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일기]게시판에 처음으로 써보는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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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충환 이름으로 검색 (220.♡.249.213) 댓글 0건 조회 1,963회 작성일 10-10-03 13:09본문
거의 두 달 만에 집에 전화를 해서는, 잔뜩 짜증만 부렸다. 원래 짜증을 부리려고 전화를 한 것은 아니었지만, 말을 하다보니 저기 한 구석에 쌓여 있던 짜증이 알음알음 삐져 나오고 또 짜증을 부리다 보니, 전화를 끊고도 여전히 그 짜증이 사라지지가 않았다. 고등학교 때도 없던 사춘기가 27에서야 찾아오더니 아직까지 사춘기다. 생각은 갈수록 나이를 들어가는데, 감정 만은 오히려 나이를 거꾸로 먹는다. 20대 초반에는 모든 게 내 잘못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젠 모든 게 남 탓이다. 그래서 가끔은 너무 혈압이 올라서 흥분한 마음을 가라 앉치려고 침대에 가만히 누워 있는다.
나이가 30 언저리에 얹히다 보니, 외로움이라는 게 그렇게 절절하게 와닿지 않을 수가 없다. 이런 감정을 느낄 필요가 없을 결혼 빨리한 친구들 몇몇이 그래서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다. 결혼하지 않은 동갑내기 친구 블로그에 들러 읽은 오늘의 글 주제도 외로움이었다. 동병상련하는 마음에 몇자 남길까 하다 그냥 페이지를 넘겼다.
나이가 어렸을 때, 아무 것도 모를 때 하는 사랑이 순수한 사랑이라고들 말한다. 그렇지만 기댈 사람 없이 10년을 살다 30대를 맞이하려는 마당에, 좀 더 어린 시절의 순수한 사랑 만이 아름다운 것은 아닌 것 같더라는 생각이 든다. 외로움을 느끼다 느끼다 어쩌다 만난, 나를 아껴주고 내가 아껴주는 사람과의 사랑도 못지 않게 애틋하리라.
사람의 소중함을 이제는 알아가는 나이가 된다. 이런 저런 사정으로 멀어진 인연들과 아직도 진행 중인 스치는 인연들 복판에 서서, 문득 그래도 나는 혼자라는 마음 아픈 현실에 마주했을 때, 그런 경험과 기억이 반복되고 또 반복되면서, 내가 기대고 또 나에게 기대는 사람을 만나, 언젠가 내 인생 전반부를 우울하게 장식했던 이 것을 추억으로 남게 하기 위해 나도 노력하고 그 사람도 노력할 것이다.
누군가가 너무나 필요해서 만난 사람들끼리의 불순한 사랑도 물보다 진한 게 아닌가 싶다.
꾸리1 | ㅎㅎ 꺼꾸로네요...어렸을때일수록 남의 탓으로 돌리는 경우가 많은데...나이가 드니 내탓도 아니요 남의 탓도 아니게 되요...외로음이란것은 결혼을 했다고 해서 없어지는것도 아니구요..어떨때는 혼자일때보다 더 절절할때도 있지요...그 외로움은 내가 평생 같이 데리고 가야하는 감정이라..내가 보듬어야 가끔 찾아올때 쉽게 겪고 넘어가더군요...가끔 나이 듦이 슬픈건요...어렸을때는 사람을 봐도 그 사람이 빨리 파악이 안되서...정말 순수하고 착하게 많이 당하고 아프고 친해지고 그랬는데...이젠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이 어느정도 보여서..받아들이기보다는 거부부터 한다는 점이지요.... |
jeclaudia | 저도 요즘 들어서 외로움이란 것과 내 옆에 사람들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게 되고 또..그럴 일들이 생기네요.. 제가 제일 싫어하는 말이 어차피 인생은 혼자다 란 말이에요. 참..공감을 하는 글이라서 머라도 끄적여 보는데 ㅋㅋ 정말 끄적인 수준이네요 ㅎㅎ |
먼데서 올 사람 | 총각이 심기가 심히 멜랑꼴리하셔서 금일 싱숭생숭 심란하시군요. 고등학교때도 없던 사춘기. ㅎㄷㄷ 이거 남의 삶을 가지고 Judging하는건 아니지만, 시공초월 변칙인생을 살아온 사람도 스탠다드 삶을 산사람에게서 가끔씩 공감대 느낌. |
착한청년영철 | 흠..논문쓰시다 스트레스받으셨나??? 전오늘 여자만나요~~~+_+ㅋ |
먼데서 올 사람 | (경)경사났군경사났어(축) |
이충환 | 지금은 놀고 있어요ㅎㅎ 수퍼바이저가 출장 중이어서 기다리고 있거든요. 설문조사 분석 때문에요. 덕분에 밀린 영화 좀 많이 보고 있어요. 전 오늘 여자 만나요..(보고 또 빵 터지네요) 먼올사님 말마따나 경축 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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