 않게도 너무 느긋하게 일을 알아보고 있었기 때문에 내 자신이 이해가 안갔다.


그냥. 나태했던 거지 뭐.


마음 한 켠으로 ‘난 왜 이래야 해’ 라는 억울함이 밀려왔다.


내가 아는 영국에 있는 다른 사람들은 모두 매달 꼬박꼬박 부모님한테 돈을 받고,


일주일에 몇 번씩 펍이나 클럽도 가고 군것질도 실컷? 하고..


물론 먹으러 온 것도, 놀러 온 것도 아니지만, 나보다 더 힘든 사람이 많다는 것도,


아예 영국땅을 밟지도 못한 사람들도 많다는 걸 알지만, 나도 사람인데 부러울 수도 있지.


부모님은 날 충분히 서포트 해줄 능력이 없어서 미안하다고 그러셨다. 미안하긴 뭐가 미안해.


나도 다 컸는데, 이제 내가 혼자 다 해야 하는데 못해서 내가 더 미안하지.


내가 정말로 힘든 사람을 못 만나서 이렇게 투정부리는 거겠지.


정말 영국 오기 전에는, 내가 영국만 갈 수 있다면 뭐든지 잘 할꺼라고 자신감 백배였는데.


돈이라는게 사람을 이렇게 피폐하게 만드는 거였나. 그 동안은 몰랐다.


한국에서는 아르바이트도 쉽게 잘 구할 수 있었으니까.. 으..=_= 영어좀 잘하고 싶다





아 열흘 전쯤? 영사에 구직글을 올렸었다.


어떤 남자분한테 전화가 왔다. 내가 영어는 유창하게 못해도 아르바이트 경력은 꽤 많다고 웬만한 일은 다 잘한다고 써놓은 글에, 몸이라도 팔 줄 알았나 보다. 영국에 7년 살았다던 남자분, 여자가 물건이냐? 얼마 원하냐고? 퉤. 여자 친구 만들어서 니 여자친구랑 하세요. 뭣하러 아까운 돈을 그따위로 쓰는거지. 뭐 통화중에 이런말은 안했다. 그냥 아 됐어요. 했지. 그땐 너무 황당해서 욕도 안나오더라.





매일매일 가계부 쓰고 매주 매달 목록별로 통계내고 결산하고,


아 이번주엔 아이스크림을 너무 많이 먹었나 보다. 저번주보다 3파운드나 더 썼네 이런거.


3파운드가 뭐길래. 뭐긴 돈이지.


어쩌다 같이 시내 나갔는데 같이 있는 사람이 밥을 사먹자고 할 때 가슴이 덜컹덜컹 거리는거 공감하는 사람도 있겠지? 아 여긴 정말 밥값이 너무 비싸다.


이번주 안에 일을 구해야 무사히 방값을 낼 수 있을텐데. 나 할 수 있을까.


얼굴에 철판 깔고 가서 조르면……. 될리가 없잖아..; 여튼 정말 이번엔 그래도 난 최선을 다했다고 말할 수 있을만큼 열심히 돌아다녀 봐야지.





돈보다 더 억울한건, 영어가 생각보다 많이 늘은 것 같지 않다는 거다. 내 기대치가 너무 컸었나.


아니면, 여기 올 때 난 정말 영어를 아주 굉장히 못했던 걸까..;


온지 겨우 두달인데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는거 아니냐고 하면. 사실 할말 없다. 흐..





그냥 마땅히 누구 붙잡고 말하고 싶은데, 그럴만한 사람이 없었다.


그래도, 외롭다는 생각은 들지 않아 다행인 것 같다.


나도 가족이 있고, 사람이고, 꿈이 있고, 공부도 하고싶고, 가끔은 놀고도 싶고, 그냥 다른사람들과 다르지는 않으니까.


여기와서 외로워 하는 사람들이 도처에 널렸는데, 난 외로움 같은건 없으니까 정말로 다행이라고.





우울한데 창밖을 보니 비가오더라.


난 전부터 비를 좋아했던고로 잠깐 나가서 멍하니 하늘을 쳐다봤다.


비가 올때는 항상 땅만 바라봤었는데 하늘을 본건 처음이었다.


빗방울이 얼굴을 치고, 목을 따라 흐르고 눈 안으로 톡톡 떨어졌다. 그냥 기분이 좋았다.


그러다 번뜩, 감기라도 심해지면 그핑계로 알바구하러 나가길 팽겨지지 않을까 걱정이 들어 들어와서 바쓰한번 했더니 개운하네.





오늘은 바나나와 씨리얼을 안주삼아 한국에서 쟁여온 소주를 마셔야겠다.


맥주 한캔에 소주 두팩 마시고, 변기랑 춤추고 내 머릿속에 있는 더러운 것들을 다 토해내 내버릴꺼다.


이제 투정 안부리고 열심히 살아야지.


환경 탓 안하고 부모님께 계속 감사하며 살꺼다.


(다만 요즘 조금 힘들었을 뿐. 사실 지금도 머릿속이 복잡하고 눈앞이 캄캄하지만)


어쨌든 이겨내고 난, 진국이 될꺼다.





사실 전 굉장히 활기찬 사람이에요.. 근데 가끔은 이런 날도 있어야 삶에 더욱 감사하며 살 수 있는게 아닐까요. 우울하고 투정 가득한 글 써서 죄송하고. 일단 길어서 더 죄송하고,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합니다.





---------------------------------------------------------


예쁜딸!


잘지내고 있지 한참 대화를 못했네


요즘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궁금하구나


항상 모든것 잘 처신하고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있으리라 생각하면서도.......


엄마가 항상 하고 싶은말 알고 있지 유로야


남을 보이기 위한 삶을 살지말고


항상 너자신 한테 떳떳하고 너자신 한테


니스스로가 상줄수 있는 우리 딸이 되길 바래


지금은 힘들지라도 지금의 힘듬이 너에게


밑받침이 되어 큰일 할수 있는 우리딸이 될거라 엄마는 생각해


그리고 뭐든 작은 일이라도 엄마한테 얘기 할수 있는 딸이 되었음 좋겠다


엄마에게 비밀이 많은 딸은 되지 않을거지


엄마는 언제 부터 인가 나는 어떤 엄마일까?


하는 의문이 들기 시작 하더라


너에게 많은 정을 주지 못한건 아닌가 하는


유로야 !


그래도 엄만 우리유로가 엄마의 큰 기둥이었다는거 알지 너에대한 사랑 과 믿음


오늘은 너의 어릴적 모습이 너무도 그립다


그럼 꼭안고 정말 잘해 줄수있을것 같은데


이제는 엄마보다 더컷다고 엄마걱정하는 딸이 되었음이 세월이 참 빠르지


오늘도 공부 하느냐고 힘들었을 텐데


힘내고 화이팅~~~~~~~


오늘은 우리 유로가 좀 많이 생각나서....


방에 있는 니사진보고 웃고있다


잘지내고 사랑해











이건 엄마가 오늘 제 싸이에 남겨놓은 메세지에요. (이름만 아이디로 살짝 바꿈)


위에 글을 좀아까 써놨는데 방금 싸이에서 이 메세지를 확인하니 부끄럽기 그지 없네요.


감사함에 눈물이 줄줄줄.


부럽죠?


전 정말... 정말 복받은거 같아요.


열심히 살께요.


여러분들도 열심히 사세요..





♥Florist eun♥
아..ㅠㅠ 어머니 메세지 보니 저도 엄마생각이 간절 ㅠㅠ 저랑 비슷하신 상황인거 같아서 더 공감가네요 기운내시구요^^ 화링!!
유로
감사합니다. 힘내셔요.... 화링..ㅎㅎ
큐우
기운내시고 ...나도 우리 엄니 한테 이런글 한번 받고 싶지만 ..ㅋㅋ...타자를 못 치시니...ㅋㅋ
유로
저희 어머니도 타자 못치셨어요.^^ 이참에 한번 가르쳐 드리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난 남자랑 사귄다
유로님아! 힘내세여! 영어요? 그까짓꺼 못하면 어때요? 물론 망할놈의 그것때매 온것이지만요 맘 조금만 넒게 생각하세요 이제 두달이면 잘은 모르지만 앞으로 더 지낼날들이 많죠? 스스로에게 조금 관대해지세요. 금전적인 문제는 솔직히 뭐라 드릴 말씀이 없지만... 좀 더 독해지시라는 말밖엔... 아래 어머님의 메일을 보니 절로 맘이 뭉클해 지네요... 유로님도 오늘 어머니 생각하면서 웃고 있었으면 하네요... 혹시 폰카드가 없으시다면 낼은 큰맘먹고 한장사서 어머니와 통화하시는건 어떨까요? 이런 사치는 해도 될까 싶네요... 힘내요!
유로
감사합니다. 힘내고 더 독해져서 열심히 살아볼께요^^ 엄마 글을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어요. 남자랑님.. 좋은 일들만 가득 하셨으면 좋겠네요~ 다음번엔 조금 더 기분좋은 글로 찾아뵐 수 있기를 빌어요^^ 좋은 밤 되세요. 감사합니다.~
좀비좀비
아직 겪어보지 못한 글이라..몇일 후면 저도 느낄 맘이기에 더 가슴에 와 닿네요.ㅜㅜ 어머님 글에 또 한번.그치만 유로님 참 행복한 사람이네요.이 말 꼭 해주고싶네요.젤 중요한 마음이 부자인..행복한 사람요^^그 활기참 잃지마시고 끝까지 화이팅하세요! 저도 곧 시작할 1년간의 영국생활에 화이팅을 외쳐봅니다.화이팅!
유로
오셔서 꼭 성공적인 영국생활 보내실 수 있기를 바래요^^ 이렇게 고마운 말씀, 가슴에 담아두고 힘내서 열심히 살게요!!
식후땡닷컴
제가 처음 연수 왔을 때의 상황이랑 많이 비슷하네요. 돈 없고 영어 안되는 거는 완전 똑같았습니다. 일 구하세요. 목숨걸고 구하세요. 일 구하고 나면 영어실력이 급상승 할 것이고, 생활비 및 용돈의 전액을 대채 가능합니다. 저같은 경우 40시간씩 일하고 했는데 돈은 남아 돌고, 영어는 눈에 띄게 상승하더군요.
유로
갑자기 정신이 번뜩 드네요. 목숨걸고.. 목숨걸고 구할께요!(아 이말 근데 되게 무섭;;) 40시간.. 와, 고생하셨네요! 돈은 남아돌고, 영어는 눈에 띄게 상승하는 그날까지 모두모두 화이팅이요.ㅎㅎ
에단 호크
유로님 글 잘읽었습니다. 공감가는 부분이 너무 많아요 글에서. 전 벌써 떠나기 전인데. 이제 한달도 안남았는데 떨려서 잠도 새벽 5시에 잔다는 ㅡ..ㅡ;;;;;;;;; 런던가면 우리 같이 싼 가격에 맛있는 밥 먹는 연구를 해보아여...ㅋㅋ^^
유로
ㅎㅎㅎ싼 가격에 맛있는 밥 먹는 연구! 그거 괜찮은데요~ 근데 정말 밥 집에서 해먹으면, 생각보다 돈이 많이 안들어서 좋은거 같아요.ㅎㅎ 너무 떨지 마시고..ㅎㅎ 일단 오셔요~ 시작이 반이라잖아요. 나머지 반이 만만치 않아서 그렇지..ㅎㅎㅎㅎ 화이팅!
LazyCat
제가 쓴 글 같네요.. 엄마 편지 문체조차도.. 저도 요즘 힘든데, 극복중입니다.. ^^ 힘내세요~
유로
ㅎㅎㅎ캣님도 힘내세요. 열심히 살고 공부해서 부모님 호강시켜 드립시다!!
쉬퐁
힘내세요. 옆에서 따뜻하게 등이라도 두드려드리고 싶네요. 그렇게 사랑 가득한 엄마가 계시니 세상 어디에 누구와 있든 정말 든든하시겠어요. 잘 해내실꺼에요. 정말로 홧팅!!
유로
우히^^; 등 두드림 받았다고 생각하고 감사하고 있어요. 잘 해내겠습니다. 열심히 여기저기 cv돌리고 있어요~ 하하
I know what to do
저도 작년 말 올 연초는 탈모 현상이 보일 정도로 스트레스 받을 일이 많았는데 조금씩 조금씩 극복했어요. 님도 나아지고 있는 중이리라 믿어요.
유로
뭔가 되게 조급하고 마음이 조여서 몇일동안 덜덜 거리고 있었는데, 오늘 드디어 무념무상의 세계로 들어 정신 바짝 차리고 있답니다.ㅎㅎ 더이상 나아질 수 없을 때까지 나아져요 우리.ㅎㅎ
마리엔☆º
그러네요..늦게 읽었지만 저도 공감가요.. 엄마의 편지도 그렇구요.. 열심히 살면 다 잘될거에요~~힘내요~~
유로
다 잘될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사는게 중요 한거 같아요~ 처음엔 몰랐는데, 난 차가운 피를 가지고 있나보다 했는데 갈수록 엄마가 그립네요.ㅎㅎ
Jenniferstory-.
엄마가 아는분 편으로 반찬이랑 여름옷이랑 보내줬는데, 그걸 밤12시에 받게되어서..받자마자 가위로 진공포장 자르고 그 한밤중에 바로 포장지에 젓가락 꽂고 얼굴 파묻고 막 먹었어요. 싸구려 와인따라놓고..
유로
우와. 그마음 알아요!ㅎㅎㅎ 제니퍼님 덧글 보니까 어머니의 손맛이 그리워요. 으하. 좋으셨죠?ㅎㅎㅎ
chloe~
아....우리엄마....그리고 그사람...저도 생각나요 살아가는이유죠...아는사람이 밥이라도같이먹자하면 가슴덜컹 정말 공감함다~ㅋㅋㅋ우리힘내요^^
유로
음, 아이디를 뭐라고 읽어드려야 할지 순간 난감했어요. 클로에? 아니죠?ㅠㅠ; 이런데 공감하시다니, 마음이 아파요. 모두 잘 되야 할텐데요~ 힘내요^^ 화이팅!
ymswin
아....저희 부모님은 인터넷도 못하셔서...전화로 연락드리는데...이글 보니까 오늘 전화 꼭 해야겠네요...휴...부모님 생각하게 하는 글 정말 잘 봤습니다...모든 부모님의 마음이라 생각이 드네요...휴...군대있는거 보다 더 슬프다...ㅜ.ㅜ
유로
슬퍼하지 마세요-ㅎㅎ 군대라... 여기 올때 친구들한테, 휴가가 없는대신 1년동안 군대 갔다 오는 셈 치자고 말했었어요.ㅎㅎㅎㅎ 부모님께 전화 자주자주 해드리세요. 동생한테 들었는데, 굉장히 외로워 하신다고 하더라구요. 그렇게 든든하고 강해보이던 부모님이었는데 말이죠. 화이팅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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