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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집문제 넋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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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MOSFET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74.162) 댓글 2건 조회 7,852회 작성일 17-10-05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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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으로 넘어온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이제 그럭저럭 잘 적응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런더너 1입니다. 집문제를 빼면 상당히 만족스럽게 살고 있어요.

런던 집값이 비싸다는 건 익히 들어서 잘 알고 있었고, 단기 체류이기 때문에 프라이빗 랜드로드와 계약을 하고 싶었지만 영어로 집 계약을 진행하는게 너무 무섭기도 했고 영국 계좌가 없어서 한국분들과 계약하면 한국 계좌로 입금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안일한 생각으로 이곳 영사에서 집을 구해 한국분과 계약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여기서 자리를 잡으신 분이라 한국 돈은 쓸일이 없다며 영국 계좌로 돈을 입금해야 했고, 100% 서브렛임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보증금이 까일 조건만 잔뜩 작성된 영어 계약서에 사인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어느 정도 타협을 봐서 미니멈 스테이라던지, 보증금을 돌려받는 날짜라던지 등 챙겨야 할 부분을 추가하긴 했지만 그래도 뭔가 씁쓸하더군요. 그래도 조금만 살다가 나가면 된다고 생각하고, 혼자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쁘게 계약을 마쳤죠.

하지만 입주 첫날부터 방 상태가 생각보다 엄청나게 나쁘다는걸 알게됐고, 무엇보다 집 전체 렌트비의 절반가량을 내면서도 내 방을 제외한 다른 공간을 집주인(이라고 해야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가족들이 전부 차지하고 있는걸 당연하게 여겨야한다는게 너무 스트레스입니다. 본인들도 시끄러운걸 잘 알고 있으면서도 복도건 주방이건 미친듯이 뛰고 구르고 소리지르는 어린 아이들과, 그 아이들이 어지럽힌 장난감들, 그리고 당연한듯이 침범하는 냉장고 자리까지. 제일 스트레스인건 청소를 하기 위해 방 문을 열어놓으면 당당하게 들어와서 방 구경하고 청소하는 저를 멀뚱멀뚱 쳐다보며, 주방에서 음식을 하거나 간식을 꺼내놓으면 "엄마~ 이거 우리꺼야? 내가 먹어도 돼?" 하고 소리지르는 아이들입니다. 

아이들 보는게 힘든건 저도 잘 알고 있고, 통제한다고 해서 통제될 나이가 아닌건 알고 있지만 그렇게 무례하게 행동하는 아이들을 전혀 말리지도 않고, 오히려 제가 만든 음식이나 꺼내놓은 간식이 더럽고 맛이 없다고 말하는 여자 집주인(이라고 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22)분도 참 이해가 안되네요. 뭐라고 말해야할지도 모르겠구요. 소음에 그렇게 민감하지는 않은 편이지만, 주말에 늘어지게 자고있거나 혼자서 조용히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미친듯이 소리지르며 온 집안을 두드리는 소리는 누구든지 싫어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도 방 문조차 닫지 않고 아이들이 현관까지 장악하며 뛰어다니게 놔두는 집주인(이라고 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33) 부부가 너무 싫어요.

마땅히 이사를 가고 싶은 곳도 없고, 이사 가기엔 짐도 너무 많아졌고, 출국일도 얼마 남지 않아 그냥 버티고는 있습니다. 그런데 퇴근 시간만 되면 가슴이 답답해지고...가장 편안해야할 공간에서 가장 불편하게 살고 있는 제가 너무 안쓰럽기도 하고...한국에서는 한달 생활비로 썼을 돈을 한달 렌트비로 내면서 멍청하게 할말도 못하고 있는 제가 한심하기도 하네요.

만약 다음에도 런던에 파견되어 좀 더 오래 체류하게 된다면, 그냥 에이전시를 통해서 혼자 집을 렌트하는 것이 훨씬 정신 건강에 좋을거라고 생각하는 오늘입니다. 아니면 좀 더 좋은 직장을 얻어서 더 높은 임금을 받던지...허허...글을 어떻게 끝맺어야 할지 모르겠네요. 넋두리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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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세큐레님의 댓글

no_profile 세큐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아이피 (155.♡.8.242) 작성일

퇴근 하기 전 시간이 좀 남아서 지나가면서 구경하다가 답글 남겨봅니다. 남의 집 서브렛 사는 거 참 쉽지 않은 일입니다. 특히나 가장 중요한 건 power dynamic의 문제인데요 일반적으로 한국집이든 영국집이든 가족이 사는 집에 방 한칸 빌려 사는 건 왠만하면 안 하는 게 좋습니다. 특히 나이가 있는 분이라면 더욱 더요. 왜냐면 가족이 방 한칸 남에게 빌려주는 건 단지 '돈을 벌기 위해서'이지 뭐 친분을 쌓는다던가 그런 이유가 아닌 경우가 훨신 많습니다. 돈이 아쉬워서 가족이 사는 공간을 빌려주는 사람들과 같이사는 경우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왜냐면 권력의 문제에서 그 가족은 1. 여기는 우리집이다 2. 너는 그냥 우리집에 얹혀있는 거다 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lodger의 소유물도 그런 경우가 많은데요, 얹혀 사는 사람의 물건이므로 막 해도 괜찮다라는 의식이 어느 정도 깔려있기 때문이지요....
또 한 가지....월세가 저렴한 집에 사는 경우 많은 부분에서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대부분 저렴한 월세를 요구하는 집이나 그 월세 살고 사는 사람이나 경제적으로 아주 풍족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당연히 집 상태가 좋을리도, 사람들이 관대하지 않을 경우도 많습니다. 여기 오래 사시는 분들 다 '에잇 얼른 돈 벌어서 좋은 지역에서, 혹은 혼자 살아야지'라고 생각하는 이유가 다 이거입니다. 사람들과살면서 부딪혀보니 별 거 아닌 것으로 싸움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거든요.

원래 집 구하기는 발품에 따라 많이 달라집니다...같은 돈을 주고도 좋은 지역의 좋은 집에, 혹은 나쁜 지역에서 허름하게 사는 경우도 있습니다. 대체적으로 영사에서 나오는 집들은 다른 동네의 시세에 비해 주당 20-30파운드정도 비싼 경우가 많더군요. 그래도 편하고 쉽게 집을 구할 수 있으니 뭐 짧게 산다면 나쁘지 않은 것 같기도 합니다....에이전시에서 구하면 어쨋든 미니멈 6개월에 이것저것 다 해서 한달치 집세 더 내야합니다...(인벤토리, 컨트랙트, 레퍼런스 등등등)..
남은 런던생활 즐겁게 하시길 바랍니다.

ghlagh님의 댓글

no_profile ghlagh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아이피 (82.♡.205.37) 작성일

고생많으시네요 ㅜㅜ 어휴 글만 읽어도 제가 다 스트레스 받습니다... 집은 편해야 하는데요..
저도 자금의 압박으로 쉐어를 가끔 생각하다가도 얼른 접습니다. 도저히 자신이 없네요 ㅎㅎ;;
그래서 고민끝에 차라리 회사를 외곽으로 옮깁니다 지금 런던시내 쉐어는 자신없고 독채는 돈이없어서 외곽에 살면서 출퇴근하는데 출퇴근이 넘 힘들어서요 교통비도 만만치 않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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