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좋은날]빵 굽는 시간
페이지 정보
작성자 빈센트 호호 이름으로 검색 (220.♡.249.213) 댓글 0건 조회 2,000회 작성일 10-10-03 12:21본문
학교로 일터로
매일 시간에 쫓기기만 하는 나에게
기다리는 시간을 주고 싶어서
오븐에 빵을 구웠어요.
빵이 구워지는 달디 단 향기를 맡으며
누군가를 기다릴때
앉아있기보다는 서있기를 좋아하고
발을 꼼지락하는 것을 보고
구두소리를 또각또각 내보기도 하는 습관처럼
오븐앞을 서성이며 많은 생각을 해요.
나는 기다리는 것을 참 좋아해요.
일생활은 시간 분배를 잘 못하는 어리숙함에
남들을 잘 기다리게 하는 편이지만^^
누군가를 멀찌감치 그려보는 시간이 좋아요.
심지어 2년전 그겨울의 발을 동동 구르게 하던 추위도
그 친구가 어렵게 결정을 하고 나오는 시간까지 기다리던
헤어짐 앞에서의 그 기다림도
모든게 끝나버린 후 기대치 없는 기다림 조차
난 좋아해요.
빵이 구워지는 45분도 설레고 좋은데
오랜 기다림 끝의 회후는 얼마나 좋을까요.
빵을 자주 많이 구워야겠어요.
단 향이 내몸에 배어서 달고사랑스런 사람이 되어 가는 기분이에요.
친구에게도 주고 부모님같이 보살펴 주시는 분들
내 귀여운 학생들 오물오물 먹는 모습들을 보며 살다보면
하림의 "이방인"이란 노래의 가사처럼
나 사는 것을 생각하고 내남을 날들을 생각 하며 살다보면
그 곁에 누가 있어 누구와 걷든
기다림 끝에 꼭 나를 향하는 길이 아니었어도
나는 행복했다..할 수 있어요.
지펴지는 장작불도 좋지만은
호롱불 하나만을 켜놓고
재촉하거나 강요하지 않는
기다림의 미학은
타인을 보듬어 안을 수 있는 넉넉한 나로 만들어 주어요
또는 누군가의 기다림 속에 있을 지 모를
스스로에 대한 배려일 수도 있구요.
텅빈하늘 | 기다림이라... 저도 매일 일에 쫓겨 살다 보니 기다림의 미학을 잊은지 오래네요. 예전엔 내리는 눈을 맞으며 여자친구를 기다리면서 혼자 히죽히죽거리며, 그런 기다림조차 행복하던때가 있었는데... 언젠가부터 뭐든게 빨리빨리 돌아가기만을 바래온거 같네요. 기다림이란 말... 이렇게 생각해보니 참 좋은말 같기도 해요. |
빈센트 호호 | ^^공감해주시니좋아요. |
엘리자베스같이 | 갑자기 오래전에 배웠던 시 한편이 생각나네요.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라는 구절의..ㅋㅋ |
빈센트 호호 |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세월을 다하여 너는 나에게 온다. 기다려 본 사람은 안다.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설레는 일이 있을까.. 이 시 좋아해요.^^ 엘리자베스 님이 말씀해주시니까 정말 그래요..기다리는 사람맘은 다 한가지 인가봐요.^^ |
추천0 비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