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일기]런던아 좀 그러지 마라.. > 영국일기

갑자기 폐가 아프다.

사실은 꾀병일지도 모른다.

왜냐면 대뜸, 폐가 내 몸 어디에 박혀있는지

여지껏 한번도 본 적이 없기 때문에 폐가 아프다는 말은

정말 말도 안 되는..

그리고,

어느날 사람들한테 굽실거리는 내 자신을 발견하고선

내가 왜 이렇게 되었을까, 라는 생각을 곱씹다가

나라가 나를 이렇게 만들었는가,

혹은 자본주의라는 병신같은

혹은 신보다 멋진, 이따위가 나를 이렇게 만들었는가

를 생각하며

불평 불만을 갖다가

결론은 내가 병신같아서.

라는 결론을 지었다.

그러다가

아니야, 실은 이런 병신같은 런던 날씨때문에

라고 탓한다.

왜 이렇게, 나약해지는 것인가.

.

.

.

.

그런데 엊그제 큰언니한테 전화가 왔다

가뭄에 매마른 땅에 단비가 내리듯 ㅋ.

런던에 놀러온다고,

큰언니는 우리집에서 유일하게 유럽땅 한번도 못 밟아본 사람이다.

순진하고, 약간 유머감각이 없고, 얼굴은 또 왜 이렇게 비교되게 이쁜지.. ㅡ..-;;

그래서, 오늘 스페인이랑 이탈리가는 라이언 에어 항공을 끊었다....

런던에서 탈출하겠다는 각오로,

정말 운이 좋게 2명 티켓 for 스페인이 30파운드밖에 안 되어가지고.. 히히

승리의 웃음을.. (근데 라이언 에어는 탈 때마다 불안하다는 거.. 확 박아버릴 것 같은 조종사의 비행솜씨)

근데 이탈리 티켓은 둘이 275파운드......

아무튼, 나도 드디어 런던의 이 우중충한 날씨에서 탈출할 수 있게 되었다..

큰언니한테 감사,

보내준 형부한테 감사,

그리고 언니 애기 봐준다는 울 엄마한테 감사,

얘기가 자꾸 딴데로 샌다..

그냥..

공부하라는 징조다.

다시 에쎄이나 쓰러 가야지..

학기말이라 더 빡빡하다.