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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ce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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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onlyformomo 이름으로 검색  (220.♡.249.213) 댓글 0건 조회 2,000회 작성일 10-10-03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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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렸을때부터 믿어왔더랬다.





작은 상채기는 아픔보다 쓰라림이 크다.


검지가 종이에 베고,


중지가 칼에 베고,


어쩌다보니 팔뚝에 멍이 들어있고...


이런건 그냥 스쳐지나가서


어느날 문뜩 내 손에 진 흉터를 보고 아무리 기억해 내려해도 그냥 뿌였다.


언제였더라? 어쩌다가??? 도통 기억나질 않는다.





일생일대 사건들도 지나고 나면,


그냥 추억이 된다.


막상 그때 그 순간에는 세상이 무너질것 같았다 할지라도,,,


지금은 과거일뿐이다.





그런데,,,


참 이상하게도 사람과 연관된 쓰라림은 서서히 깊은 상처가 되어버린다.


결국 아픔을 넘어 고통이 된다.


정이 많고 적고는 문제가 아니라 생각한다.





자존심 같은거 안키운다는 나지만,


가족들한테는 세우고 싶다. 빳빳하게... ...


그래서 그때마다 고개숙여 흐느낄수 있는건 내가 친구라 부를수 있는 사람들였다.


그러다가 어느날 낯선 사람에게 털어놓는 게 훨씬 속시원하다는걸 느꼈다.


나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에게 두서없이, 하고싶은대로... ...





난 남을 상대해줄수 있을만큼 입담이 좋지도 않고,


같이 그 슬픔을 나눌수 있을만큼 경험이 많지도 않고,


그 사람을 잠시나마 행복하게 할수있을만큼 재미있는 사람도 아니다.





그냥 새겨 듣고, 같이 느낄뿐이다.


그 사람이 무엇때문에 얼마나 힘든지... ...





어차피 내가 같이 그 고통을 나누고 싶다고 해도,


그 사람의 것을 덜어낼 순 없다.





마음의 병은 치료약이랄수 없는 그 얄미로운 시간밖에 없으므로.


어차피 그 고통으로 힘겨워하는 사람의 몫이므로.





가끔은 별걸로 다 힘겨워 한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을 만날때도 있다.


그래도 내색하지 않는다.


잠시 그 사람의 얄팍한 고민의 세상에 들어갔다온다고 해서


내가 크게 후회할일도 없기 때문이다.





그 사람들이 하고싶은말 하고,


속시원하다고 느끼면, 마음의 병이 조금이라도 호전되었으면,


내가 보낸 그 시간이 헛되지 않았으므로


보람된 시간이라 생각된다.





마음의 병은 플라시보가 플라시보가 아닌 진짜 명약이다.





그런데,


그런 플라시보가 사람한테 상채기를 받았을때는,,,


약이 없다... ...





악마한테 제 머리카락을 흥정하는 인간의 탐욕스러운 눈빛을 갖고


시간한테 빨리 지나가라고 애청하는 수밖에 없다.


이번에도 내 삶의 얼마를 원할진 알수없다.


1년, 4년, 9년... ... 지나봐야 알수 있으므로,


마냥 기다리는 수밖에... ...








레몬쥬빌레
'그냥 새겨 듣고, 같이 느낄뿐이다.' ... 님 멋지네요, 상대방 말을 경청 조차 못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하얀우유
친한 친구에게도 쉽사리 말하기 힘든 고민이 오히려 처음보는, 앞으로 못 볼지도 모르는 그런 사람들에겐 말하기 쉽더라구요. 단지 들어주기만 해도 마음의 위안이 되는.
봄날의 곰
잊으려고, 떨쳐버리려고 하면 할수록 더 달라붙는건.. 사실 못 잊고 있다는 증거잖아요~ 차라리 절대로 안 잊겠다고 다짐해버리면 금방 자연소멸되는 것 같은데.. ㅎㅎ 어차피 한번 만나고 또 만날 일 있겠어~ 하는 사람이 오히려 더 깊은 얘기를 가볍게.. 속시원히 털어놓을 수 있는 것도.. 그냥 흔들흔들~ 바람처럼 사는게 좋더라구요 저는 ㅎㅎ 그래서인지 영사분들이 가끔은 친구들보다 더 가깝게 느껴지는 것도 참 좋죠~ ㅎㅎ 힘내고~ 씩씩하게 살아요 우리~
빈센트호호
'기대'라는 것은 사람을 진솔하지 못하게 만들죠.어쩌면 그래서 낯선이와 더 허심탄회한 대화가 가능한 것일 수도.친구에게 그대로의 나를 아무 여과 없이 표현해 본적이 몇번이나 되나 되짚어보면..그동안 나는 누군가와 진솔한 대화를 나누어 본적이 있는가.하는 의문마져 들죠.밑글의 어떤분은 이곳이 유학생들에겐 경유지 쯤이다 그래서 마음을 열기 꺼린다 하셨는데 공감해요.자아에 관한 문제로도 충분히 혼란스러운 유학생활은 기대를 갖게되고 신뢰를 쌓아야하는 진중한 인간관계에 있어 멈칫하게 되는게 사실이에요.
빈센트호호
하지만 인생을 경유지와 도착점의 연장선상에서 바라보면 젊은 20대에 피를 통하는^^;마음을 나누는 인간관계를 생각지 않고 삶에 허덕인다는 건 씁쓸해요.나이가 그동안 먹어온 밥공기 수 세는것과 다를바 없어질까봐요.그럼 어찌하여야하나...나를 넉넉히 만들면 마음의 문이 열릴꺼에요.가슴이 아프면 소독약을꺼내 바르고 최대한 덧나지 않게 잘듣는 약을 바르는 준비와 은연함을 갖어야 하겠죠.잘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인간과 더불어 사는 삶 숲과같은 친구가 되고 싶어요.
베리굿
결국은 누군가와 함께 해야한다는 것도 허상이라고 생각해요.. 결국은 스스로의 대화 아닐까요.. 마음의 병이란 처음부터 있지도 않은 것인데 스스로 만들어내고 부수고 또 만들어내고... 마음이 비워진 만큼 상대도 편하게 느껴지는 법이라고 생각해요.. 저도 뭔가를 찾고 싶은데...잘 안되네요..
영국레이디
이런사람 있고 저런사람 있는거지..별것도 아닌 일로 님에게 고민털어 놓는 사람은 심각한 고민일수도 있죠. 그걸 듣기 싫으시다면 듣기싫다고 영국인같이 정중하게 이야기를 하시는게 예의일거 같아서요. 고민털어놓는 사람이 뭔 죄가 있다고 님에게 얄팍하다는 비난을 들어야합니까? 고민하는 사람이 님에게 고민 다 털어놓고 님의 인생만 발전시키면 다가 아니라는 생각이 드네요. 그 고민털어놓는 사람 님보다 그다지 강하거나 독하지 못해서 그런거 같은데. 어차피 영국에 사시니까 영국인같이 나중엔 그냥 정중하게 거절하는것이 그사람에 대한 예의일거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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