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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을 떠납니다 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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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가자이제 이름으로 검색  (220.♡.249.213) 댓글 0건 조회 2,493회 작성일 10-10-03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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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2년 반의 영국 생활을 곧 마치고 곧 귀국합니다. 한국에 있는 대부분의 친구들이 너무도 부러워하는 외국 생활, 그것도 “Londoner 생활”이라는 걸 해본 셈이지요. 이제 오랜만에 고국으로 돌아가면서 지난 시간들을 돌이켜봅니다.





처음에 여기 올 때 여느 분들과 마찬가지로 굉장한 기대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지금은 꽤 찌그러졌지만 약 100년 전만 해도 전 세계를 호령하던 대영제국의 수도 런던을 활보하는 나를 상상하면서 즐거워했고 또 자랑스러워(?) 했습니다. 그런데 2년 반 생활해보니 한국에 있는 사람들이 부러워하기만 할 정도로 좋은 것만은 아니었네요. 그냥 생각나는대로 몇 가지 적어보려 합니다.





1. 생활 편의성


일단 언어와 문화가 다르니 영국 생활이 여러모로 불편하더라고요. 언어가 다른 거야 어쩔 수 없고..모든 게 신속하게 돌아가는 한국과 달리 영국은 아주 속이 터질 정도로 느릿느릿해서 답답해 죽는 줄 알았습니다. 모든 서비스가 너무 느리더라고요. 일례로 첫 해에 살던 집 커튼이 고장났는데 집 주인에게 전화하고 나서 수리 완료되기까지 5개월 걸렸습니다. 집주인 도대체 뭐하는 xx인지..아무리 좋게 해석하려해도 이건 집주인이 게을러 터진 인간이라고 밖에는 볼 수 없었습니다. 전화 한 통만 하면 수리센터에서 며칠 내로 올텐데 그걸 안하고..그 외에도 뭔가를 주문해도 배달되기까지 일주일에서 열 흘...하루 이틀만에 모든 게 해결되는 한국 방식을 생각하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또 아플 때 여기 GP는 도대체 해주는 것이 아무 것도 없더라고요. 물론 의사가 봐주긴 하는데 한국과 달리 웬만한 것은 그냥 가서 잘 먹고 잘자면 낫는다고 하고..어른이야 상관없지만 애들이 열이 펄펄 나서 울고불고할 때도 그냥 해열제 먹이고 나을 때까지 기다리라고 할 때는 아주 환장하는 줄 알았습니다. 직접 겪은 일은 아닌데 어떤 사람은 뼈가 부러져서 병원을 갔는데 진료 받을 때까지 뼈 부러진 채 2시간을 기다렸다고 하더라고요..황당, 퐝당!!!


---> 한국 승





2. 물가


예상외로 기초 생필품(빵, 우유, 주스, 버터, 치즈 등)은 한국보다 오히려 싼 측면도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싸다고 늘 Tesco value나 Sainsbury's basic만 먹을 수도 없는 법..먹거리는 한국산을 고집하지 않는다면 한국과 대충 비슷한 것 같았습니다. 제 경우는 한국 음식의 맛을 잊지 못해 한국 수퍼를 자주 들락거리다보니 꽤 부담되더라고요. 특히 제가 너무 좋아하는 짬뽕 한 그릇에 만 3천원, 탕수육 하나에 2만 5천원 내고 먹을 때는 속이 쓰렸습니다.





그 외에 교통비, 입장료, 영화비, 비디오 대여료 등등 먹거리 이외에는 영국이 한국보다 두 배 이상 비싼 것 같습니다. 전 여기서 직장을 다녔는데 한국에서 받던 월급보다 2배 정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집값 내고 먹고 살고 하는데 생활수준은 한국에서보다 현저히 떨어졌습니다.


---> 한국 승





3. 주변 환경


회색 콘크리트로 뒤덮인 서울과 비교하는 것조차 송구스러울 정도로 런던은 훌륭한 공원이 너무 많더군요. 세계적으로 유명한 Hyde park니 Saint James park가 아니더라도 동네 어디나 결코 무시못할 수준의 아기자기한 공원이 널려 있는 곳이 런던이 아닌 가 싶습니다. 우리 동네 조그만 공원도 만약 한국에 어느 동네에 있었다면 그 동네 집값 꽤 올랐을 겁니다. 항시 예쁜 꽃과 푸른 잔디를 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축복이라고 봅니다.


---> 영국 승





4. 국민 의식수준


선진국이 괜히 선진국이 아니라는 생각을 가장 잘 피부로 느끼게 해 준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이었습니다.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 약자(장애인 포함)에 대한 배려, 나눔의 정신, 타인에 대한 기본적 예의..이런 부분은 아직 우리보다 훨씬 앞서 있는 듯 합니다. 한 예로 저는 영국 교회를 다녔는데 영국 사람들의 기부문화에 대해 깜짝 놀랐습니다. 여기 교회는 한국 교회와 달리 헌금을 그리 많이 하지 않습니다. 한국식의 십일조라는 것도 없는 듯 헌금 할 때보면 다들 동전 딸랑 거리더라고요(개털국 출신인 저만 종이돈을 냈습니다..) 그런데 교회에서도 가끔 지역사회의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기부금 또는 짐바브웨처럼 어려운 아프리카 국가를 돕기 위한 기부금을 걷을 때가 있었는데 평소 헌금은 동전 한 두 개 내던 사람들이 이런 행사 때는 다들 지폐를 내더라고요. 20파운드 짜리가 수두룩하게 쌓이는 걸 직접 봤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그리고 버스를 탈 때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완전히 자리 잡을 때까지 아무도 불평하지 않고 기다려주는 것, 외국인에게까지 응급실에서 최선을 다해 진료해주는 것(GP는 아무 것도 안해주지만 응급실은 꽤 잘해줍니다), 좁은 길에서 두 대의 차가 마주보며 갈 때 대부분 먼저 양보해주는 것...솔직이 우리나라가 따라가기에는 너무 멀리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 영국 승





5. 인간 관계


앞서 이야기한 의식수준과 약간 배치되는 면이 있는데..우선 결론적으로 이야기하면 한국식의 오지랖 넓은 문화가 그리울 정도로 영국 사람들 너무 차갑고 이해 타산적입니다. 제 경우를 예로 들면, 제 아이가 초등학교를 다니는 데 가끔 애 데려다주러 가보면 만나는 같은 반 학부모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몇 번을 제가 먼저 인사해도 다음 번에 저에게 먼저는 인사를 안하더군요. 제가 먼저 하면 같이 hello하기는 하는데 딱 둘이 마주치는 상황에서도 먼저 인사하는 경우를 못봤습니다. 그야말로 황당빤스였죠(뭐 이런 인간들이...사람이 보면 인사를 해야지....). 애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바로 어제 우리 집에 와서 놀고 저녁까지 얻어먹고 간 녀석이 다음날 학교에서 봤는데 뻔히 보고도 그냥 쌩까는 상황..제가 먼저 손을 들어 인사를 했는데도 말입니다.





저는 아이에게 항상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친구가 놀러오면 갈 때 친구에게 조그마한 거라도 하나씩 나눠주라고. 특히 한국에서 가져온 이쁜 것들 여러 개 있으면 한 개씩 주라고..그래서 제 아이는 친한 친구에게 이거저거 많이 줍니다. 뭔가를 노리고 계산적으로 주는 게 아니라 그냥 친구니까 주는 거죠(완전 한국식). 한 번은 제 아이가 친구 집에 놀러갔는데 조그맣고 예쁜 인형이 똑같은 게 두 개 있더랍니다. 돈으로 따져봐야 2-3파운드짜리..그래서 그거 하나 달라고 했더니 그 친구가“그냥 줄 수는 없고 네가 가진 000이랑 바꾸자”고 그랬다네요. 그래서..“야 난 너한테 이것저것 선물로 많이 줬는데 넌 이거 하나 안주냐?” 그랬더니 그 친구 왈, “내가 달랬어? 니가 줬잖아!!! 니가 먼저 줘 놓고 왜그래!!!”...우리랑 사고가 너무 다르죠..정이 안갑니다. 물론 사생활을 침해할 정도로 오지랖 넓은 한국인들이 부담스러울 때도 많았습니다. 특히 영국 생활 초기에 모 한인 교회에 처음 나갔는데 첫날부터 이거저거 꼬치꼬치 다 캐물을 때 정말 난감했습니다. 그런데 이해타산적인 영국 사람들한테 데이다보니 요새는 오지랖 대마왕 한국이 너무도 그립습니다.


--->한국 승





그냥 생각나는대로 쓰다보니 두서없네요. 영국 생활도 어찌보면 남들이 정말 부러워할정도로 좋았던 점이 꽤 많았던 것 같아요. 배울 점도 적지 않았고..그런데 저는 일단 나랑 통하면 이거저거 따지지 않고 격의없이 친하게 지내는 걸 너무 좋아해서 그런 문화와는 거리가 먼 영국 사회에 잘 적응이 안되더라고요. 한마디로 인간관계에 실패한 셈이죠. 그래서 귀국 비행기를 타는 열흘 후가 너무도 기다려집니다. 사랑하는 부모님과 친구들이 있는 그 곳..짬뽕과 탕수육을 같이 시켜도 영국 돈으로 7-8파운드 밖에 안되는 그 곳..빨랑 가고시푸다....














고투대학원
깐죽거리고 싶지는 않지만, 문화라는 것이 어디가 지고 이기고가 어딨겠습니까. 또 무엇이 더 낫고 덜 낫다는 것도 기준이 정말 애매한것이고, 그 근본이유를 따져보다보면 또 나름의 이유와 가치가 있기 때문이겠지요. 어쨌거나 2년반 무사히 큰 사고없이 귀국하시는 것만해도 대단하시고 수고하셨다고 생각이 듭니다. 한국은 참 어렵던데, 모쪼록 가서도 어렵고 힘든일없이 무사히 잘 또 생활하시길 바라겠습니다.^^
꾸리1
저도 다음달부터는 영국서 생활해야하는데..저말고 다른 그 모든사람들이 부러워 하는데...저는 그다지...전에 영국갔을때 마음에 들었던 단한가지...시내에도 공원이 많고 넓다는 그것만 마음에 들더군요...
Alain
한국 가시면 따뜻하고 깨끗한 바닥난방에서 생활 하시게 되어서 좋겠습니다. 그리고 한국 주거생활이 훨씬 깔끔해요. 여기 영국 사람들 설겆이 퐁퐁물에서 그냥 건져 내고 목욕 후에도 헹구지 않아요. 생활 속을 들여다 보면 아 더러워서 인상이 찡그려 집니다.
울랄라광뚜
저도 이제 영국생활일년이다가옵니다..님글을읽다보니,공감가는부분이많아서 혼자입가에웃음이만들어지네여 ㅎㅎ 어쨌든, 무사히마치고돌아가시니 축하드려야겠네요,한국가시면 아마도 여러부분이 생각나고 그리워지실것같아여..전 앞으로2년은 더잇어야되는상황이지만, 암튼,한국으로돌아가신다는점이 그저부럽습니다
봉자동생
공감이 많이 가네요. 특히 국민의 의식수준.. 괜히 선진국이 아니구나 많이 느낍니다.
PrettyDolly
저도 많이 공감됩니다. 한국만도 못한게 수두룩하면서도 높은 국민 의식이라던가 녹지공간 조성(런던 시내 한 복판에 아직도 여우가 산다는..)등을 보면 참 배울점이 많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나저나 한국 가셔서 좋으시겠어여^^)
가자이제
한국의 지인들은 제게 영국을 떠나게 됐으니 얼마나 서운하냐고 저를 위로하는데..여기 계신 분들은 한국에 가니 얼마나 좋으냐고 하시네요 ㅎㅎ 하여간 가자마자 오랜동안 너무도 그리워했던 것들을 하나씩 해 나갈 생각에 벌써부터 잠이 안 옵니다~(뭐부터 사먹을까나..^^)
bvlgari
5. 인간관계 1000%공감! 저도 어느순간 정떨어져서 살기가 너무 시렀졌던 적이 있엇습니다. 지금도 그렇습니다만. 물론 계산안하고 먼저 베푸는 사람들도 제 주변에 있습니다. 그분들을 생각하면 영국인들을 모두 싸잡아 그렇게 취급하긴 싫은데 그렇지 않는 사람들이 더 많이 있어서 여기서 오래살자니 속쓰리는 일이죠..
불의전차
저는 오래 산 건 아니지만, 글쓴님과 비슷하게 생각하고 있고, 그래서 처음 작정했던 것보다는 빨리, 내년쯤에 귀국하려고 합니다. ㅎㅎ
에케이코유
부산살다가 서울와서는 부산이 미치게 그리운데...영국가서 한국그리운건 오죽할까요 (비유가 적절한가요?ㅋㅋㅋ)
라라플라이
탕수육..ㅎ참고로 싸구려중국집 시켜먹을때 탕수육 현재 15000원 짬뽕 5000원~!
daum oh
영국에서 많은 추억들이 있었고 좋치 않은 기억도 있었지만,10년이 지난 지금은 왜 좋은 추억만 생각나는지 모르겟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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